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브랜드의 새로운 가구 컬렉션과 디자이너의 야심작이 한데 어우러져 한 해의 인테리어 흐름을 만들어내는 곳. 살로네 델 모빌레 전시장에서 발견한 최신 트렌드와 브랜드 이슈를 모았다.
다시 1970!
Sancal
상칼(라콜렉트 02-548-3467)은 1970년대 무드로 돌아갔다. 1970년대는 보헤미안과 글램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며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시기였다. 상칼은 디스코의 반짝임부터 오렌지 브라운 컬러의 따뜻함, 복고적 무드의 패턴까지 장난스럽고 연극적인 시노그래피를 구현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했다. 제조에서 시작한 브랜드답게 건축과 가구의 중간 지점에 있는 조립 시스템 부스를 선보이며 ‘기억’ ‘장인 정신’ ‘지속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강조했다.
가구 너머 생활을 디자인하라
Kristalia
크리스탈리아(에이스애비뉴 02-541-1001)의 디자인은 가구가 아닌 집,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올해 밀라노 페어에서 선보인 ‘MD HOUSE’ 콘셉트 역시 이런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 미국의 건축 잡지 에서 건축가와 협업해 만든 실험 주택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 중 건축가 크레이그 엘우드Craig Ellwood가 1952년 설계한 넘버 16을 모티프로 구성한 아홉 개 리빙 존은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인도어와 아웃도어의 경계가 사라진 리빙 라운지를 비롯해 1인 가구를 위한 오픈 스튜디오, 수납 아이디어까지 지금 바로 우리 집에 적용할 수 있을 듯.
마라룬가 50주년
Cassina
이탈리아의 대표 디자이너 비코 마지스트레티Vico Magistretti가 1973년 디자인한 마라룬가Maralunga가 카시나(크리에이티브랩 02-516-1743)의 이마에스트리iMaestri 컬렉션에 추가됐다. 단순한 자전거 체인 메커니즘을 차용해 최상의 편안함을 구현한 디자인으로 1979년 황금콤파스상을 수상,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헤드레스트는 완전히 접힌 상태에서는 허리를 단단하게 받쳐주고, 위로 올리면 마치 새 둥지처럼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50주년 에디션은 2인과 3인 두 가지 버전이 있으며, 디자이너가 평소 좋아하던 레드 컬러의 누벅 가죽으로 출시한다.
손으로 그린 선율
Wittmann
음악 선율을 가구에 적용하면 공간에 어떤 영감을 줄 수 있을까? 노트Note 디자인이 선보인 위트만(보에 02-517-6326)의 아다지오Adagio 벤치는 느리고 여유로운 선율을 물결 모양 패턴으로 구현했다.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되, 폭과 방향에 변주를 준 퀼팅 기법은 ‘벤치’라는 단순한 형태의 가구에 그래픽적 장식 효과를 더해준다. 직선과 곡선, 원형 푸프를 조합해 하나의 리빙룸을 구성할 수도 있다.
공간에 카펫 한 점
Nanimarquina
그래픽 패턴을 이토록 회화적으로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브랜드가 또 있을까? 스페인의 대표 카펫 브랜드 나니마르키나(한일카페트 02-547-9293)가 출시한 헤이즈Haze 컬렉션은 단순하면서 대비되는 컬러 조합으로 대지, 자연의 순수성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제품. 튀르키예 출신 디자이너 베귐 자나 외즈귀르Begüm Cânâ Özgür 작업으로, 이스탄불 현지 공예가와 협업해 전통 직조 문화를 한 편의 그래픽 아트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속 가능 오피스
Arper
언제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브랜드 아르퍼(더체어 02-597-3253)는 버진 폴리프로필렌을 사용한 체어 아바Aava 02를 선보였다. 재활용 유리섬유를 활용한 버진 폴리프로필렌 소재는 다양한 컬러로 구현, 무게가 가벼워 스태킹이 가능하며 접착제 없이 설계해 사용한 후에도 쉽게 해체할 수 있다. FSC 인증 목재로 마감한 두 가지 버전을 함께 선보여 클래식한 디자인의 오피스 체어를 가장 미래적으로 해석한 의자로 평가받았다.
아웃도어의 새로운 상식
Kettal
아웃도어 가구의 영역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블러링blurring되었다고 할 정도로 인도어와 아웃도어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케탈(넥서스 02-543-5093)의 부스 디자인을 맡은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Partricia Urquiola는 가구와 같은 톤의 원기둥 파빌리언을 설계, ‘Outside The Box’를 콘셉트로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하도록 전시 동선을 설계했다. 옷을 입고 벗는 것처럼 테일러링 방식으로 접근한 우르키올라의 풀몬Pulmon을 비롯해 나오토 후카사와Fukasawa Naoto의 오피스 체어, 케탈 스튜디오의 폰 부스까지! 아웃도어 가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영감의 원천
Baxter
가죽 소파의 명가라는 표현은 어딘지 부족하다. 주름과 패치워크는 기본, 가죽을 패브릭보다 자유자재로 다루는 노하우로 독보적 브랜드가 된 박스터(에이스애비뉴 02-541-1001)는 올해도 대담한 컬러와 마감으로 고혹적인 매력을 펼쳤다. 크리스토프 델코트Christophe Delcourt가 디자인한 누벅 가죽의 엘리Elli, 조디Jodie 체어와 강렬한 대리석 마감이 돋보이는 케이트Kate 테이블, 페데리코 페리Federico Peri의 웨이브Wave 조명까지 1970년대 살롱 무드의 귀환! 블루와 레드로 대비되는 일관적 톤앤매너는 이브 생 로랑의 스튜디오 54처럼 반짝이는 영감이 가득했다.
아름답게 가리기
Porro
하이엔드 브랜드의 기술력과 디자인 미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제품군이 있다면 바로 워드로브 시스템 아닐까. 드레스룸을 집의 심장이라 말하는 뽀로(유앤어스 02-547-8009) 부스에서는 올해도 다양한 디자인의 워드로브 디자인을 만날 수 있었다. 디자인 거장 피에로 리소니Piero Lissoni의 힌지드Hinged 스토리지는 마치 종이로 마감한 듯한 동양적 디테일이 특징. 바닥과 천장을 잇는 자체 지지형 선반과 L형 유리 파티션을 개발해 침실과 드레스룸을 오픈 디자인으로 구현할 수 있다.
헬로 미키
GTV
디자이너가 손으로 그린 그림을 목재 밴딩 기술로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는 브랜드. GTV(챕터원 02-3447-8001)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디아 마다비India Mahdavi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주인공은 당신의 모든 고민을 들어주는 큰 귀를 가진 소중한 친구 미키Mickey! 생쥐의 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암체어는 블랙 테두리와 대조를 이루는 그린 패브릭을 매치해 장난스러운 뉘앙스를 강조했다.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
Maxalto
비앤비 이탈리아에서 1975년 론칭한 막살토(인피니 02-3447-6000) 컬렉션이 1970년대 로고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막살토는 ‘maximum beauty’라는 뜻의 이탈리아 방언 massa alto에서 기원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최고의 소재와 장인 정신 및 정교한 디테일을 강조하며 시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디자인계 거장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가 모든 디자인과 디렉팅을 맡아 프렌치의 부르주아적 우아함을 강조했다. 올해는 갤러리, 살롱을 모토로 라이스 페이퍼 벽체를 세운 뒤 오리지널 로고와 아이코닉 디자인, 아트 오브제를 함께 선보이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재확인했다.
취재 협조 살로네 델 모빌레 사무국(salonemilano.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