월간 〈디자인〉 디지털 라이브러리 속 오래된 기사를 가장 열성적으로 들여다보는 이들은 아마 디자인 연구자일 것이다. 지난 데이터에서 건져 올린 기록은 숨겨진 역사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한국 디자인사에서 우리가 망각한 것은 무엇이고, 잡지는 시대를 어떻게 기록해왔는지 면밀히 파악하고자 디자인 연구자 8명과 함께 월간 〈디자인〉 아카이브 클럽을 결성했다. 이들과 한 달여간 진행한 화상 회의는 각자의 관점을 공유하고 중첩되는 관심사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월간 〈디자인〉 아카이브 클럽에서 나눈 흥미로운 기사를 소개한다.
*살펴볼 기사의 범위는 창간호부터 10년 전인 2013년 10월호까지로 정했다.
한국성 찾기와 일상 문화
해방 이후 근대화의 물결이 밀려오면서 우리의 삶도 급격히 변했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이 서구화될수록 디자인에서 한국성을 찾고자 하는 시도도 함께 고조됐다. 한국적 디자인을 지난날 어떻게 정의했고 어느 시점부터 일상의 문화가 디자인의 범주에 포함됐는지, 또 월간 〈디자인〉이 주목한 한국 디자인사의 굵직한 이슈는 무엇이었는지 살펴봤다.
이제 우리의 디자인 역사를 생각해 봅시다.
당시 편집장 박수호의 머리글(편집자의 글)이다. 한국인의 의식 구조와 행동 양식을 디자인 관점에서 해석, 수용해야 한다는 논지의 주장을 펼쳤다. 기사에 도판으로 삽입한 〈팔만대장경〉도 일종의 디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한국 디자인의 역사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면서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난 관점을 내비쳤다.
출처 1985년 1월호
추천 전용근
연 - 빈 구멍의 연출
이어령 선생의 글과 구본창 작가의 사진으로 엮은 기사. ‘한국의 이미지’라는 꼭지명으로 1991년 2월호까지 연재되었다. 연을 시작으로 한국적 미 의식과 감각이 드러나는 사물 64가지를 발굴한 이 연재 기사를 묶어 1994년 디자인하우스에서 〈한국인의 손, 한국인의 마음〉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2007년 〈우리문화박물지〉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편집부 주: 디자인하우스는 2022년 이어령 선생을 추모하는 뜻을 담아 이 책을 재발행했다.
출처 1989년 3월호
추천 이현주
세계화 전략을 추구하는 한샘의 비전-서울디자인박물관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방배동 소재 서울디자인박물관을 소개하는 기사다. 정시화 교수가 초대 관장을 맡았고 개관 기획전 〈동서양의 만남〉에 전통 가구와 유럽 가구를 각각 50점씩 전시했다고 보도했다. 어떤 이유에서 지속할 수 없었는지, 당시 컬렉션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궁금하다. 세종시에 국립디자인박물관 건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사설 디자인 박물관의 지난 활동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출처 1994년 7월호
추천 이현주, 전용근
한국 디자인 100년사(1)
광복 50주년 기념 특집호에 실린 박암종 관장의 기획 연재 기사다. 8월호에 ‘초창기(개화기~1945)’ 디자인을 소개하는 것에서 시작해 이듬해 3월호에 연재를 마무리했다.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20세기 디자인을 총결산한 1999년 12월호에 박암종 관장은 ‘한국 디자인, 100년간의 발자취’라는 제목으로 디자인사를 다시 한번 요약·정리했다.
*편집부 주: 초창기, 혼란기, 육성기, 성장기, 도약기로 이어지는 그의 선형적 역사관에 따라 1995년 기사에는 도약기를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부터로 구분한 반면, 1999년 기사에는 IMF 외환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보고 1998년부터 2000년대를 도약기로 다시 설정한 점이 인상적이다.
출처 1995년 8월호
추천 고민경
월간 〈디자인〉 20년을 통해본 한국 디자인 1976~1995
창간 20주년을 기념한 특집 기사다. 1976년부터 연도별로 디자인계의 중요한 이슈를 하나씩 뽑아 한 페이지에 소개했다. 이를테면 1985년에는 보신각 종을 리디자인했고, 1990년에는 매킨토시 전용 서체인 ‘윤체’를 출시했다고 전했다(아쉽게도 디지털 라이브러리 상에는 대부분의 기사가 블록 처리되어있다).
출처 1996년 10월호
추천 김민주
디자이너가 볼 만한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 〈일상·기억·역사-해방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전
제2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열린 전시로 김진송, 최범, 목수현이 큐레이터를 맡은 가운데 일상 문화를 전시 콘텐츠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았다. 이를 디자이너를 위한 전시로 지목한 월간 〈디자인〉의 관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출처 1997년 10월호
추천 김민주
2000년 서울, 그 일상 속의 디자인
스포츠 연예신문, 광고형 스티커, 판촉물, 조명, 마크와 명찰, 장난감, 에폭시 수지명판, 아파트 외벽 등 도시와 일상의 이미지를 사진 기록으로 남겼다. 게다가 누가 이것을 디자인했는지 추적해 한 명씩 인터뷰를 실었다. 단편적 시각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시간이 경과하며 금방 휘발되기 쉬운 사소한 디자인 사물과 그 제작자에 대한 기록으로서 가치가 있다.
출처 2000년 8월호
추천 전용근
‘한국적인 것’에 대한 새로운 고찰 〈비움〉
1989년 국내 정식 등록한 최초의 산업디자인 회사가 바로 212디자인이다. 은병수 대표는 제품 디자이너 출신이지만 이후 한국의 전통을 현대화하고자 비움을 론칭하고 전통 공예와 디자인의 매개자로 변신했다.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야심차게 시작한 비움이 뉴욕 소호로 진출한 그 해에 공교롭게도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운영이 어려워져 2년 만에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2009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을 때 ‘더할 나위 없는’이라는 주제를 제시하며 한국성을 찾아가려 했던 그의 노력은 당시 국수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시대를 앞서간 그의 도전과 행보를 지금 시점에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출처 2001년 10월
추천 이현주
한국 디자인을 말하다
김신 편집장, 북 디자이너 정병규, 최범 평론가의 대담을 실은 기사로 이후 매달 새로운 논객을 한 명씩 초대해 디자인 문화와 담론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교육, 정책, 버내큘러 디자인, 한글, 디자인 이벤트 등을 주제로 1년 동안 시리즈로 이어간 이 대담에는 조현신, 김종균, 오창섭, 김경균, 한재준, 김상규, 강현주 등이 참여했다. 현재 시점에서 읽어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기사다.
출처 2008년 3월호
추천 김민주
대중의 관점으로 본 시각문화-한국의 시각 문화와 디자인 40년전 & 한국 포스터 100년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과 근현대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린 기획전을 소개했다. 6번에서 언급한 1997년 〈일상·기억·역사- 해방 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전을 계기로 한국의 시각문화와 디자인을 소재로 다루는 전시가 늘어났다. 대표적인 예가 2004년 〈신화 없는 탄생, 한국의 디자인 1910-1960〉전과 2005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 〈한국의 디자인: 산업, 문화, 역사〉로 디자인을 문화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확장된 시각이 점차 자리 잡기 시작했다.
출처 2008년 11월호
추천 이현주
한국 디자인 오늘
창간 33주년 특집 기사. 전통, 생활양식, 집단의식, 아이콘, 진화라는 총 다섯 가지 키워드로 한국 디자인을 분류해 소개한다. 전통에서 차용한 디자인과 당시 굿 디자인으로 꼽힌 디자인, 그리고 일상의 디자인 산물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출처 2009년 10월호
추천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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