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미디어 아트로 DDP의 은빛 패널을 가득 채우는 빛의 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오는 연말에는 ‘우주적 삶’을 주제로 관람객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할 예정이다.
뉴미디어 아티스트 엔자임의 ‘유니버설 트래블러’.
서울라이트 겨울
기간 12월 17일(토)~2023년 1월 1일(일)
운영 시간 19:00~22:00 (추후 일정 변동 가능)
장소 DDP 서측 전면 222m 외벽
2022 서울라이트 DDP의 주제 ‘우주적 삶(Designing Life at the Universe)’은 성큼 현실로 다가온 우주에서의 삶을 상상하는 동시에 무한한 공간인 우주의 관점에서 일상을 바라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주제에 걸맞게 우주를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재해석한 아티스트들의 미디어 아트를 다채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행사의 특징 중 하나는 치밀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는 것. 지난 9월 열린 ‘서울라이트 가을’과 11월 1일부터 내년 1월까지 운영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전시 〈우주백패킹〉, 그리고 12월 17일부터 1월 1일까지 진행할 이번 ‘서울라이트 겨울’까지, 모두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해 마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즐기는 듯한 재미를 유발한다. 우주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주인공 코스모 워커Cosmo Walker의 여정을 전시 구성과 개별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령 ‘서울라이트 가을’에서 공개한 미디어 아트 ‘코스모 워커’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걸어나가는 인류의 발걸음을 표현한 작품이지만, 동시에 우주적 삶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을 상징한다. 또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우주백패킹〉전은 제목 그대로 우주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부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 범민의 ‘헬로맨: 하트비트’.
올해 행사에서는 특히 ‘서울라이트 겨울’의 핵심 콘텐츠이자 서울라이트만을 위해 특별 제작한 미디어 아트 매핑 쇼 ‘랑데-부Rendez-Vous’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스모 워커가 DDP 우주선 ‘랑데-부’를 타고 경험한 다양한 우주의 모습을 ‘초월-순환-동심’의 테마순으로 보여준다. 자이언트스텝, 엔자임, 범민 등 세 팀의 작가들이 참여했는데, 각자의 영역에서 갈고닦은 뛰어난 역량과 독보적인 개성을 여실히 증명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몰입형 콘텐츠 전시 기획으로 주목받은 자이언트스텝은 ‘여정의 시작(Beginning of the Journey)’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자유롭게 넘나드는 우주 여행의 묘미를 표현한다. 일정한 방향으로 끝없이 빨려들어가는 비주얼이 마치 차원을 이동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데,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디자인한 DDP의 곡선형 외관과 어우러져 관람객의 심상을 극대화한다. 인공지능과 그래픽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엔자임의 ‘유니버설 트래블러Universal Traveler’는 NASA의 우주 사진을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와 결합해 만든 몽환적인 세계를 통해 관객에게 우주 비행사가 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우주의 탄생과 소멸이 순환하는 숭고한 순간을 담은 이 작품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생성 모델(generative ai model)로 영상의 전 과정을 만들었다는 점이 독특하다. 우주 사진과 추상적인 패턴 이미지를 AI 엔진에 학습시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비주얼을 창조했다. 캐릭터 IP ‘헬로맨Helloman’을 기반으로 다양한 작품을 제작하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범민은 ‘헬로맨: 하트비트’로 낯선 이를 처음 만났을 때의 두근거림과 순수한 동심을 표현했다. 우정을 위해 우주를 횡단하는 헬로맨들이 각자 행성에 도착해 친구를 만나는 과정을 그렸다. 코알라와 친구가 되어 코알라와 닮은 모습으로 변신하는 헬로맨 코코, 잿빛 도시 문명 속 수줍은 인간과 친구가 된 헬로맨 샤이언 등 비슷한 듯 다른 캐릭터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작품의 묘미다. 이 외에도 임태규와 스티키 몬스터 랩이 참여해 크리스마스 전용 콘텐츠를 상영하는 크리스마스 이벤트, 범민 작가가 토끼해를 기념해 만든 토끼 헬로맨과 여러 헬로맨들을 현란하게 연출한 새해 카운트다운 이벤트 등 시민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선사할 다양한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seouldesign.or.kr
비주얼 콘텐츠 전문 솔루션 기업 자이언트스텝의 ‘여정의 시작’.
뉴미디어 아티스트
엔자임
“어릴 적 천문학자를 꿈꿀 정도로 우주에 관심이 많아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받았을 때부터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구상한 이미지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있을 정도였으니까. 일반적인 행성과 성운, 은하 형태에 내 환상 속 우주의 형상을 연결하고자 했다. AI 엔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지만 관람객은 인공지능의 개입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현실적인 질감과 색감, 패턴을 디테일하게 구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내 작품이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한편, 관람객 모두 자신만의 우주를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라피티 아티스트
범민
“두 존재의 단편적인 만남이 인연으로 발전하는 스토리를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를 많이 고민했다. 결국 심장의 두근거림, ‘하트비트Heartbeat’가 답이었다. 두근거림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와 색, 움직임 등을 고안해 헬로맨마다 다르게 적용했는데, 덕분에 캐릭터별로 제각기 다른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었다. 222m에 달하는 초대형 파사드에 작품을 투사하면 작은 요소도 매우 크게 보이기 때문에 디테일도 꼼꼼히 마무리하고자 했다. 설령 서울라이트 DDP 행사 자체를 모르더라도 DDP 근방을 지나는 누구나 방문해 유쾌하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와 비주얼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