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달이 뜬 여름밤 아래, 투명한 정물을 모아두고 새삼 깨달았다. 맑은 성정의 재료는 순수한 영감의 원천이라는 것을. 투명한 재료를 대표하는 유리와 아크릴이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 이유다. 이들이 보여주는 청신한 정취를 흔연히 취하니 말간 성심이 이슬처럼 맺힌다.
교교한 달빛을 품다
우리나라 백자를 대표하는 달항아리가 젊어지고 투명해졌다. 백자와 유리를 결합하거나 뽀얗고 단아한 모습 대신 색유리로 경쾌해졌다.
버려진 유리병 조각을 조합해 만든 화병은 박선민 작가 작품. 쌀을 담는 뒤주를 반투명 무광 아크릴 소재로 재해석한 ‘화이트 노스탤지아 시리즈’는 김현희 작가, 백자와 유리를 접목한 달항아리 ‘+Glass4 시리즈’는 강민성 작가 작품. 입구는 흰색과 투명 유리를 적용해 오묘한 그러데이션을 만드는 달항아리는 이정원 작가 by 조은숙갤러리 판매. 비정형의 거울 ‘12handles’는 PBM 제품. 투명 유리에 금빛 가루가 뿌려진 달항아리는 이정원 작가 by 조은숙갤러리 판매. 뿌연 안개를 표현한 ‘안개 시리즈’와 불투명한 블루 컬러 ‘색화병 시리즈’는 김동완 작가 작품. 아크릴을 수작업으로 염색해 컬러 그러데이션을 입힌 사이드 테이블은 스튜디오 리포소 제품. 파스텔컬러로 장식한 유리 접시 ‘Doodled Dish’는 일본의 미와 이토 작가 by 피노크 판매. 형광색으로 투명한 사각 아크릴 프레임 거울은 앱톤 제품.
“유리는 빛의 물건이다. 나는 유리와 빛을 항상 함께 두고 보게되는데 그 빛을 가만히 보다가 유리가 왜 종교미술에 쓰였는지 느꼈다.”_ 유리편집 김은주 작가
빛을 담은 위로의 오브제
투명한 소재는 빛이 투과하고 반사하는 이중적 특성이 있다. 이는 자유롭고 아득하게 부유하는 느낌을 전한다. 여릿여릿한 빛이 날아든 투명한 유리 작품에 몽환적으로 스며드는 경험은 선물 같은 위로를 안겨준다.
유리로 만든 각각의 새가 주인공인 모빌과 돌 위에 앉은 유리 새 오브제는 모두 유리편집 작품. 염색한 아크릴 소재의 기하학 조각으로 조합한 모빌과 화병은 모두 스튜디오 리포소 제품. 블로잉 기법으로 유리 볼을 만든 뒤 자연스럽게 녹은 형태를 그대로 굳힌 트레이는 kosae 작가 작품. 선의 중첩으로 건축의 아름다움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아크릴 테이블은 스튜디오 신유 제품.
공간을 연결하고 확장하다
투명한 소재는 내외부 경계를 없애거나 모호하게 해 시각적으로 개방감을 준다. 가구와 건축, 인테리어에 투명 소재를 활용하고 투명한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이 발전해온 이유다. 가구에 적용한 투명 소재들이 중첩되며 적절한 열림과 막힘이 생기고 공간을 풍성하게 연결한다.
파란색 투명 아크릴과 스테인리스 스틸이 교차하는 구조가 담긴 ‘슬롯 테이블’은 김성수 작가 작품. 지구본의 해도 모양에서 영감을 받은 노란색 아크릴 판을 적용한 플로어 조명은 PBM 제품. 디자이너 잔카를로 피레티가 폴딩 체어에 투명한 아크릴 소재를 적용해 1967년 출시 당시 큰 찬사를 받은 것은 물론 뉴욕의 MoMA에 소장된 플리아Plia 체어는 카스텔리 by 루밍 판매. 다리 건축물을 표현한 오렌지 컬러 아크릴 테이블은 라바우언, 불가사리를 모티브로 자연스러운 곡선을 디자인한 투명 트레이는 앱톤, 컬러풀한 아크릴 소재의 동그라미와 원통을 배치한 오브제는 PBM 제품. 세모와 동그라미를 교차 배열해 형태를 디자인한 아크릴 소재 조명은 윤경현 작가 작품.
“자연의 유동적인 정취를 인공 재료인 아크릴 덕분에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투명과 반투명을 넘나들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_ 쉘위댄스
자연을 그리는 인공 재료
생활용품에 주로 사용하는 재료인 아크릴이 예술적 영감을 담은 오브제로 탄생했다. 유연하고 왜곡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소재의 특성은 부드러운 물결이나 바람도 형상화해 공간을 자유롭게 채운다.
흔들리는 바람을 아크릴로 표현한 ‘블랭크 윈드’와 바닥에 놓인 ‘블랭크 윈드 TYPE B’는 쉘위댄스 by 에이치픽스 판매. 반투명한 소재의 조각들이 빛을 은은하게 투과하는 조명 갓은 앱톤 제품. 투명한 아크릴 소재의 바스툴은 빌드웰러 제품. 둥근 균 모양으로 표현한 볼 두 개를 포갠 유리 화병은 최유정 작가 by t.t.a 판매. 일렁이는 바람을 표현한 아크릴 플로어 조명은 모두 쉘위댄스 제품.
신비로운 조형적 언어
가마 작업, 블로잉 등 표현 기법에 따라 여러 표정을 보여주는 유리공예. 고강도의 기술과 노동이 필요하지만 창조적 조형미를 구사할 수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 무게를 가볍게 하며 공간에 깊이를 가져다준다.
망각과 상기가 반복되는 모습을 3차원 형태로 표현한 유리 오브제는 박영호 작가 작품. 파스텔컬러 화병은 모두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마리아 이노모토 작가 작품으로 피노크 판매. 자린고비의 상징인 물고기를 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유리 오브제는 kosae 작가 작품. 하얀 오팔 유리로 우유 거품을 포개놓은 듯 디자인한 조명은 글로리홀 라이트 제품. 유리관 세 개를 다리로 사용한 둥근 커피 테이블은 자노타 by 에이치픽스 판매. 버려진 유리병을 조합해 새로운 쓰임을 부여한 유리 화병은 박선민 작가 작품. 노을이나 새벽의 여명 등 자연의 빛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Halo’ 조명은 만달라키 by 챕터원 판매.
오래된 미래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
일상에서 멀어진 과거의 유산을 다시 현재로 불러오는 매개체가 된 투명 소재. 소반, 뒤주, 사방탁자 등 목재로 만든 한국 전통 가구가 폴리카보네이트, 아크릴 등을 만나 새로운 전통을 만든다.
강도가 높고 가벼운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한국 전통 소반을 재해석한 ‘반 클리어Ban Clear’는 하지훈 작가 작품. 투명한 상판과 다리를 조합한 아크릴 테이블은 빌드웰러, 작은 기포가 청량감을 주는 버블 유리 찻잔과 플레이트는 그리고유리스튜디오, 물결 모양의 투명한 아크릴 다리와 둥근 상판으로 구성한 티테이블은 쉘위댄스, 유리알로 도트 무늬를 장식한 컵과 화병은 모두 제로룸 152, 둥근 아크릴 받침에 거울을 세워 원형이 중첩된 디자인의 탁상 거울은 포지티브, 반투명한 아크릴 소재를 몽환적으로 표현한 둥근 인센스 홀더는 하루 제품. 반원과 사각 모양의 유리 조각을 조합한 화병은 스튜디오 Yula by t.t.a 판매.
“투명성은 시각적 빈 공간을 제시하고, 이러한 빈 공간은 나의 작품에 중요한 촉진제가 된다.” _ 정수경 작가
비움의 미학
투명은 비움의 메타포를 담고 있다. 소란스러운 마음을 비우고, 내면의 순수를 지향하는 마음의 투영이다. 명상의 일환으로 즐기는 찻자리의 주인공인 찻 그릇 다완이 도자기 대신 투명한 유리인 것이 생경하지만 비움의 철학이 맞닿아 절묘하다.
짙게 붉은 볼, 검은색 볼, 기포가 무늬가 된 투명한 볼, 대리석 같은 마블 무늬가 있는 볼, 유리 결정체가 얼음처럼 표현된 검은색 볼, 색유리와 투명한 유리의 대비를 함께 표현한 볼은 모두 정수경 작가 작품. 빛을 은은하게 머금은 유리 찻사발(오렌지, 블루, 그레이 컬러)은 모두 이지은 작가 by 솔루나리빙 판매. 고요한 웅덩이에 물방울이 떨어져 일으키는 파동을 표현한 유리 볼과 접시는 모두 000glass, 테이블 중앙에 있는 구멍에 와인을 끼우도록 한 테이블은 게이즈샵 제품. 강화유리 소재 조각들을 연결해 전체를 유리로 구성한 테이블은 글라스 이탈리아 by 보에 판매.
제품 협조 강민성 작가(@918pig), 게이즈샵(gazeshop.com), 그리고유리스튜디오(031-6379-599), 글로리홀 라이트(010-9108-9254), 김동완 작가(@eastwan_kim), 김현희 작가(kimhoney.com), 라바우언(070-7777-0987), 루밍(02-6408-6700), 박선민 작가(@re_bottle_maker), 박영호 작가(@younghopark__), 보에(02-517-6326), 빌드웰러(070-7799-8209), 솔루나리빙(02-736-3618), 쉘위댄스(q.shallwedance@gmail.com), 스튜디오 리포소(010-7209-7315), 아떼라이팅(02-2266-2280), 앱톤(aptone.kr), 에이치픽스(02-3461-0172), 윤경현 작가(yoonkyounghyun.com), 정수경 작가(@chung_sukyung), 제로룸152(02-747-0152), 조은숙갤러리(02-541-8484), 챕터원(02-790-8003), 포지티브(positiv.kr), 피노크(finork.kr), 하지훈 작가(hajihoon.com), 000glass(uniuri000@naver.com), kosae 작가(kosae.co.kr), PBM(0507-1493-4014), t.t.a(070-4773-9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