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훈과 김동훈 두 디자이너가 이끌어온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랩’이 설립 10주년을 맞아 매일 1개의 스툴을 제작하는 ‘스툴365’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에는 디자인에 대한 그들의 애정과 작업 태도가 담겼다.
국립현대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진행하는 전시 공간 디자인을 도맡고, 크고 작은 개인전을 열어온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랩Zerolab’이 올해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 해 동안 하루 1개씩 스툴을 제작해 인스타그램(@stool365)에 업로드하는 ‘스툴365’ 프로젝트다. ‘잠시 앉아 쉬는 높은 스툴’, ‘팔을 걸치기 편한 스툴’, ‘동글동글 등받이 스툴’ 등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직관적인 이름을 지닌 스툴을 올해 첫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지난 8월 동교동의 ‘무신사 테라스’에서 전시 을 연 제로랩의 대표이자 디자이너 장태훈과 김동훈을 만났다.
“제로랩 탄생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스튜디오를 차릴 때 목표가 ‘10년만 버티자’였죠. 결국 목표를 이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스스로 물었을 때 꾸준히, 성실하게 우리 일을 해왔기 때문이란 답이 나왔어요. 이런 작업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1일 1스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전시장에 매일 나와 있다는 장태훈 디자이너는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는 매달 전시를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비정기적으로 전시를 열게 되었다고 했다. 상반기 동안 만든 200점에 가까운 스툴이 열을 맞춰 전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많은 디자이너가 자신이 다루는 장르나 재료, 툴 자체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해요. 제로랩의 경우 그게 가구였고, 그 범주 안에서 가장 작은 단위가 스툴이죠.” 김동훈 디자이너의 말처럼 제로랩은 과거에도 스툴만 모은 개인전을 열고, 스툴 만들기 클래스도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나온 디자인은 0번을 제외하고 모두 새롭게 제작한 것이다. 올해는 하루가 더 있는 윤년이라 매일 1개의 스툴을 올리면 총 366개가 되기에, 첫 시작은 이제껏 만든 것 중 가장 기본이 된 것으로 정해 0번을 붙였다. “일주일씩 번갈아가면서 작업을 맡고 있는데, 어떤 기준을 정해두지 않고 서로 자유롭게 원하는 방식대로 작업하고 있어요. 이번 일 외에도 외부 프로젝트를 할 때 디자인은 각자 맡고 제작이나 설치 정도만 도와주고 있습니다. 서로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기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 날에도 작업을 하고 왔다는 장태훈 디자이너는 매주 한 가지 소재나 제작 방식, 기능 등에 집중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훌륭한 개별 작품을 선보이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스툴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게 핵심이에요. 하나만 놓였을 땐 큰 감흥이 없지만 이렇게 한 공간에 펼쳐놓으면 의미를 지니게 되죠. 둘 다 이번 프로젝트를 할 때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가끔은 쏟아내듯 작업하는 게 필요하고 이를 통해 배우는 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 김동훈 디자이너는 스툴을 만들며 형태와 재료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어 외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0년 차 디자이너로서 고민을 덜고 자유롭게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을 하기가 어려워요. 외부와 함께 하는 일은 진지하게 임하며 뚜렷한 의미를 획득해야 하죠. 그래서 가볍고 솔직하게 우리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작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장태훈 디자이너는 하반기에는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나 브랜드와 협업해 스툴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무신사 테라스와 함께 7점의 스툴을 만들어 판매를 시작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는 몇 가지 스툴을 상품화해 판매할 계획이다. “또 다른 10년을 버티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지난 시간처럼 매일 성실하게 일하는 디자이너로 남고 싶습니다.” 지속성의 힘을 보여주는 제로랩은 오늘도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