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의 지혜와 정을 느낄 수 있는 한옥이 이색적인 스테이로 각광받고 있다. 여유로운 자연의 정취와 전통을 담아낸 한옥 스테이 4.
미지근한 온도가 주는 휴식
조용한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높은 건물 하나 없이 오래된 가로수보다 낮은 높이의 기와집이 모여 있는 작은 골목이 나온다. ‘미온가 바이 버틀러:리’는 여전히 전통의 모습을 간직한 이곳에 자리 잡았다. 소규모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버틀러:리’는 올해 3월 오픈한 ‘민규당 바이 버틀러:리’를 시작으로 미온가 바이 버틀러:리까지 한옥 콘셉트의 숙소를 연이어 오픈하며 한옥의 대중화에 발맞췄다. 5월 14일 오픈한 미온가 바이 버틀러:리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미온)로 머무는 독채 한옥 공간이다. 침실의 광목천 커튼을 모두 올리면 한옥을 둘러싸고 있는 창덕궁 담과 푸릇한 잔디 마당이 한눈에 보여 고즈넉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도심 속 자연의 휴식을 느낄 수 있도록 큰 틀과 나무를 최대한 많이 활용했습니다. 또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푹신한 침대를 두었지만 침대 헤드를 없애 바닥 생활을 하던 전통적인 느낌은 유지했습니다.” 박성신 과장의 설명이다. 1층 한옥 거실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편안한 리클라이너와 널찍한 소파에서 편하게 휴식하며 영화를 볼 수 있는 현대적인 인테리어의 공간에 당도한다. 박 과장은 “미온가 바이 버틀러:리는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전통과 현대를 적정한 온도로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라고 말한다. 침실 벽면에는 원형 구멍을 뚫어 탁 트인 공간을 연출한 것은 물론 사진을 남기기 좋은 장면을 의도했다. 고객층의 80% 이상이 20~30대 여성 고객이나 연인이라는 점은 이 공간이 편안하면서도 아기자기함 을 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proudbutler
다채로운 한옥의 맛
색다른 분위기의 한옥이 궁금하다면? ‘여느날’로 향하자. 정감 가득한 동네, 서촌의 먹거리 골목에 자리 잡은 이곳의 문을 열면 묘한 분위기의 반전에 압도될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공간 중앙에 위치한 소나무와 화려한 샹들리에. 현대인에게는 조금 낯선 한옥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단장했다는 것이 김성용 대표의 설명이다. 소나무 뒤에는 작은 족욕탕이 숨겨져 있다. 3~4인이 한 번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이곳 역시 김 대표가 특히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라고. “한 공간에 발을 담근다는 것은 친한 사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아닐까요? 여느날은 휴식도 중요하지만 ‘소통’과 ‘모임’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공간에 비치한 전통 놀이 투호 던지기를 하며 색다른 놀이를 즐겨보기도 하고, 족욕탕에 함께 발을 담근 채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널찍한 주방과 테이블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여느 날 같은 모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여느날의 매력은 한 공간에서 다채로운 한옥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다. 거실과 침실 그리고 주방까지 목제의 칠을 조금씩 달리해 다른 분위기를 냈다. 마당은 없지만 한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와와 툇마루를 침실로 들어서는 문에 설치했다. 한옥 안에 또 다른 한옥이 있는 듯한 이색적인 구성이 눈길을 끈다. @usualday_
감각을 깨우는 하루
“예부터 서촌은 시인, 작가, 화가 등의 문예인이 나고 자란 곳입니다. 서촌의 정체성을 기리고자 갤러리 콘셉트의 ‘더채:갤러리’를 오픈했습니다.” 김수정 대표의 설명이다. 이곳은 서촌을 대표하는 화가 이중섭을 비롯해 추사 김정희, 겸재 정선의 작품이 공간 곳곳을 장식한다. 한옥의 우아함을 담은 테이블과 조명, 침대 프레임과 장식장 등은 모두 스튜디오 에어의 작품. 가구의 수려한 곡선과 짙은 색 목재가 한옥의 기와를 연상시킨다. 빔 프로젝트 스크린마저 광목천으로 제작한 센스가 돋보인다. 다채로운 감각을 충족시키는 더채:갤러리를 채우는 향은 ‘취 프로젝트’의 ‘달빛 비치는 광양 매화 향’. 우리 전통 떡살 무늬를 새긴 규조토에 오일을 적시면 시원하고 은은한 나무와 꽃 향이 서서히 퍼진다. 선반에 준비된 싱잉 볼을 울리면 마당 노천 욕조의 물소리, 풍경 소리와 함께 고즈넉한 한옥이 더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지금껏 갔던 호텔보다 한옥이 더 좋아요!”라는 어린이 손님의 후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김 대표. 실제로 뛰놀기 좋은 마당과 노천 욕조 덕에 아이가 있는 가족 손님이 자주 찾는다. 대문에서 가장 가까운 행랑방에서 중간방, 부엌을 낀 건넌방, 안방까지 시원하게 연결된 방들이 전부 마당을 향한다. 소통과 개방성을 강조한 한옥의 정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영어 ‘더The’와 사랑채에서 따온 우리말 ‘채’를 더한 한옥 브랜드, 더채는 올해 안으로 총 5개의 지점을 완성할 예정이다. 코트야드부터 갤러리, 라이브러리, 스파 등 각각의 특색을 담아 뻔하지 않은 한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thechae_gallery
한옥의 유연한 구조가 주는 편안함
건축가가 기획한 한옥은 어떤 모습일까. ‘정연재’는 건축가 김은희가 현대 한옥에 대한 사려 깊은 고민을 풀어내 완성한 공간이다. “정연재는 1938년 수도였던 한양의 근대도시 전환에 맞춰 지은 도시형 개량 한옥으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한옥의 안락함과 묘한 생동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현대의 편리함을 담아낸 현대 한옥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를테면 칸을 연결해 공간을 크고 작게 만드는 한옥의 유연성을 표현하고자 문을 닫았을 때 벽으로 변신하는 판문을 설치했죠. 이를 통해 막힘없이 이어지는 정연재의 가변적 공간 구획이 가능해졌습니다.” 그가 꼽는 한옥의 가장 큰 매력은 집의 내부와 외부가 자연스레 이어지는 확장성이다. 수납공간 확보를 위해 벽면으로 공간을 막는 다른 현대 한옥과 달리 곳곳에 뒷마루를 마련해 수납을 해결하고, 이 작은 틈을 통해 빛과 바람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주방의 위계를 조연에서 주연으로 바꾼 발상의 전환 역시 특별하다. 주방을 모든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는 집 중앙에 배치해 집의 풍광은 물론 멀리 마당까지 한눈에 들어오게 했다. 정연재에서는 한옥뿐 아니라 도예 작품으로도 전통을 체험할 수 있다. 5월부터 매달 ‘이달의 작가’를 선정해 한옥에 어울리는 도예 작품 기획전을 개최중. 전시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해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다. 한옥 스테이에서 작가와 대중을 잇는 온·오프라인 문화 공간으로 한 걸음 확장한 것이다. 대미를 장식하는 루프톱에 오르면 북촌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부터 청와대 뒷산, 동네 기와지붕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한옥의 연결성과 닮았다. @jeongyeonjae_hanok
정연재에서 이곳을 운영하는 부부의 도자 브랜드 ‘자기만족’의 도자기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