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월간 〈디자인〉 편집부에서 선정한 전시 디자인의 사례를 살펴봤다. 그럼 필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큐레이터, 디자이너, 비평가, 인플루언서들은 전시 디자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전문가 20명에게 전시 관람 경험에 대해 물어보고 인상 깊었던 전시 디자인을 추천받았다. 이들에게 전시 관람에 앞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기획 의도’와 ‘참여 작가 및 작품’이었다. 60%는 주말보다 전시장이 한가한 ‘주중’을 전시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시간으로 꼽았다. 특별히 눈여겨보는 전시 디자인의 요소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로 분산되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동선 체계’, ‘작품 감상에 최적화된 집기 디자인’이라고 대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텍스트의 사이즈와 분량이 적절한 전시 패널과 작품 캡션 디자인’, ‘환경을 생각하는 구조물과 집기 디자인’이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한편 조도, 컬러, 시선의 높이, 그래픽 디자인 또한 전시 디자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홍보라
팩토리2 디렉터
@borabola5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의 천사〉(2022). 지요건축사사무소 김세진 건축가가 디자인했다. 근대 조소 작가의 묵직한 재료와 형태 실험을 표현하기 위해 선이 굵게 공간을 분할하면서도 블록과 벽돌을 쌓아 올려 마치 제단 위 축적된 노동의 시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전시대 높이를 적절하게 변주해 관객이 적절한 거리에서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돋보였다. 즉 전체적으로 선이 굵은 공간을 구성해 작가의 궤적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작품을 전시의 장면을 만들기 위한 배경으로 삼지 않고 각각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 세심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아트선재센터(artsonje.org).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색의 활용. 현대미술 전시에선 색 활용을 최소화하는 중립적인 태도의 화이트 큐브 형식을 지향했는데 요즘 들어 전시와 작품의 주제 및 섹션에 따라 적정한 색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다.
윤여울
TTTC STUDIO 실장
@tttc.studio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탐험대 2023, 제1회 발표〉(기획 백승렬·전예진, 2023).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압도적인 폐건물 ‘파워플랜트’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미래 시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며 가상의 섬에서 발굴된 다양한 물건을 가지고 과거 문명에 관한 추측을 서술한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먼 미래에는 어떤 문화로 읽힐지 낯선 시선을 제시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바라캇컨템포러리 ( barakat_contemporary). 공간이 독특해서라기보다는 다음 전시는 무엇일까 기대되어 좋아하는 전시장이다.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좋은 콘텐츠와 동시에 좋은 공간 경험을 선사하는 전시. 오직 내용에만 집중하다 보면 전시가 폐쇄적이기 마련이고, 공간 경험만 고려하다 보면 포토존이 되기 마련이다. 요즘 주목받는 전시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김예지
인스타그램 플레이스 아카이브 채널 운영자
@place_archive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WE〉(2023). 최근 전시 분야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전시를 베스트로 꼽고 싶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극사실 비주얼 조각 작품들이 전시 분위기를 상당히 좌우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전시장을 가득 채운 강렬한 빨간 카펫도 기억에 남는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찰리, 전시장에 간간이 울려 퍼지는 북소리 등 섬뜩하면서도 코믹적인 작품들은 관람객의 사고를 자유롭게 열어주며 신선한 자극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슬기와 민의 전시 아이덴티티 그래픽은 이러한 전시와 대조를 이뤄 더욱 인상 깊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PKM 갤러리( pkmgallery), 바라캇 컨템포러리( barakat_contemporary),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morepacificmuseum), 문화역 서울 284(culturestationseoul284).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우란문화재단의 〈그녀의 자리〉는 술 문화를 주제로 원하는 공예 잔에 과하주를 마시며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 디자인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에도 개입하기 시작했다.
임나리
워드앤뷰 대표, 워키토키갤러리 대표
@nari.tree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강석호: 3분의 행복〉(2022). 그림을 가벽에 세워 배치한 방식이 신선했다. 강석호 작가가 쓴 수필에서 따온 제목에 맞게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 하루의 여정과 산책의 감수성을 그대로 전시 디자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전시 디자인 자체가 하나의 기획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온양민속박물관 (onyangmuseum.or.kr).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전시 디자인이 독립적인 하나의 표현 수단이 되고 있는 듯하다.
우뚜기
@oottoogi 운영자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김화용의 〈화성에도 짠물이 흐른다〉(2023). 전시 주제를 거칠게 요약하면 환경과 탈인간중심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재활용이 가능한 모듈식 전시 가구를 사용하고 환경친화적인 에코 폰트와 소금 포대를 재활용한 인쇄물 등으로 전시 디자인 자체가 전시의 메시지를 충실히 뒷받침했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열리는 전시에 따라 다르다.
오혜진
오와이이 그래픽 디자이너
@ohezin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2022). 작가를 위한 서체를 제작해 전시 디자인을 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디자이너 채희준에게 주어졌던 작업 시간이 궁금하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국립현대미술관(mmca.go.kr).
박수지
큐레이터, 에이전시 뤄뤼Agency Rary 운영, 웨스Wess 공동 운영
@suzysomapark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도나 후앙카의 〈블리스 풀〉(2023). 스페이스K는 완만하고 유려한 곡면과 대범한 기울기가 인상적인 전시 공간이다. 이러한 건축물의 형태는 고스란히 전시 공간의 구조로 드러난다. 〈블리스 풀〉은 스페이스K의 건축 전체가 전시의 구조물인 것처럼 느껴질 만큼 전시 디자인이 조화롭고도 대담했다. 또한 작품과 전시 디자인이 함께 맞물려 만들어내는 환경은 관객을 자연스럽게 흡수해 오랜 시간 머물게 했다. 작품과의 거리에 따라 전시의 맥락이 달리 보인다는 점 역시 전시 디자인의 성취로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폰다지오네 프라다( fondazioneprada).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지속 가능성, 저탄소, 친환경.
©Daria Scagliola
심소미
독립 큐레이터
somisim.com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네덜란드 국가관 〈Work, Body, Leisure〉(2018). 노동과 신체 및 여가의 관계를 다학제적 관점으로 다루는 데에서 캐비닛 구조물을 전시 디자인 콘셉트로 잡았다. 관람객의 보는 행위와 오브제, 아카이빙, 건축 디자인의 영역을 매우 유연하게 상호 교차시키면서 공감각적으로 확장시킨 전시였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네덜란드의 헷 니우베 인스튀트(Het Nieuwe Instituut, nieuweinstituut.nl).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를 전시 주제로 다루는 것을 넘어, 실천적 행위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자 하는 방법론을 모색하는 경향이 돋보인다.
©김잔듸
김민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어린이문화원 상설 전시 담당
@_mnj.iu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2023 뉴트로 페스티벌〈오늘전통〉(2023).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보여준 전시였다. 특히 3등 대합실에서 소목장세미 작가가 전통 놀이를 실제로 체험해볼 수 있도록 맞춤형 테이블을 디자인했다. 각 테이블 주변으로 놀이에서 형태에 대한 모티브를 얻은 카펫을 깔았는데 전시 그래픽에 적용한 컬러로 전시와 통일성을 줬다. 경기장 트랙이 연상되는 롤 카펫을 이용해 역동적으로 동선을 구획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mmca.go.kr).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체험을 연계한 미디어 아트 전시.
조옥님
큐레이팅소사이어티 디렉터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과 기록〉(2023). 언뜻 보기에는 사진, 영상, 드로잉, 도면 등으로 옛 아파트를 보여주는 건축 전시 같지만, 미시적 시선에서 아파트 복도 창호를 데이터로 모으고 주민들의 공간에 대한 기억을 인지 지도라는 방식으로 기록해서 보여주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스위스의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Beyeler Foundation, fondationbeyeler).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모션 포스터.
©신경섭
임동우
PRAUD 소장
@praud_arch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매스스터디스 건축하기 전/후〉(2014). 로댕 갤러리(당시 플라토)의 공간을 충분히 잘 사용하면서도 전시 디자인이 드러나지 않고 전시 콘텐츠가 부각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mmca.go.kr).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트렌드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시 폐기물을 줄이면서도 전시 퀄리티는 높이는 방법을 늘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김효은
전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수석 큐레이터
@hyoeunkim_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2022). 런던, 파리, 뉴욕, 상하이를 거쳐 2022년부터 도쿄 컨템퍼러리 미술관에서 열리는 투어 전시다. 일본의 문화적 맥락과 디올의 창조적 연속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하이퍼 로컬리티’를 전시 디자인에서 실현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공간의 배치, 오브젝트 간의 거리 및 스케일, 형태, 재료와 전시품의 선정, 구성, 조도, 컬러, 각 오브젝트를 연결시키는 미디어 아트 등 모든 요소에서 일본과 디올의 장인 정신 간의 관계성이 발견됐다. 도시와 브랜드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축적 내러티브 공간이 어떻게 문화와 만나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는지를 경험한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sfmoma).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최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인터랙티브한 전시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 디자인을 많이 접할 수 있다. AR, VR,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방문객이 전시물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소리, 냄새, 촉각 등의 감각을 활용하여 방문객의 참여도와 흥미도를 높이는 전시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시를 디자인하고 환경친화적인 소재와 기술을 사용하여 환경을 생각하는 전시 디자인도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윤율리
일민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jjulyn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홍승혜 개인전 〈복선伏線을 넘어서 II〉(2023). 국제갤러리 전시실 3관이 자연스럽게 총체적인 무대로 디자인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PP(Primary Practice primary_practice)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일회용 재료를 적게 사용하고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디자인.
권정민
계원예술대학교 전시디자인과 교수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2023).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디자인의 흐름과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전시 디자인으로 풀었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mmca.go.kr).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트렌드라고 표현하기는 적당하지 않지만 전시 디자인 영역에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관람객 참여 섹션이다. 이를 자연스럽게 전시 경험의 일부로 녹이는 데 주안점을 두는 추세다.
콘노 유키
미술 비평가
@k40_hermione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임지민의 개인전 〈슬픔은 파도처럼 밀려와〉(2023). 입구 커튼 색을 앞뒤로 다르게 한 점, 큰 공간과 작은 공간 사이를 잘 활용한 점, 마주 보는 식으로 작품을 배치한 점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레인보우큐브(rainbowcube-space.co.kr).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손으로 그린 글씨나 드로잉이 두드러진 이미지를 적용한 디자인.
이들닙
청주공예비엔날레 국제사업팀 팀장
@liyeye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보이지 않는 도시들〉(2023). 항상 엉성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전시장이 전시 기간 동안 디자인으로 짜임새 있게 탈바꿈했다. 전시 제목처럼 도시를 담는, 닮은 듯 다른 2명의 사진작가를 전시하기 위해 조닝과 동선을 고려했다. 또 전시 기획 의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집기의 소재도 인상적이었다. 전시 디자인이 과하지 않고 ‘작품을 잘 감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섬세하게 설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국립중앙박물관(museum.go.kr).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그래픽부터 공간까지 기획 의도를 눈치챌 수 있는 요소를 부각시킨 전시 디자인이 많이 눈에 띈다. 예전과 다르게 작품 전시에서 전시 디자인이 전시의 일부가 되어가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인지 전시장 분위기와 디자인만 생각나고 작품은 생각이 안 날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 (공예 영역에서는 더욱) 전시 디자인이 정말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전시를 위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의 내용과 작품을 잘 감상할 수 있게 한다는 목적성을 넘어서지는 않았으면 한다.
©원오원 아키텍스
이정열
대림문화재단 전시실 큐레이터
@jungyeollee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사유의 방〉(2022). 2점의 반가사유상으로 다다르는 공간의 여정 그 자체가 작품처럼 여겨진 전시였다. 길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 펼쳐지는 붉은 흙벽과 밤하늘 같은 천장, 불상까지 미세하게 오르도록 설계된 바닥, 앞쪽으로 걸어 나갈 때 불상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 불상 뒤편에 서면 내려다보이는 반대편 관람객들의 표정까지. 작품을 둘러싼 이 모든 공감각적 경험의 시퀀스는 작품의 감동을 배가시켰다. 작품에 몰입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모든 전시 요소가 제 역할을 다하며 조화롭게 어우러진 전시로 기억에 남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mmca.go.kr).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작품보다 더 돋보이거나 작품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을 지키는 공간 기획과 집기 배치.
이현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기후 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2021). 주제인 기후 위기의 인식에 맞게 새로운 전시를 만들고 다시 허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산업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전시 공간 조성 및 작품 설치를 위한 집기 제작을 최소화했다. 또 전시 공간의 그래픽 시공을 위해 당연하게 사용했던 비닐, 플라스틱 소재의 시트지 사용을 배제했다. 대신 이면지 위에 잉크 사용량을 줄이는 에코 서체를 활용해 텍스트를 출력하는 방식으로 전시장 내 그래픽 설치를 제안하고 실행에 옮긴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sema.seoul.go.kr).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작품과 관객 사이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의도적으로 넓히거나 좁혀 새로운 감상과 해석, 경험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다양한 시도, 관람객의 직간접적 개입 혹은 참여가 가능한 전시 디자인, 그리고 지속 가능한 예술 실천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지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공디자인정책팀 팀장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백자,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2022). 최근 들어 전시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깊어졌다. ‘과정’을 전시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시를 만들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 집착하게 되니까. 덤덤하게 축적된 시간을 좇으며 밀도에 압도당하는 경험을 자주 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국립현대미술관과천(mmca.go.kr).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마이크로 코스모스, 컬렉티브, 컬래버레이션. 밀도와 스펙트럼 사이 어딘가에서 재구성되는 관계, 그리고 전시 개념의 재구성.
전은경
디자인 콘텐츠 디렉터
@jeon.eunkyung
지금 떠오르는 베스트 전시 디자인과 이유
〈레이 카와쿠보/꼼데가르송: 사이 공간의 미(Rei Kawakubo/Comme des Garcons: Art of the In-Between)〉(2017).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열린 전시로, 총 9개의 테마 아래 150여 벌이 옷이 등장했는데 꼼데가르송의 해체적인 패션만큼이나 전시 디자인도 파격적이었다. 뮤지엄 전시 하면 떠오르는 상투적인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 벽에 붙은 텍스트나 의도된 순서 없이 새하얀 미로 형태로 전시장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메트의 의상 연구소 큐레이터 앤드루 볼턴은 전시 디자인의 의도에 대해 “레이는 그녀의 작품을 해석하는 것을 싫어한다. 전시물 외 모든 것이 백지인 이유는 관람자들이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는데 전시장에 들어서니 그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컬렉션을 위해 헤어피스까지 디자인하는 레이 카와쿠보의 완벽주의, 인간의 몸과 옷의 관계를 재정의한 그녀의 철학 등 꼼데가르송을 위한 영화의 세트장에 입장한 기분이었다. 브로슈어와 도록까지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몇 바퀴를 반복해서 돌면서 살펴봤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패션 전시는 처음이었다. 전시장 끝에는 꼼데가르송 플레이 매장이 성업 중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전시 공간
디스이즈낫어처치( this_is_not_a_church).
요즘 전시 디자인의 트렌드는?
전시라는 포맷이 하나의 미디어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