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바브 프린트 패턴이 들어간 바스투아 장바구니 L사이즈.
사우나는 북유럽, 특히 핀란드에서 일상 그 자체다.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핀란드 사우나 문화가 등록되었을 정도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이케아와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메꼬의 협업으로 완성한 ‘바스투아Bastua’ 컬렉션을 오는 3월 9일 출시한다. 바스투아는 이케아가 탄생한 스웨덴 남부 스몰란드에서 사우나를 이르는 단어. 가구, 유리 제품, 텍스타일 등 23개 제품으로 구성된 이번 컬렉션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헨리크 모스트Henrik Most
이케아 크리에이티브 리더
미카엘 악센손Mikael Axelsson
이케아 디자이너
레베카 베이Rebekka Bay
마리메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우나를 협업 주제로 삼은 이유가 궁금하다.
헨리크 모스트 마리메꼬 매장에 들러 의견을 주고받다가 핀란드 사우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핀란드 전역에 사우나가 500만 곳에 달하는데 이 숫자는 핀란드 전체 인구수와 맞먹는다.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우나’라는 주제를 도출했다.
레베카 베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두 브랜드의 역사에 공통적으로 사우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리메꼬는 1960년대에 사우나를 콘셉트로 한 블루 프린트 패턴을 선보인 적이 있다. 헬싱키에 위치한 마리메꼬 본사에도 사우나가 있고.(웃음) 이케아는 1980년대 무렵 사우나를 콘셉트로 한 컬렉션을 출시했다고 한다.
이번에 출시하는 바스투아 컬렉션에 대해 소개해달라.
레베카 베이 사우나를 하기 전부터 사우나를 하고 난 이후의 여정까지 경험을 서사로 풀어냈다. 자신만의 경험에 바스투아 컬렉션이 녹아드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마리메꼬에서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컬래버레이션 전용 프린트 패턴을 개발했다는 사실도 알리고 싶다. 천에 증기를 가해 염색하는 스팀 프린트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 또한 사우나라는 테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미카엘 악셀손 디자인을 시작할 당시 코로나19가 한창이어서 화상 회의를 많이 했는데 걱정과는 달리 매주 웹상에서 스케치와 시제품 이미지를 공유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조각난 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나무 패턴을 배스타월에 적용하거나, 조각하고 남은 자투리 나무를 거울 프레임과 유리그릇 등에 패턴으로 표현하는 식으로 형태적인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흥미롭게 진행했다. 헨리크 모스트 소재와 프린트 패턴에 북유럽 디자인의 정수가 들어 있다. 나무의 자연스러운 색과 결을 그대로 드러낸 제품과 가구, 유리에 담긴 장인 정신 등이 그것이다. 이번 컬렉션에도 북유럽 디자인 헤리티지를 잘 녹여내는 동시에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선사하고 싶었다.
바스투아 벤치타올과 쿠션에는 나무 패턴이 들어갔다.
핀란드에서 자라는 식물인 루바브가 컬렉션의 프린트 패턴으로 들어갔는데.
레베카 베이 마리메꼬 스태프 중 한 명이 핀란드 교외 지역에는 사우나 근처에서 루바브가 자란다고 알려줬다. 도시에서 자란 나는 몰랐던 사실이다. 루바브는 줄기와 잎이 아름답고 시큼한 맛과 향이 난다.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루바브를 프린트에 적용했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헨리크 모스트 우연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들 그것을 즐겁게 수용하고 디자인을 어떤 식으로든 발전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컬렉션을 통해 긍정적이고 즐거운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마리메꼬가 루바브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추상적으로 풀어내고 과감한 컬러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감명을 받았다.
이번 컬렉션에는 어떤 제품이 포함되었나?
미카엘 악센손 사우나를 즐기는 사람들의 습관을 분석해 제품을 제안하고 디자인했다. 사우나를 하기 전에 샤워 도구를 담을 커다란 장바구니(위 사진), 옷이나 가운을 걸어둘 후크, 사우나 중 앉을 벤치와 타월, 사우나를 마친 후 갈증 해소에 필요한 물병과 유리잔, 트레이 등이다. 북유럽 사람들은 한적한 시골 오두막에서 직접 불을 지피고 자연 풍광을 바라보며 야외 사우나를 즐긴다. 바스투아 컬렉션은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로 사우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자연과 가까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 수 있도록 최대한 자연 소재를 사용했다.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컬렉션에서 그러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헨리크 모스크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세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지만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바쁜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릴랙스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뭉친 어깨 근육도 자주 풀어줘야 한다. 로마뿐 아니라 그리스, 일본, 튀르키예도 사우나를 즐기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우나라는 것은 몸의 경험이나 다름없다.
레베카 베이 이번 컬렉션은 사우나를 콘셉트로 하지만 스스로를 돌본다는 의미, 개인의 습관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까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우나를 하는지, 안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바쁜 현대인들이 스스로를 돌보기 위한 시간을 내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우나를 할 때는 명상에 빠져들 수도 있지만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데모크래틱 디자인’은 북유럽 디자인을 설명하는 용어인 것은 물론 이케아와 마리메꼬의 공통된 브랜드 철학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좋은 품질과 시간을 거스르는 문화적 가치를 이번 컬렉션에 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