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동안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국내 대표 뮤지컬의 음악을 책임져온 김문정 감독이 하반기 기대작 <제이미>로 또 하나의 신작에 도전한다. 몸이 10개라도 부족할 것 같은 스케줄을 꿋꿋이 소화하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무대가 비타민”이라 말하는 그녀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김문정 <레미제라블>, <명성황후>, <맘마미아>, <맨 오브 라만차>, <서편재>, <영웅>, <모차르트!> 등 다수의 뮤지컬에 참여해 음악감독, 편곡, 지휘를 맡았다. 학창 시절 고적대, 합창단 등에서 활동하며 늘 단장과 지휘자를 맡았고,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한 후에는 다양한 콘서트에 세션으로 참가하며 음악적 경험을 쌓았다. 1992년 뮤지컬 <코러스 라인>의 리허설 피아니스트로 시작해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감독이 됐으며, 2005년부터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M.C를 창단해 이끌고 있다. 2011년부터는 한세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로도 재직중이다. 제2·3·5·6회 더뮤지컬어워즈 음악감독상,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 작곡상,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뮤지컬 <서편제> 초반부. 감당하기 어려운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어린 송화는 동생 동호를 향해 슬프고도 담담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고.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에필로그에서 인생의 끝자락에 놓인 장발장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읊조린다.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을 보리….”
뮤지컬에서 음악은 곧 감정이다. 그 감정의 순간을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이가 바로 음악감독.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3>에서 브라운관을 통해 현장감 넘치는 심사평을 들려주고 있는 김문정 음악감독이 대표적이다. “음악이 음악만으로 존재하지 않게 하는 것, 그러면서도 음악성을 잃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 음악감독의 역할입니다. 대본을 무대화해서 보여주는 게 연출이라면 음악감독은 작곡된 대본을 무대에 담아내는 사람이죠. 드라마 안에, 연기 안에, 안무 안에 음악을 담아야 해요.” 김문정 감독의 말이다.
지난 20여 년간 <레 미제라블>, <맘마미아>, <서편제>, <맨 오브 라만차>, <영웅>, <미스 사이공> 등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로 유명한 대작들을 이끈 그녀가 7월, 또 하나의 신작으로 돌아온다. 런던 웨스트엔드 흥행작으로 LG아트센터에서 아시아 최초의 라이선스 공연을 앞둔 뮤지컬 <제이미>. 17세 고등학생 제이미의 꿈과 도전, 가족의 사랑을 그려낸 작품으로 2018년 ‘올리비에 어워드’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왓츠온스테이지 어워드’ 3개 부문을 수상한 수작이다. 국내에서는 조권, 신주협, MJ, 렌이 제이미로 분해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몸살을 앓는 시기, 이 작품이 각박한 세상과 침체된 공연계에 작더라도 의미 있는 활기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까지 <레베카>, <웃는 남자>의 음악을 이끌었고 최근에는 <모차르트!> 10주년 공연을 지휘하며 <제이미>의 배우,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문정 음악감독을 만났다.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내공,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배우들의 감정과 공연의 흐름을 이끄는 그녀의 근황과 다음 무대가 궁금했다.
코로나19로 많은 분야가 어렵지만 특히 공연계는 상당히 큰 타격을 입었어요. 하반기엔 상황이 좀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 리스트를 살피다 보니 <제이미>가 눈에 띄더군요. 주요 스태프 리스트에 감독님 이름이 올라 있어 반가웠어요.
오랜만에 하는 신작이에요. 제가 작품을 상당히 많이 하는 걸로 보이지만 사실 대다수가 앙코르작이거든요. 지난해에는 <시티 오브 엔젤>이 신작이었고, 올해는 <제이미>가 그렇죠. 20년 차가 넘어가다 보니 한 작품을 오래 하며 느끼는 감사함도 크지만, 새로운 작품 앞에서는 일단 마음이 활짝 열리는 듯해요. 특히 <제이미>는 작품이 밝고 유쾌한 데다 배우 연령층이 낮아 연습할 때마다 에너지를 받는 기분이에요.
<제이미>의 가장 큰 매력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겉으로 보기엔 마냥 화려하고 반짝반짝한 것 같지만 내면에 생각할 거리가 많아요. 엄마와 아들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라 연습 시간이 늘 따뜻하죠. 최정원, 김선영 배우들이 아이가 있으니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고요. 주로 진중하고 묵직한 뮤지컬을 해온 편이라 주인공을 죽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모두 행복하게 살아 있어서 좋아요.(웃음) 뮤지컬 넘버가 엄청나게 신나는데 간만에 피아노를 치면서 음악을 이끄는 구성이라 저도 흥을 주체하기 힘들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모두가 우울한 시기에 위로와 활력소가 되어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준비하며 어려운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우리뿐 아니라 모든 공연 연습실이 불안에 맞서고 있어요. 수시로 발열 체크하고, 손 소독하고, 열이 나거나 하는 상황이 있으면 연습을 쉬게 하는 등 방역에 힘쓰고 있죠. 공연을 준비해 무대에 올리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연습을 해도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들을 보면서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배우들이 연습실에서도 무대에 선 것처럼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걸 보면 마음이 짠해요. 상황을 바꿀 수 없는 만큼 우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제이미>는 원작의 틀을 유지하는 레플리카 공연으로 알고 있어요. 함께 의논해야 할 오리지널 스태프들이 내한하지 못하는 상황일 텐데,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는지 궁금해요.
레플리카 공연은 그 자체로 흥행 보장성이 있는, 예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공연을 우리나라 관객에게 우리 언어로만 바꿔서 오리지널 형식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미덕으로 해요. 그래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개사’죠. 때문에 음악감독의 역할 비중이 다른형식의 공연보다 좀 더 큰 편이에요. 연출이나 안무는 원작의 동선을 그대로 참고하면 되지만 노래는 우리 말로 바꿔해야 하니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아지거든요. 시국이 이렇다보니 해외 오리지널 스태프들이 내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 그로 인해 우리끼리 사전 회의를 더 많이 하고 있어요. 무언가를 시도하고 변형할 때 현장에서 오리지널 스태프와 곧바로 협의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시뮬레이션을 먼저 만들어보고 주요 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죠. 해외 스태프들이 우리나라 배우에 대해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거나 통역을 거치지 않아도 돼서 작업 속도는 오히려 더 빠른 편이에요. 오리지낼리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캐릭터별로 조금씩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약간의 여지도 생겼고요. 예를 들어 4명의 제이미 캐릭터에 따라 우리 말로 어미 처리를 살짝만 다르게 해도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거든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모차르트!>의 2010년 공연 장면.
주인공 제이미 역을 연기할 배우가 4명인데요. 호흡을 맞추며 느낀 각 배우들의 개성과 특징이 다를 것 같아요.
4명 다 처음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이에요. 조권 씨는 공연 무대에 여러 차례 올랐는데,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이번에 보니 그냥 제이미 그 자체예요. 제이미는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여야 하고, 어디에 있어도 반짝반짝 빛이 나야 하거든요. 그러면서도 소신과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가족과 친구를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도 갖고 있죠. 한마디로 ‘다름’의 매력을 가진 캐릭터예요. 조권 씨의 경우 우선 열정에 감동했는데, 군 복무 중 휴가를 내고 오디션 현장에 와서 아주 성실하게 오디션을 봤어요. 본인이 직접 빨간 힐을 들고 와서 다른 앙상블과 동일한 조건으로 오디션에 임했죠. 솔직히 감동했어요. 저 정도의 투철함과 열정을 가진 배우라면 잘 해낼 수 있겠다 싶었죠. 신주협 군은 ‘스마트하다’는 평을 많이 듣는 배우인데, 자기만의 제이미를 창조해내겠다는 확신이 있어 믿음직스러워요. 연기 내공도 아주 탄탄하고요. 렌과 MJ는 아이돌 가수라 일면식도 없었는데, 이 친구들이 예상보다 더 제이미 역할에 잘 어울리더라고요. 우리나라 아이돌들이 ‘한 미모’ 하는데다 체구나 행동 등도 ‘예쁜’ 면이 많아서 캐릭터에 ‘딱’이에요. 렌은 음색이 순수해서 제이미로서 굉장히 매력적이고, MJ는 의욕적으로 연습에 참여하고 의견도 제시해서 ‘성실의 아이콘’이라 불리고 있어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모차르트!>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총 6회의 공연 중 다섯 번을 함께한 만큼 의미가 남다를 듯해요.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의 인간적 고뇌와 내면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에요. 레게 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하는 모차르트는 록과 재즈, 클래식 등 음악도 장르를 넘나들죠. 10주년을 맞아 더 공을 들여 무대도 바꾸고 여러 가지 준비를 했는데 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으로 6월 10일 오픈이던 일정이 16일로 변경됐어요. 5월 29일이 마지막 런 스루run through 연습일이었고 이후 모든 세트가 극장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하루 전에 정부에서 발표가 나오며 세종문화회관이 잠정적으로 휴관에 돌입했죠. 전체 취소되는 공연도 수두룩한 시국에 6회 취소는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티켓을 구입한 관객이나 해당 회차에 배치된 배우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니 불안한 마음도 크고요. 지금은 그저 기도하는 마음으로 모두 함께 관객을 무사히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답답함도 크지만, 무대가 곧 생계인 배우들에게는 지금 상황이 너무 가혹하다고 느껴져요.
아무래도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의식주 관련 업종에 비해 문화 예술 분야는 제한이 가능하니 예방 차원에서 좀 더 엄격하게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최선을 다해 방역 지침에 동참하고 있지만 공연이 생업인 사람들에게는 삶이 흔들릴 만큼 정말 심각한 문제일 수 있어요. 사실 공연장은 객석과 무대의 접촉이 없는데다 식사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닌, 조용히 정면만 보는 곳이잖아요. 해외여행도, 모임이나 회식도 어려운 상황에서 마스크 쓰기, 거리 두기 같은 방역 지침을 철저히 따른다는 전제하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게 공연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무조건 막기보다는 철저히 신경 쓰고 서로 거리를 유지해가며 즐기는 방법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이미> 영국 공연 장면.
20여 년 동안 <레 미제라블>, <맘마미아!>, <영웅>, <서편제>, <맨 오브 라만차> 등 다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수많은 작품의 음악을 책임졌어요. 뮤지컬 음악감독의 역할은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요?
음악 감독은 음악을 무대화하는 사람입니다. 음악이 음악성을 잃지 않으면서, 음악만으로 존재하지 않게 해야 하죠. 연기와 드라마, 안무, 음악 등 수많은 요소가 어우러져 하나의 무대를 이루는 것이 뮤지컬이다 보니 작업하다 보면 마찰도 많이 생깁니다. 음악을 강조해야 하는데 연기가 강렬하거나 안무가 격하다 보면 기껏 준비해온 게 수포가 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땐 이 부분에서 음악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 죽어가는 장면이라면 열창을 할 수는 없으니 음악을 양보해야 하고, 기쁨의 환호를 지르는 부분이라면 고음을 강조해 배우의 음악성을 도드라지게 하는 식으로요.
수많은 갈등의 순간,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노하우가 있나요?
답은 항상 ‘본질’에 있습니다. ‘지금 뭘 이야기하고 있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면 쉽게 결론이 나죠. 사실 제 포지션이 음악이니 배우가 어떤 노래를 해도 잘해 보였으면 좋겠고, 음악적으로 지기 싫은 마음도 크죠. 하지만 음악이 드라마에 속해 있지 않다면 그것은 뮤지컬이 아닙니다. 그걸 생각하면 모든 게 단순하고 명료해져요.
작품을 무대화하기까지 음악적 변수를 예측하고 컨트롤하며 책임지는 게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요. 공연 중에도 배우들을 주시하면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조율하고, 객석에 반응하면서 돌발 상황에도 대처해야 하고요.
멀티태스킹이 필요하고, 굉장히 많은 책임을 짊어지는 일이죠. 그런데 저는 그런 면을 즐기는 편인 것 같아요. 오케스트라 피트에 서서 그 모든 걸 조율하고 감당하는 게 재미있어요. 감각을 모두 다 열어놓고 있다가 원하는 대로 합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의 쾌감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죠.
공연과 오디션을 통해 수많은 배우를 마주하고 지켜봐온 입장에서, 좋은 배우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음악감독이니 음악성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고요. 또 한 가지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들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혼자 빛나는 게 아니라 모두 함께 빛나는 방법을 아는 배우들을 보면 함께 작업하고 싶어지죠. 나를 아는 만큼 상대방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나를 낮추거나 높일 줄 아는, 밸런스 조절을 잘 하는 배우가 현명하고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팬텀싱어> 시즌 1부터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어요. 수많은 오디션에서 심사를 해왔지만 방송은 좀 색다른 경험일 것 같아요.
이전까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뮤지컬 음악을 계속 듣는 환경 속에만 있었는데 방송을 통해 클래식이나 팝페라 등 다른 장르를 접할 수 있어 리프레시가 돼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힐링하는 시간이죠. 안타까운 건 현장에서 느끼는 엄청난 감동과 에너지가 전파를 타면서 한 번 걸러진다는 점이에요. 그래도 무대에서 느껴지는 투박한 현장성을 방송을 통해 많은 이에게 전파하고 음원화해서 시청자들에게 좋은 음악을 전한다는 점에서 특별하죠. <팬텀싱어>는 솔로 한 사람이 1등이 되는 게 아니라 4명이 합을 이뤄 1등이 되는 무대입니다. 4명이 한 팀을 이뤄 하나의 하모니를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귀하고 소중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또 좋은 싱어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팬텀 넘버를 찾는 취지도 있어 의미가 남다르죠.
방송에서 가감 없이 울고 웃으며 솔직하게 심사평을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사실 저도 제 표정이나 행동이 어떤지 잘 몰랐는데, 생각해보면 한 순간도 배우를 놓치면 안 되는 일을 해온 것이 자연스레 온몸에 밴듯해요. 배우가 어떻게 노래하고 움직이는지 항상 집중해서 뚫어지게 지켜보고, 같이 호흡해야 하니까요. 그게 습관이 돼서 가감 없이 노출된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엔 저만 찍는 카메라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녹화 내내 고정된 카메라가 있다는 걸 4회 차쯤 지나고 나서야 알았죠. 담당 PD님이 “감독님이 집중해서 지켜보는 표정이 재미있다”고 말씀해주셔서 ‘현장에서 하던 대로 하자’고 확신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솔직히 이젠 그 어떤 작품도 욕심이 나거나,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은 많이 사라졌어요. 오히려 어떤 작품이 와도 감사한 마음으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안 되면 또 열심히 하면 되지, 하는 여유도 조금 생긴 것 같고요. 음악감독을 시작할 때 목표가 <레미제라블>이었는데 이미 꿈을 이룬 셈이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김문정 감독에게 럭셔리란 무엇인가요?
무대든, 오케스트라든 같이 호흡하고 생각을 공유해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게 ‘럭셔리’라고 생각해요. 왜 그런 순간 있잖아요. “어! 내가 그 말 하려고 했는데” 하고 말하게 되는. 가장 짜릿할 때가 공연 중 배우의 마음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서 “감독님이 그 부분을 달리 연주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라고 말하거나, 오케스트라의 합이 딱딱 맞는 순간이에요. 서로의 믿음에서 비롯되는 교감, 신뢰가 만들어낸 ‘통하는’ 순간보다 더 럭셔리한 게 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