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자장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미술계가 과거와 같은 역동성을 되찾으며 새로운 전시를 쏟아내고 있다. 국내외 주요 미술관이 선보이는 기획전과 주요 갤러리의 전시, 아트페어 일정까지, 예술 애호가들의 발걸음을 바쁘게 할 2023년 미술계의 이벤트 스케줄을 한 데 모았다.
JANUARY
〈David Hockney: Bigger & Closer〉
1월 25일~4월 23일, 런던 라이트룸
오는 1월 25일 런던 킹스크로스에 대형 미디어 아트를 주로 선보이는 멀티미디어 전시 공간 ‘라이트룸Light Room’이 문을 연다. 첫 전시의 주인공은 아이패드를 이용한 드로잉 등으로 회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해온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다. 전시는 총 6개의 챕터로 나눠지며 폴라로이드 콜라주, 아이패드 드로잉 등 작가 특유의 작업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다. 사방을 미디어 패널로 마감한 압도적 공간에 니코 멀리Nico Muhly가 전시를 위해 작곡한 음악, 작가의 내레이션이 더해져 생생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lightroom.uk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1월 31일~7월 16일, 리움미술관
동시대 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논쟁적인 작가, 미술계의 악동이라 불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국내 최초 개인전이 열린다. 2011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리움의 로비와 M2 전시장 전층을 거쳐 199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조각, 설치, 벽화 등 주요 작품을 총망라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삶, 죽음, 소외, 고통,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특유의 블랙 유머와 예리한 통찰력으로 표현한 작가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leeum.org
FEBRUARY
〈Avant lOrage〉
2월 8일~9월 11일, 파리 증권 거래소 피노 컬렉션
지난해,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파리증권거래소를 탈바꿈해 탄생한 증권거래소-피노 컬렉션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미술관은 개관과 함께 단숨에 파리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 열릴 2023년 첫 전시는 다. ‘폭풍 전야’라는 이름에 맞춰, 생태계 변화와 기후 위기를 주제로 다룬 작가들의 작품을 망라한다. 아니카 이Anicka Yi, 로버트 고버Robert Gober,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루카스 아루다Lucas Arruda를 비롯해 다니엘 스테그만 망그라네Daniel Steegmann Mangran 등 세계의 균열을 포착해 발언하는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pinaultcollection.com
ⓒ 홍승혜, 화성시문화재단 제공 Photo: 홍기웅
〈홍승혜 개인전〉
2월 9일~3월 19일, 국제갤러리 서울
국제갤러리는 홍승혜 개인전과 함께 2023년의 문을 연다. 홍승혜는 이 세상을 관통하는 시각적 원리와 규칙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상정해 픽셀로 구성한 무대를 꾸준히 확장시켜온 작가다. 특히 이번 전시는 평면에서 벗어나 시공간의 레이어를 담고자 했던 2004년의 <복선을 넘어서Over the Layers> 전시의 후속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전시로 꾸밀 예정이다. 오랜 시간 증식시켜온 그리드의 세상 안에서 다시금 그가 제시하는 새로운 ‘위안’과 ‘가능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kukjegallery.com
MARCH
〈Art Dubai〉
3월 1~5일, 두바이 마디낫 주메이라 호텔
중동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자리 잡은 아트 두바이가 16회째 행사를 개최한다. 4개 갤러리 섹션에 걸쳐 43개국에서 10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할 예정이며, 섹션은 ‘컨템포러리’, ‘모던’, ‘바와바Bawwaba’, ‘아트 두바이 디지털’로 나뉜다. 디지털 섹션에서는 360도 스냅샷으로 전시장 풍경을 제공하며, 몰입형 기술로 제작된 혁신적인 예술 작품을 다수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컨템포러리 섹션에 바라캇 컨템포러리, 금산 갤러리 등이 참여한다. artdubai.ae
〈Germaine Richier〉
3월 1일~6월 12일, 파리 퐁피두 센터
파리의 퐁피두 센터는 프랑스가 사랑하는 여성 조각가 제르맹 리시에의 회고전으로 2023년 봄 전시를 시작한다. 그는 동시대를 살았던 조각가 자코메티와 같은 스승인 앙투안 부르델에게서 수학했으며, ‘청동’이라는 전통적인 조각 재료를 고집하며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민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현대 조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다. 1930년대에 제작한 초상 작품부터, 고향 땅에서 난 나뭇가지를 활용한 작업 ‘Forest Man’(1945), ‘Shepherd of the Landes’(1951)를 비롯해 후반기에 두드러진 초현실적 작품 등 전 생애에 걸친 200여 점의 작품을 공개할 예정. centrepompidou.fr
APRIL
광주 비엔날레
4월 7일~7월 9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및 시내 전역
14회를 맞은 광주비엔날레가 도가의 근본 사상을 담은 <도덕경>에서 차용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도권’, ‘행성의 시간들’이라는 총 4가지 소주제에 따라 생태와 환경, 디아스포라와 여러 미술 사상 등 전 지구적인 이슈를 담아낼 예정이다. 세계 각국 8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40명 이상의 작가들이 신규 커미션 작품을 출품할 예정. 특히 다양한 세대와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재해석한 작업 등이 다수 공개된다. gwangjubiennale.org
〈김환기 회고전〉
4~7월, 호암미술관
리움미술관의 모태인 호암미술관이 오랜 레노베이션 끝에 재개관한다. 그 첫 전시는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를 연 김환기 회고전이다. 한국적 추상을 찾아 정진한 그의 40년 예술 여정을 짚어보는 전시로, 90여 점의 작품과 자료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점화에 비해 대중의 관심을 덜 받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 초반 반추상 시기의 작업에 무게를 두어, 이 시기의 집요한 탐구가 말년에 이르러 어떻게 꽃피게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꾸며진다. ‘영원의 노래’, ‘여인들과 항아리’, ‘우주’ 등 김환기의 명작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hoammuseum.org
MAY
아트 부산
5월 4~7일, 부산 BEXCO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자리 잡은 ‘아트 부산’이 열두 번째 행사를 연다. 참여 갤러리는 150여 개로, 특히 지난해 아트 부산을 통해 한국에 처음 진출한 미국의 리처드 그레이 갤러리가 올해도 참가할 예정. 당시 데이비드 호크니의 8m 대작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던 리처드 그레이 갤러리는 알렉스 카츠, 하우메 플렌사 등 세계적 작가들과 함께 한다. 전 세계 주요 갤러리의 참가로 작년 미술 시장을 뜨겁게 달군 아트 부산의 흥행이 올해도 이어질지 기대를 모은다. artbusankorea.com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
5월 20일~11월 26일, 베니치아 자르디니 아드세날레 지역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의 주제는 ‘미래의 실험실The Laboratory of the Future’이다. 아프리카 미래 연구소의 설립자이자 건축 교육자, 전시 총감독인 레슬리 로코 Lesley Lokko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 아프리카를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견인하는 가늠자로 바라본다. 개발도상국, 제3세계, 아랍 세계에 대한 이해, 탈식민지화 및 탈탄소화 등 현재 건축계가 당면한 여러 가지 이슈들을 심도 깊게 살피는 담론의 장이 될
것이다. labiennale.org
JUNE
Whitney Houston Performing at Wembley Arena, London, UK 5 May 1988. © David Corio
〈Diva〉
6월 24일~2024년 4월 7일, 런던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
빅토리아 시대의 오페라 여신들부터 오늘날의 세계적인 팝스타와 셀러브리티까지, ‘디바’라는 존재가 지닌 상징적인 힘을 되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공연자, 디바가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탐구하고 재정의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페라와 무대, 대중음악에 걸쳐 그 의미가 어떻게 전복되었고 수용되었는지도 살핀다. 현대적인 디바를 만든 패션과 사진, 디자인 등의 면면을 살피는 것은 물론, 주요 디바들의 음악 및 라이브 공연도 상영하는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 vam.ac.uk
JULY
〈호세 다빌라 개인전〉
7월 1일~8월 6일, 쾨닉 서울
모순된 요소들 사이에 나타나는 상호작용의 순간을 탐구하는 멕시코 아티스트 호세 다빌라Jose D vila의 한국 첫 개인전이 열린다. 건축을 전공한 이력을 지닌 작가는 특유의 구조적 직관을 통해 조각의 기본 속성을 탐구하는 한편, 기하학적 구조를 활용한 회화 형식의 구성을 실험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컷아웃 시리즈를 포함한 여러 점의 페인팅 신작을 소개할 예정이다. 셀린느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작품이 설치되는 등 세계적 아트 컬렉터의 주목을 받는 작가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koeniggalerie.com
〈Herzog & de Meuron〉
7월 14일~10월 15일, 런던 로얄 아카데미 오브 아츠
영국왕립예술원은 1978년 바젤에서 설립한 세계적인 건축 스튜디오 헤르초크 & 드뫼롱Herzog & de Meuron의 회고전을 선보인다. 대표 작품인 테이트 모던(2000)을 비롯해, 베이징 국립경기장(2008), 링컨 로드 1111(2020), 엘프필하모니 함부르크(2016) 등의 주요 작품을 통해 이들의 건축에 적용된 사고와 접근법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과 자료를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 최근 완공한 홍콩 M+, 서울 ST 송은빌딩까지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건축 거장의 실체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 royalacademy.org.uk
AUGUST
〈이주요 개인전〉
8월 31일~10월 27일, 바라캇 컨템포러리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여하는 ‘2019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주요 작가가 수상 이후 첫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지난 전시에서 시작된 <러브 유어 디포Love Your Depot>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들로 꾸민다. 강남구에 공공 예술 작품으로 설치되어 있는 ‘러브 유어 디포_강남 파빌리온’(2021)에서 볼 수 있듯, 작가는 자신의 삶과 작품의 행방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선택받지 못한 작품의 행방과 일생,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작가의 재치 있고 통쾌한 성찰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barakatcontemporary.com
SEPTEMBER
프리즈 서울 2023
9월 6~9일, 코엑스
바야흐로 한국의 서울이 아시아 미술의 중심지로 도약했음을 선포하는 신호탄과도 같았던 ‘프리즈 서울’이 두 번째 페어를 개최한다. 페어는 ‘메인’, ‘포커스 아시아’, ‘프리즈 마스터스’ 등으로 나뉘는데, ‘메인’ 섹션은 전통적인 상업 갤러리들을 위한 부스이며, ‘포커스 아시아’ 섹션은 아시아에서 2011년 이후 개관한 갤러리들이 작가 한 명을 단독으로 소개하는 섹션이다. ‘프리즈 마스터즈’는 고대부터 20세기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올해도 전 세계 120여 개 유수의 갤러리들이 참여할 예정. frieze.com
〈Sarah Lucas〉
9월 26일~2024년 1월 14일, 런던 테이트 브리튼
세라 루커스는 대담하고 도발적인 소재와 이미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다. 그는 평범한 물건들을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사용하면서 지난 40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별, 계급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해 왔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며, 사물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탐구하는 그의 40여 년 작업이 집대성된다. 유머와 대담함으로 경계를 허물며 거장의 이름을 획득한 아티스트의 생애 를 엿볼 수 있다. tate.org.uk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Photo : Jurate Veceraite
〈Tavares Strachan〉
9월 중, 페로탕 갤러리 서울
타바레스 스트라찬은 2022년 처음 국내에서 개최된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페로탕 갤로리가 단독 부스로 선보여 대중과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킨 작가다. 바하마 출신으로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하는 작가는 개인적· 사회적으로 수집한 역사와 내면의 이야기에 대해 시각화하고 고찰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즈 아트페어 이후 이어진 파리에서의 개인전 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일 그의 작품 세계 역시 기대해볼 법하다. perrotin.com
OCTOBER
〈Picasso in Fontainebleau〉
10월 1일~2024년 2월 2일, 뉴욕 현대미술관
피카소 작고 50주년을 맞아 특별한 기념 전시가 열린다. 피카소의 창작 에너지가 폭발했던 이른바 ‘퐁텐 블루’ 시기, 즉 1921년 7월부터 9월까지 세 달간 ‘퐁텐블루’ 마을에서 머물렀던 때를 추적하며, 그가 이 시기에 남긴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것. 피카소가 발레 뤼스Ballet Russes 발레단을 위해 남겼던 인쇄물 등 입체파 작품, 퐁텐블루 거주 당시 살았던 빌라를 그린 드로잉을 비롯해 이 시기를 대변하는 대표작 ‘Three Musicians, Fontainebleau’(1921) 등을 사료와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moma.org
NOVEMBER
Mark Rothko, Untitled, oil on paper, 1959, private collection, ©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Mark Rothko〉
11월 19일~2024년 3월 31일, 워싱턴 국립미술관
미국 내에서 마크 로스코의 회화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워싱턴 국립 미술관이 마크 로스코의 대형 회고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완성작으로 인정한 100여 점의 회화를 비롯해 캔버스가 아닌 ‘종이’에 그린 그의 그림들이 최초로 다수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초기 수채화부터 이후 작가의 시그너처가 된 사각형 구도의 유화와 아크릴화가 공개되며, 여기엔 높이 2m에 이르는 대작도 포함된다. 본 전시가 끝나는 2024년에는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에서 순회 전시가 이어질 예정. nga.gov
DECEMBER
Design Miami
12월 중, 마이애미 컨벤션 센터
미술계가 다음 해를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12월, 글로벌 예술 행사의 릴레이는 카리브해의 뜨거움이 남아 있는 마이애미에서 마무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트바젤이 여는 연중 마지막 이벤트인 디자인 마이애미 바젤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주요 디자인 갤러리와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 그리고 막강한 후원을 펼치는 브랜드들의 화려한 쇼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전통의 강자들이 모이는 ‘갤러리’ 섹션, 디자이너와 큐레이터 등에 의해 주제가 정해지는 ‘큐리오Curio’ 섹션 등을 통해 컨템퍼러리 디자인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다. designmiam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