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추억한다. 세계의 시간이 멈추고 외출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쇼는 계속되고, 디자이너들은 더 큰 미래를 향해 도전했으며, 브랜드 역시 발전적 행보를 모색했다. 2가지 키워드로 살펴본 2020년 패션계의 변화.
POWER MOVES
프라다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스
2020년 2월,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Raf Simons가 프라다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했다. 질 샌더와 디올, 캘빈 클라인을 거치며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실루엣으로 많은 팬을 확보해온 라프 시몬스가 프라다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 많은 이의 기대가 쏟아졌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처음으로 합작한 2021 S/S 프라다 컬렉션은 한층 세련된 분위기와 감각적인 옷들로 두 사람의 성공적인 만남을 증명했다.
펜디 여성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
디올맨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Kim Jones는 펜디 여성 컬렉션의 아티스틱 디렉터라는 새로운 직함을 추가했다. 펜디 가문의 후계자 실비아 벤추리니가 액세서리와 남성복에 집중하는 동안, 킴 존스는 오트 쿠튀르와 여성복 그리고 퍼 컬렉션을 담당하게 된다. 2개의 강력한 브랜드를 오가며 활약할 그의 열정적인 결과물은 내년 2월 2021 F/W 레디투웨어 컬렉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방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메튜 윌리엄스
올해 34세인 메튜 윌리엄스Matthew M. Williams가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었다. 2015년에 첫 여성복 브랜드 ‘알릭스Alyx’를 론칭하며 패션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2016년 LVMH 프라이즈 최종 명단에 들며 가파른 성공 가도에 올랐다. 6월부터 지방시를 이끌게 된 그의 데뷔 무대는 2021 S/S 패션쇼. ‘하드웨어hardwear’를 주제로 성별의 관념을 뛰어넘은 강렬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루이 비통 여성 레더 굿 디렉터, 조니 코카
자신이 처음 커리어를 시작한 브랜드에 지휘관으로 금의환향한 기분은 어떨까? 멀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조니 코카Johnny Coca가 지난 6월 루이 비통으로 자리를 옮겼다. 루이 비통의 핸드백 디자이너로 업계에 입문한 이래 발리와 셀린느, 멀버리를 거쳐 고향에 돌아온 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손잡고 루이 비통의 여성 핸드백 컬렉션을 총괄한다.
NEW FLOWS
Mulberry
코로나가 바꾼 세상
‘코로나19’라는 단어 없이 2020년을 얘기할 수 있을까? 상점이 문을 닫고 공장이 가동을 중지한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고 긍정적 기운을 전하기 위해 패션 업계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프라다와 루이 비통은 장인들과 함께 보호 마스크 생산에 나섰고, 불가리도 손 소독제를 지원했다. 발렌티노와 지안비토 로시 등도 성금 기부로 힘을 보탰다.
클릭 한 번으로 명품 쇼핑
보건상의 이유로 외출이 꺼려지는 요즘, 집 안에서 손쉽게 쇼핑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편의가 반갑게 느껴진다.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내에 명품 섹션을 마련한 것도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는 예. 각 패션 브랜드들도 다양한 온라인 유통 채널 확보와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올해 국내에도 오픈한 프라다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단 24시간 동안만 판매하는 ‘프라다 타임캡슐’ 제품을 선보인다. 에르메스도 지난 9월 국내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했다.
Louis Vuitton
디지털로 감상하는 패션쇼
코로나19의 여파는 패션위크 분위기도 바꿔놓았다. 매년 6월 말 진행되는 오트 쿠튀르 패션쇼는 올해 대다수 브랜드가 영상으로 대체했고, 가을에 열리는 2021 S/S 패션쇼도 소수의 관계자들만 참석한 채 프라이빗하게 치러졌다. 전 세계인이 각자의 집에서, 한날한시에 유튜브 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디지털 방식으로 새 시즌의 의상을 감상하는 편리하면서도 기이한(?) 모습이 이번 2020 S/S 패션위크의 풍경이었다.
PRADA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요즘 패션 브랜드들의 화두는 ‘지속 가능성’이다. 파타고니아는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의류 및 액세서리를 꾸준히 선보이며, 에르노는 아예 친환경적 특징을 내세운 세컨드 레이블 ‘에르노 글로브’를 론칭했다. 재생 나일론을 사용하는 멀버리의 ‘M’ 컬렉션도 주목할 것. 버버리는 26개 스타일을 친환경 소재로 재해석한 ‘리버버리 에딧ReBurberry Edit’ 컬렉션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