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정형, 정기훈, 안재연, 오유미, 박세범, 최병석
아워레이보는 조각, 설치, 플라워, 시각·공간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와 작가가 모인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주로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전시 디자인을 비롯해 다양한 아트 마케팅 프로젝트를 기획 및 디자인하는 아워레이보의 작업은 일반적인 공간 디자인 언어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미있는 일을 도모하며 모두가 잘 살아가는’ 예술·디자인 필드를 고민하는 이들은 ‘JTBC 신사옥 미술 장식품 스테이션’의 진행 및 설계, 제작과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이에로 아르니오〉 전시 공간 디자인을 맡았으며, 지난해에는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의 〈더치 퍼레이드〉 전시 공간 디자인, 스페이스원에 위치한 이새 매장 리뉴얼 디자인 등을 선보였다.
2012년에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아워레이보의 설립 멤버는 대부분 성북구 삼선동 동네 주민이었다. 본래 ‘레이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는데 멤버가 모이면서 ‘아워our’가 붙었다. 여기에는 사람들이 ‘레이보’를 ‘네이버’로 잘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아 ‘아워’를 붙였다는 ‘웃픈’ 에피소드도 있다. 아워레이보는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에스팩토리, KCDF갤러리, 북서울시립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등 수많은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열린 크고 작은 전시 기획과 공간 디자인, 설치 및 프로덕션에 참여했다. 사운드, 영상, 설치 등의 요소를 혼합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였던 ‘JTBC 신사옥 설치물’부터 언더그라운드 클럽 문화를 인문학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접근한 현대카드 스토리지의 〈굿나잇: 에너지 플래시〉 전시까지, 그 스펙트럼에서 아워레이보의 스타일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각각의 개성이 온전히 드러나면서 전혀 다른 임팩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오픈과 함께 진행한 〈더치 퍼레이드〉(이여운 기획)는 팝업 형태의 전시 디자인이었고, 반응이 좋아 전시 기간이 연장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바라캇 컨템포러리의 전시 공간 디자인, 2017년부터는 매년 연말에 진행하는 예스24의 ‘올해의 책’ 행사 디자인을 비롯해 크리스챤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의 나선형 계단(2015), ‘APAP 공공 미술 서점에서’ 프로젝트의 합체 책장(2014), 소전서림이 기획한 ‘도서관 의자 시리즈’ 디자인(2019) 같은 가구, 설치물 등 그야말로 예술과 디자인, 전시 전반에서 아워레이보의 손길을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그것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이들은 ‘오히려 스타일이 확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아워레이보가 ‘전시’ 혹은 ‘전시 형식을 띤’ 퍼포먼스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콘셉트나 기획에 따라 소재와 제작 방식 등이 달라지는 다양성, 짧은 시간에 강한 인상과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 등이 그렇다. 이는 태생적으로 멤버 모두가 매번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찾고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그 결과 보통의 디자인 언어와는 전혀 새로운 형태로 공간이나 가구, 소품을 만들고 또 최적의 효과를 위한 방법을 찾아나가는 ‘겁 없음’과 ‘유연함’이 아워레이보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아워레이보는 최근 ‘회사’로서의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덩치가 커지는 구조가 아니라 체계를 갖춰 소모적이지 않게 양질의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아워레이보 멤버 이정형, 정기훈과 작가 이예승은 지난 10월, 삼선동에 ‘디스 이즈 낫 어 처치(이하 TINC)’라는 복합 공간을 새롭게 오픈했다. TINC는 ‘보여지는 모든 것’의 모든 형태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모색해온 아워레이보의 새로운 거점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보여지는 방식에 대한 실험을 거듭하며 예술과 디자인이 소비되고 경험되는 다양한 형태를 고민하는 것이 아워레이보의 목표로, 지난 12월 11~15일에는 신자유 프로덕션 기획으로 미디어 아티스트 태싯그룹의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는 아워레이보 내에 콘텐츠를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예술과 대중, 예술과 기업의 다양한 접점을 모색하는 아워레이보의 퍼즐은 앞으로 훨씬 더 다채롭게 이어질 예정이다.
@our_labour
현대카드 스토리지 〈굿나잇: 에너지 플래시 Good Night: Energy Flash〉 전시 공간 디자인. 현대미술의 시각에서 언더그라운드 클럽 문화를 새롭게 해석한 자리로, (페기 구Peggy Gou, 목정욱, 어슘 비비드 아스트로 포커스 Assume Vivid Astro Focus, 벤 켈리BenKelly 등) 많은 작가들의 설치, 미디어, 사운드 등 시대와 개성이 각기 다른 작품을 배치했다. 공간 전체를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무드가 느껴지도록 했다. 사진 제공 현대카드
바라캇 컨템퍼러리 〈여림의 미학Fragility and Nobility〉전의 19세기 명품 유리기를 위한 황금 장식장 디자인.
JTBC 신사옥 미술 장식품. 한·중·일 예술가, 큐레이터들의 협업으로 아시아 민주주의의 이상과 함께 자유, 평등, 우애를 상징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1차원의 선, 2차원의 면·벽면 설치, 3차원의 구, 그리고 4차원의 시간 개념을 공간에 담아냈다.
2020년 갤러리아 백화점 광교점 오픈을 기념해 진행한 팝업 스토어 형태의 전시 〈더치 퍼레이드〉. 펠트, 철재, 목재 등 다양한 소재를 복합적으로 사용해 더치 디자인의 개성과 위트를 표현했다.
바라캇 컨템퍼러리에서 열렸던 하산 하자즈의 〈다가올 것들에 대한 취향A Taste of Things to Come〉 전시 공간 디자인. 강렬한 색채와 패턴의 월페이퍼로 전시 공간을 구성하고 아트오브제를 사용해 모로코 부티크 콘셉트를 나타냈다. 사진 제공 바라캇 컨템퍼러리
2020년 성북구 삼선동에 문을 연 디스 이스 낫어 처치. 구 명성교회를 레노베이션한 건물로 전시와 공연 등이 열리는 복합 공간이다. 4층에는 아워레이보의 작업실을 만들었으며, 독특한 내부 구조와 교회 건물이라는 점을 최대한 살려 디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