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무형의 예술이라면 공예는 유형의 예술이다. 지난해 개원 70주년을 맞은 국립국악원은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악의 예술적 가치를 전달하고자 ‘K-마에스트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강신재 예술감독이 공간을 디자인한 두 번째 마당 ‘풍류’는 가곡을 테마로 했다.
판소리를 테마로 한 첫 번째 마당 ‘화연’은 리슨커뮤니케이션 김상윤 대표가 공간 디자인을 했다.
TEAM55667788 류창성 대표가 공간 디자인을 맡은 세 번째 마당 ‘파동’은 산조를 테마로 했다.
〈K-마에스트로〉관
주최·주관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강신재
사업 시행 넥스디자인플래닝
기획·운영 플로스튜디오
공간 디자인 강신재, 김상윤, 류창성
의상 디자인 김영진
협업 공예가 최민정, 이재현, 김유, 김지선, 김한주
캘리그래피 강병인
웹사이트 gugak.go.kr
지난 11월 열린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주제관 〈형형색색〉전만큼이나 화제가 된 전시가 있었다. 바로 국립국악원이 마련한 〈K-마에스트로〉관이었다. ‘K-마에스트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인 이번 무대는 공간 디자이너 강신재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가운데 공예가와 디자이너들이 대거 협업해 국악의 풍취를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공간을 구현했다. “국악 무대라는 공간 속에서 공예가 사물이나 소품으로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보이길 바랐다.”는 강신재 예술감독의 의도에 따라 전시관은 3개의 테마 공간으로 구획했다. 첫 번째 마당인 ‘화연花宴’은 판소리와 매듭 공예를 함께 선보인 자리였다. 최민정 전통 매듭 작가는 ‘꽃 같은 삶들의 잔치’라는 테마에 맞게 화려한 꽃이 천장에 매달린 모습을 1300여 개의 매듭으로 연출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소리꾼의 가락은 다양한 형태로 엮이고 풀리는 매듭 공예와 서로 닮았다. 굽이진 언덕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수많은 매듭 위로 점차 붉게 물들어가는 조명을 연출해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가곡을 테마로 한 두 번째 마당 ‘풍류’는 선비 정신을 표현한 공간으로 강신재 예술감독이 직접 디자인을 맡았다. 두둥실 떠 있는 보름달은 김유 옻칠 공예가가 완성했고 이재현 죽공예 작가는 곧게 뻗은 대나무를 휘어 물결을 표현했다. 대나무 사이에 설치한 4개의 모니터에서 가곡 공연과 물결이 일렁이는 영상을 번갈아 송출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마지막 공간은 산조를 테마로 한 세 번째 마당 ‘파동’이다. ‘허튼가락’이라는 뜻의 산조는 형식을 파괴하고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주인 까닭에 연주자의 기량이 최대한 발휘되는 장르이기도 하다. 김지선 작가의 독특한 기법이 담긴 소재를 아트월로 활용해 공간을 감싸고 김한주 금속 공예가의 4m 높이 오브제가 고요한 빛의 파동을 만들어냈다.
한편 전시 기간 동안 각 공간에서 판소리, 가곡, 산조 공연이 열렸는데 차이킴 김영진 대표는 국악인들의 공연 의상 11벌을 디자인해 격조 있는 전시와 공연을 완성시켰다. 이번 전시는 공예와 국악, 그리고 디자인이 한데 어우러져 전통문화 감상의 경지를 한 차원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