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주제로 다룬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책을 펴낸 출판 편집자들에게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톰 리빗카낵 지음, 홍한결 옮김, 김영사
“2015년 파리 협정 체결을 이끌어낸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와 그의 선임고문이었던 톰 리빗카낵이 지은 책. 당시 195개국이 어떤 문제의식을 지니고 협약을 맺었는지, 나의 삶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친절히 알려준다. 자동차 수, 항공기 운항이 줄어들고 철도 중심으로 수송 체계가 바뀔 것이라는 미래 예측을 담는 등 복잡한 사안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도 눈여겨볼 점. 우리에게 ‘단호한 낙관 stubborn optimism’의 태도를 요구하며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3가지 마음가짐, 10가지 행동 지침을 제시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_ 김영사 강영특 편집자
모호한 다짐 대신 강력한 선언
기후정의선언
‘우리 모두의 일’ 지음, 조천호 보론, 이세진 옮김, 마농지
“개인이 쓴 책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Notre Affaire a ` Tous’이라는 프랑스 환경단체가 발표한 선언문이다. 선언문에는 23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을 하며 힘을 보탰다. 단체는 기후 대책을 세우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파리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후 온실가스 감축안을 포함한 판결을 촉구하며 시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현실의 상황이 긴급할 때, 그러나 그 절박함과 대응의 간극이 클 때 우리에게는 ‘격문’이 필요하다. 위기의 시대는 ‘선언’의 시대이기도 한 것이다. 1초라도 빨리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선언이 우리의 마음을 격동시키기를!” _ 마농지 김미정 편집자
국가를 넘어선 전 지구적 정치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브뤼노 라투르 지음, 박범순 옮김, 이음
“파리 정치학교 교수이자 프랑스문화재단 단장인 프랑스 사회학자 브뤼노 라투르가 2017년 펴낸 뒤 올해 초 국내 출간된 책이다. 저자는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과 대규모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오늘날의 상황을 ‘신 기후 체제New Climatic Regime’라 선언한다. 각국의 정치가 어떻게 현재의 기후 문제를 불러일으켰는지 짚으며 국가라는 범위를 넘어선 ‘정치’의 필요성을 피력한다. 특별히 한국어판 서문에는 브뤼노 라투르가 팬데믹 상황과 책의 주제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내용을 더했다.” _ 임재희 프리랜서 편집자
빙하가 사라진 미래에 대한 이야기
시간과 물에 대하여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 지음, 노승영 옮김, 북하우스
“2018년 8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치러진 ‘빙하 장례식’ 뉴스를 기억하는가. 당시 추모비에 글귀를 쓴 아이슬란드 작가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이 사라져가는 빙하를 주제로 쓴 책이다. 북유럽 신화와 역사에 대해 다루고 빙하학자와 지리학자 등의 인터뷰를 담아 폭넓은 이해를 이끌어낸다. 달라이 라마와 나눈 기후 위기 대담도 눈여겨볼 점. ‘죽어가는 빙하는 봄만큼 조용하다. 얼음은 열기와 햇볕에 녹아 개울이 되어 졸졸 흐른다. (중략) 이 상황을 침묵의 봄이라고 불러도 좋으리라. 봄이 가면 여름이 온다. 기나긴 지구의 여름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_ 북하우스 허정은 편집자
종種 다양성을 위한 인류의 노력
세계의 끝 씨앗 창고
캐리 파울러 지음, 허형은 옮김, 마르 테프레 사진, 마농지
“전 세계 1750개의 종자 은행에서 위탁받은 100만 종 이상, 5억 개가량의 종자 샘플을 보유한 현대판 노아의 방주, 노르웨이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를 다룬 최초의 저작이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자원의 하나인 작물 다양성 보존 문제를 조명한 점에서 희소하다.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회의주의를 토대로 지어지지 않았다. 종말의 날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손에 건설되지도 않았다. 낙관주의자들과 실용주의자들, 인류와 작물이 다가올 변화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보존하려고 뭐든 해보려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시설을 지어 올렸다’ 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그곳을 만든 사람들의 헌신과 열정이 우리의 행동을 돌아보게 만든다.” _ 마농지 김미정 편집자
탄소 중립을 위한 실질적 계획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 김영사
“개인의 삶에서 기후 위기를 위한 실천 방안을 강구하는 책은 많지만 기술, 공공 정책, 시장구조를 세부적으로 짚어보는 책은 드물다. 빌 게이츠는 2050년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제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선진국이 우선 제로 탄소를 실현할 솔루션을 개발하는 방법을 ‘기술 낙관론자’의 시선에서 제안한다. 가령 미국 ‘국립 에너지 혁신 연구원’을 설립해 시장에 출시하는 모든 제품을 연구하거나 세금 인센티브, 청정 에너지 기준법 등을 제정할 것을 주장하는 식이다. 그의 진단을 통해 인류가 어떻게 힘을 합쳐 기후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지 선명한 상상을 해봄으로써 전 지구적 논의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_ 김영사 박민수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