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 전에는 연결 고리가 없던 두 작가가 갤러리 지우헌에서 2인전으로 만납니다. 이름하여 <부엌 중심>.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만들어낸 설거지 소리, 그 일상의 숭고미를 따라가보길!
김태윤은 캘리포니아 미술대학에서 필름·비디오를, 시카고 미술대학에서 필름·비디오·뉴미디어를 전공하고 개인전 (원앤제이갤러리), <시간동사모음>(성북예술창작터), (휘슬) 등을 개최했다. 지난 2월 코오롱스포츠한남 <유령물질>에서 김경태, 김주원 작가와 협업전을 열었다.
백현진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플라토, 아트선재센터, 상하이 민생 현대미술관, 콘스트할레 빈 등 세계 주요 미술 기관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원 작가로 선정되었다. 한국 인디 밴드 1세대 ‘어어부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팀 ‘방백’ 멤버로도 활동했다.
설거지 좀 해본 이라면 압니다. 연한 물때 낀 그릇 뒤를 닦는 일이 찌든 때 낀 그릇의 앞을 닦는 일보다 어렵다는 걸. 그릇 뒤를 잘 닦는 일이 다른 그릇의 앞을 닦는 일이라는 걸. 설거지 하나에 이토록 숭고한 세상 이치가 들어 있는데 말이죠. 김태윤과 백현진, ‘설거지를 좋아한다’는 공통 취향으로 묶인 두 사람이 <부엌 중심>이란 전시를 열었다는군요. 영상·사운드·드로잉을 통해 독자적 시공간 언어를 세워온 미디어 설치 작가 김태윤, 페인팅·설치·퍼포먼스·음악·연기(영화 <브로커>의 최 형사,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오 상무, 드라마 <모범택시>의 박양진을 연기한 그 배우!) 등 예술 전방위에서 활동하는 백현진. “어느 날 설거지로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만드는 그 순간이 명상이나 수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김태윤, 페인팅이든 음악이든 연기든 본능의 일부처럼 평범한 일이 되길 바라며 자신을 그저 ‘일 보는 사람’으로 봐달라는 백현진. 왜 이들이 설거지라는 일상의 공통분모로 묶여 전시까지 여는지 알 만합니다.
김태윤, ‘접시춤’, 싱글 채널 비디오, 12분 35초, 2023.
백현진, ‘견고한 흐느적’, oil, enamel spray paint on linen, 40×40cm, 2020~2021.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김태윤은 접시가 회전하다 쓰러지는 3D 영상 ‘접시춤’, 수도꼭지를 확대한 영상 ‘무심코, 불현듯이’를 이번 전시에서 선보입니다. 백현진은 그 특유의 무질서, 체계 없음, 즉흥, 관념적 서사로 채운 페인팅 작품을 전시장 곳곳에 펼칩니다. 부엌의 가전 기기나 인테리어 소품처럼 작품을 갤러리 지우헌 곳곳에 부려뒀다는군 요. 무엇보다! 설거지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찍은 영상 ‘선명한 혼돈’은 김태윤이 촬영과 편집을, 백현진이 퍼포먼스와 사운드 디자인을 맡았다는데요. “작가 언어를 환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유쾌하게 작업했다”는 이 알쏭달쏭한 소감은 전시장에 직접 들러봐야 뜻을 알 수 있겠네요. 설거지의 숭고함, 일상의 숭고미를 찾으려거든 갤러리 지우헌으로 오십시오.
기간 3월 15일(수)~4월 22일(토), 일·월요일·공휴일 휴관
장소 갤러리 지우헌(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1라길 13)
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브레이크타임 오후 12시 30분~ 1시 30분)
인스타그램 @jiwooheon_dh
문의 02-2262-7349
갤러리 지우헌
오직 <행복> 정기 구독자 초청 행사 ‘행복작당’에서만 만날 수 있던 북촌 지우헌이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2016년 ‘서울우수한옥’에 선정될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한옥으로 이름난 지우헌의 정취를 상시 즐길 수 있게 된 것. 공예와 아트 전시를 관람하고, 차 한잔의 여유와 디자인하우스가 발행한 잡지·단행본을 탐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