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성호, 이상진
2004년 고 최은석, 김준한, 이동훈이 설립한 디스트릭스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기술을 선도하며 인지도를 쌓아 올렸다.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전시관 ‘라이브파크’를 오픈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7년에 입사해 2016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이성호는 경영학을 전공한 회계사였다. 안정적인 미래 대신 디스트릭트를 선택한 이면에는 크리에이티브한 사내 분위기와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미래가 밝을 거라는 전망이 자리했다. 그의 판단은 옳았고 현재 공동 창업자들은 부사장 자리에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서포트하고 있다. 한편 디스트릭트가 창립될 때 합류한 이상진 부사장은 지금까지 다양한 국내외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그는 디스트릭트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에이스트릭트 프로젝트 그룹을 매니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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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여름휴가 계획을 모두 취소한 채 집에 머무르던 지난 4월.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릴 것처럼 시원한 파도가 서울 도심 한복판을 덮쳤다. 바로 삼성동 코엑스 광장에 설치된 대형 LED 전광판을 통해 상영된 공공 미디어 아트 ‘웨이브Wave’였다. 곡면형으로 꺾인 스크린 속에서 실제로 요동치는 듯한 압도적인 비주얼의 파도는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을 기획한 곳이 바로 디스트릭트d’strict다. 현재 디스트릭트 대표를 맡고 있는 이성호는 회사의 지난 16년을 크게 네 시기로 구분한다. 먼저 회사를 설립한 2004년부터 2008년까지가 디스트릭트 1.0시대로 웹사이트 등을 제작하는 웹 에이전시로 기반을 쌓던 시기였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2.0시대로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새롭게 출현한 뉴미디어와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기업 대상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주로 맡았다.
3.0시대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다. 2012년 일산 킨텍스 내 1만m² 면적의 공간에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관 라이브파크Live Park를 조성한 것은 디스트릭트의 역사를 새로 쓴 사건이었다. 150억 원 규모의 3D 입체 영상, 홀로그램, 증강현실(AR), 인터랙티브 미디어, 키넥트 조형물, 설치미술 등 디스트릭트의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해 조성한 라이브파크에는 세계 최초·최대 규모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당시 팀랩 관계자들이 답사를 와서 벤치마킹할 정도였다고. 그러던 중 당시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최은석 대표가 세상을 떠나면서 라이브파크의 상설 전시가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2015년에는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고, 제주도에 실내 디지털 테마파크 ‘플레이 케이팝Play K-pop’을 조성하는 성과도 거두었으나 2018년 중국에서 수주한 100억 원대 프로젝트에서 20억 원에 달하는 잔금을 받지 못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디스트릭트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모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동안 대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투자하고 기획한 프로젝트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비즈니스 구조를 떠올린 것이다.
그리고 2020년 디스트릭트는 4.0시대를 열었다. 그 개막을 알린 것이 바로 케이팝 스퀘어 전광판을 통해 선보인 ‘웨이브’다. ‘웨이브’는 CNN을 비롯한 해외 매체에서 큰 관심을 보이면서 작품이 상영되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의 누적 조회 수가 1억 회를 넘겼다. 덕분에 한 달로 예정했던 상영 기간이 4개월 더 연장되었고,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삼성 LED 전광판이 걸려 있는 밀라노 두오모 성당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상영할 공공 디지털 아트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제주도에 오픈한 아르떼뮤지엄Arte Museum은 4630m² 규모로 미디어 아트 전시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디스트릭트는 ‘시공을 초월한 자연’이라는 몽환적인 가상 세계를 구현해 관람객이 공간을 누비면서 몰입형 체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웹 에이전시를 넘어 세계 수준의 실감형 콘텐츠를 창조하고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직원들이 크리에이티브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에이스트릭트a’strict라는 프로젝트 팀을 조직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8월 ‘별이 빛나는 해변Starry Beach’이라는 대형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국제갤러리를 통해 데뷔한 에이스트릭트는 디스트릭트 내부의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이다. 거울로 반사되는 칠흑같이 검은 공간에 집채만 한 파도가 초현실적으로 몰려오는 풍경을 창조한 ‘별이 빛나는 해변’은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는지 분명하게 각인시킨 작품으로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이상진 부사장의 총괄 아래 에이스트릭트는 이 같은 실감형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디자이너, 물리학자, 컴퓨터공학자, 기획자, 동양화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디스트릭트 구성원들이 에이스트릭트라는 이름 아래서 프로젝트 특성에 맞춰 자유롭게 조직된다. ‘웨이브’를 신호탄으로 한 디스트릭트 4.0시대의 개막은 한국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알리는 지표가 된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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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제주 애월에 오픈한 상설 미디어 아트 체험관, 아르떼뮤지엄. 과거 스피커 공장이었던 건물을 미디어 아트를 즐길 수 있는 거대한 몰입형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금빛 모래 폭포가 쏟아지고, 바다 위에 오로라가 펼쳐지는 장면은 이곳에서만 체험할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인 에이스트릭트의 ‘별이 빛나는 해변’도 이곳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디스트릭트의 새로운 도약을 알린 공공 디지털 아트인 ‘웨이브’(2020). 서울 코엑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케이팝 스퀘어 전광판에서 4월 한 달간 상영되었다가 유튜브를 통해 해외에서 주목받으면서 9월까지 상영이 연장되었다.
2011년 일산 킨텍스에 조성한 초대형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공간 ‘라이브파크’. 공연, 전시, 예술, 음악,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4D 디지털 기술과 접목해 화제가 되었다. 총 7개의 테마 공간으로 구성되었으며, 사진은 아바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150m 초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라이브 스퀘어’의 모습이다.
디스트릭트의 아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그룹 에이스트릭트의 첫 작품 ‘별이 빛나는 해변’(2020). ‘웨이브’를 본 국제갤러리의 제안으로 에이스트릭트의 첫 단독 전시가 성사되었다. 프로젝션 매핑으로 창조된 거대한 파도가 휘몰아치는 공간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