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클래식’의 활기찬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젊은 음악가들,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명연주자들이 꾸미는 다채로운 연말 클래식 공연을 소개한다.
스미노 하야토 피아노 리사이틀
2021년 쇼팽 콩쿠르가 탄생시킨 스타 중 일본의 스미노 하야토角野隼斗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피아노 비전공자이자 도쿄대 공대 졸업생으로 콩쿠르 당시에도 화제가 됐으며, ‘카텐Cateen’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피아노 채널은 콩쿠르 이후 100만 명까지 구독자가 늘어난 상태다. 특히 게임 음악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OST, 재즈 등을 자유롭게 변주하는 그의 음악에서는 클래식을 넘어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열정과 자유로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첫 리사이틀인 이번 공연에서 그는, 쇼팽 콩쿠르 당시의 경연곡과 다수 겹치는 쇼팽의 레퍼토리로 1부를 연다. 2부는 ‘카텐’으로 활약하는 그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로 꾸며진다. 자신이 편곡한 조지 거슈윈의 명곡들을 비롯해 직접 작곡한 피아노 소곡들을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12월 15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문의 540-2706
2022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의 베토벤 교향곡 ‘합창’
연말의 클래식은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9번 교향곡 ‘합창’으로 마무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카르도 무티Riccardo Muti가 지휘하고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던 공연은 유튜브 조회 수 3900만 회를 넘어섰고,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의 베토벤 9번 교향곡 역시 548만 회를 넘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100여 명에 이르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꾸려져야 하는 만큼, 팬데믹 시기에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만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엔데믹을 향하는 올해, 드디어 서울시향의 연주로 이 교향곡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음악감독인 오스모 벤스케Osmo V nsk 가 임기 마지막으로 여는 공연으로, 안양시립합창단과 서울모테트합창단,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함께 ‘환희의 송가’를 들려준다. 12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12월 15~16일, 롯데콘서트홀. 문의 1588-1210
파보 예르비 & 도이치 카머필하모니
독보적 존재감을 지닌 마에스트로이자 한국에서 특히 사랑받는 지휘자 파보 예르비Paavo J rvi가 내한한다. 함께 내한하는 주인공은 파보 예르비가 18년째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세계 최고의 체임버 오케스트라 도이치 카머필하모니다. 파보 예르비는 도이치 카머필하모니와 함께 최근 브람스 심포니 전곡을 마무리하고, 하이든의 교향곡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하이든의 교향곡 96번 ‘기적’과 104번 ‘런던’을 통해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에 대한 파보 예르비의 무르익은 해석을 만나볼 수 있다. 협연자로는 아름답고 섬세한 음색을 들려주는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가 나서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인 ‘Op.61’을 연주할 예정이다. 12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문의 599-5743
이언 보스트리지와 줄리어스 드레이크의 ‘겨울 나그네’
실연당한 청년이 죽음에 운명을 맡기고 떠나는 여정을 담은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가 남긴 최고의 연가곡으로 손꼽힌다. 허무함과 비애의 감정을 담은 이 쓸쓸한 연가곡은 깊어가는 겨울에 어울리는 배경곡으로도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노래하는 인문학자’로 불리는 세계 정상의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Ian Bostridge가 ‘겨울 나그네’로 한국을 찾는다. 반주를 맡은 인물은 이언과 데뷔 이래 줄곧 함께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Julius Drake. 그는 유명 성악가들과 가곡집을 녹음한 반주자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특유의 미성과 정확한 딕션 등으로 ‘겨울 나그네’에 최고의 깊이 있는 해석을 선보이는 이언 보스트리지의 무대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12월 3일, 롯데콘서트홀. 문의 6954-7760
첼리스트 최하영 단독 리사이틀
2022년은 K-클래식이 열풍을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주목받는 한 해였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첼리스트 최하영이다. 가장 까다로운 클래식 콩쿠르로 알려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그는 결승곡으로 폴란드 작곡가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 협주곡을 선택해 ‘신들린 연주’라는 평을 받으며 클래식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1998년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대담한 연주와 테크닉, 무르익은 해석 등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는 그가 단독 리사이틀 공연을 선보인다. 낭만주의 작곡가 멘델스존,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를 비롯해, 브리튼 첼로 소나타를 최하영만의 해석으로 만나볼 수 있다. 12월 5일, 롯데콘서트홀. 문의 554-4166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창립 40주년 기념음악회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가 기념 공연을 연다. 이번 공연은 지휘자와 협주자, 레퍼토리까지 모든 면면이 흥미롭다. 우선 최근 지휘자로서도 본격적인 발돋움을 시작한 음악가 김선욱이 지휘를 맡는다. 협연은 올해 한국에서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스승인 손민수가 나선다. 그는 <그라모폰>으로부터 “고도로 독창적이고 지성적인 연주”라는 평을 받은 연주자로, 특유의 구도자적인 진지함으로 감동적인 연주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함께하며, 모두 모차르트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돈 조반니> 서곡, 손민수 협연의 피아노 협주곡 27번,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 등을 감상할 수 있다. 12월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문의 785-6843
에릭 루 피아노 리사이틀
클래식 공연 기획사 마스트미디어가 1년간 이어온 ‘2022 더 그레이트 피아니스트 시리즈’가 젊은 연주자 에릭 루Eric Lu의 리사이틀로 마무리된다. 에릭 루는 2015년 열린 쇼팽 콩쿠르에서 17세의 나이로 4위에 입상했으며, 2018년 라두 루푸, 머리 퍼라이어, 김선욱까지 세계적 피아니스트를 배출해낸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클래식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가디언>에서 “우아하고 지혜로우며 시적인 연주”라는 평을 받은 에릭 루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쇼팽을 비롯해, 스크랴빈, 슈베르트의 작품을 선보인다. 유려하게 반짝이는 선율로 엮어내는 에릭 루 특유의 쇼팽 왈츠와 폴로네이즈를 비롯해, 내년 1월 발매될 신보에 실릴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D. 959’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12월 6일,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 문의 541-3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