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블 #거리 #치마 #크리놀린 #1.5m #등나무
©Karen Eloot & Pieter Vanoverberghe
디자인 연구 단체인 리버블Livable 창립자인 셉 베르봄Sep Verboom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한 프로젝트를 연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새둥지를 거꾸로 뒤집어쓴 듯한 여자가 뒤뚱뒤뚱 거리를 걷는 사진이다. 해시태그(#socialdistance #LIVABLEplatform)와 함께 설명 글을 이렇게 썼다. “크리놀린crinoline은 19세기 후반에 여성들이 치마를 불룩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입던 틀이다. 귀족부터 공장 노동자까지 당시 여성들은 크리놀린을 착용했다. 그러나 공장에서의 사고 이후 일하는 동안에는 치마 입는 것이 금지되었다.” 당시 여성들은 허리는 잘록하고 치마는 부풀어 보이기를 열망했다. 무겁고 바람이 통하지 않아 건강에 문제가 생겼지만 여성들은 경쟁적으로 치마를 부풀렸고, 고래 뼈를 바구니처럼 세공한 새장형 크리놀린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셉 베르봄은 디자이너 플로렌틴 플레팅스Florentien Pletinckx와 함께 ‘21세기 크리놀린’을 제작하기로 했다. 그들은 탄성이 좋은 등나무 줄기를 엮어 모래시계 모양의 프레임을 만들었다. 촤르르 펼쳐지는 치맛자락처럼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넓어진다. 가장 넓은 폭은 1.5m로 사회적 거리 두기 길이보다는 작지만, 이걸 쓰고 있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과 접촉할 일이 없다. 21세기 크리놀린을 뒤집어쓰고 걷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런 외침이 들리는 것 같다. “해방된 여성이여, 인류여, 우리는 다시 서로 거리를 두지만 웃으며 걷자.” 리버블은 이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Well-distance-being’이라 이름 붙였다. 한국어로 해석하자면 ‘거리를 유지하되 잘 유지할 것’ 정도가 될 것이다. 셉 베르봄은 이렇게 말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당한 길이는 과연 얼마일까? 육체의 세계와 정신의 세계, 둘 다를 고려한 건강한 거리를 찾아야 한다.” livable.world, livable_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