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유일의 아트페어 ‘아트제주’는 제주도민부터 관광객까지 현대미술을 통해 함께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며 지역에 예술적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조서영 시각디자인 전공 후 프랑스 OECD 본사 IT 부서에서 디자인 업무를 진행했다. 제주도에서 나고자란 토박이인 그는 파리 ‘피악FIAC’을 비롯한 세계적 아트페어를 유랑하며 고향에서의 아트페어를 꿈꿔왔다. 2016년 제1회 아트제주를 시작으로 2022년 현재까지 총괄팀장을 역임 중이다.
제주도가 예술의 섬으로 거듭나고 있다. 2021년 12월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발행한 <제주 문예 연감>에 따르면 제주에 위치한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 갤러리의 개수는 약 185개. 프랑스 외 지역 최초로 제주도 성산읍 숨겨진 통신 벙커에 문을 연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관 ‘빛의 벙커’는 2년 만에 누적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했고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 시네마’는 제주 구도심을 다시 일으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운진항에서 여객선으로 10분이면 닿는 가파도의 국제 레지던스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에서는 전 세계 작가들이 창작에 몰입 중이다.
제주 아트 부흥의 물결을 타고 시작된 아트제주가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다. ‘아트제주 2022’는 롯데호텔제주 컨벤션홀에서 8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진행될 예정. 가장 오랜 입지를 다진 도내 아트페어, 아트제주를 주관하는 사단법인 섬아트제주는 20여 년간 제주 롯데호텔 기프트 숍을 운영해온 강민 대표와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조서영 총괄팀장 등 누구보다 지역 문화를 잘 아는 토박이들이 주축이 되어 이끌어가고 있다.
아트제주 2022 포스터.
“아트제주 외에 지금껏 열렸던 제주도 아트페어는 지역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한 채 섬을 단지 새로운 개척 시장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 도민들의 호응이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주는 관광산업에 큰 부분을 의존하는 지역입니다. 해외 여행길을 막은 팬데믹으로 인해 찾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환경문제를 비롯한 크고 작은 잡음들이 생기기 시작했죠. 저희는 예술 작품을 향유하고 소장하는 문화를 기르는 것이 해결 방법이라고 봤습니다. 롯데호텔 내 기프트 숍을 갤러리로 변모시켰고, 제주도 내 갤러리와 작가들을 찾아갔죠.” 2016년 서귀포에 위치한 롯데호텔 제주에서 시작한 아트제주는 제주시로 거처를 옮겨 그랜드 하얏트 제주, 메종 글래드 제주의 호텔 객실에서 이뤄졌다. “관람객 비율은 도민 80%, 관광객 20% 정도로 집계됩니다. 도민 중에서는 절반 이상의 비율로 토박이보다는 이주민이 많죠. 문화를 소비하는 데 익숙한 고객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아직 제주 내에서 마음에 맞는 커뮤니티를 만나지 못한 분들이 이곳에서 네트워크를 쌓아가는 모습도 목격하고요. 지난 4회를 공항과 가까운 제주시에서 개최하며 내수 시장을 어느 정도 쌓았다고 판단했고, 도민보다는 관광객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해 고급 관광호텔이 모여 있는 서귀포로 돌아왔습니다.”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출신 작가 김유선의 작품. ‘아트제주 2022’ 특별전에서 만날 수 있다. 김유선, ‘Rainbow Garden’, 2007
아트제주 2022는 호텔 객실에서 진행하던 기존 전시와는 달리 총 800평 규모의 호텔 컨벤션홀에서 제주 최초의 부스 형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부터 참여한 가나 아트와 아트웍스파리서울이 어김없이 참석하며 M컨템포러리, 칼리파 갤러리 등이 처음 참가한다. 총 30개의 갤러리는 ‘예술은 우리를 꿈꾸게 할 거야’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성과 환경문제를 비롯한 세계적 이슈에 초점을 둔 작품 1300여 점을 선보인다. 매해 진행하는 제주 특별전은 아트제주의 묘미.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이해강, 제주 태생 작가 고동우, 해요 등 10여 명이 참여한다. 특히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입주 작가인 영국 출신 앤디 휴즈, 이탈리아 출신 아그네스 갈리오토를 비롯해 김유선, 지니 서도 자리를 빛낸다. 안정주·전소정 작가는 외투를 맡기는 컨벤션홀의 클럽룸에 영상을 설치해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페어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관람객들의 수준이 더 빠르게 높아지는 것을 체감합니다. 관심 있는 갤러리를 먼저 추천하는 경우도 있어요. 올해 아트제주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예매 오픈 5분 만에 800명의 정원이 다 찼죠. 아트에 대한 열망과 배움의 니즈가 살아 있음을 매해 온몸으로 느끼는 중입니다.” 2016년 시작 이래 매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아트제주. 지난해 개최한 제5회는 4일간 관람객 7000여 명, 총 거래 규모 25억 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로 흥행했다. 제주 아트페어가 이렇게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로컬 작가들이 풍기는 생동감과 독특한 지역 문화를 느낄 수 있다는 답변 외에 조 팀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작품을 향유하는 심미안은 내면의 여유에서 온다고 믿습니다. 제주도야말로 정신적 평안을 허용하는 아름다운 환경을 갖추고 있죠. 클래식한 인테리어의 롯데호텔도 한몫한다고 보고요. 비행기에 올라 제주에 입도하는 것부터 영감을 불러오는 예술적 경험의 시작이 아닐까요? 서울의 대표적인 아트페어에 비하면 아트제주는 작은 규모지만, 경험의 강도는 그 어느 곳보다 강렬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