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도구家財道具에서 가재도구佳財道具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인테그의 송승헌·조윤경 대표가 부모님의 집터에 당시의 흔적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새롭게 쌓아 올린 인테그 사옥. 북촌 초입에 와편 담장을 닮은 표정으로 조용히 서 있는 건물은 “교차로의 커다란 은행나무 앞에서 만나자”는 문장 속 은행나무처럼 동네의 이정표가 되어가는 중이다. 1·2층은 카페, 지하층은 머티리얼 아카이브 겸 갤러리, 3·4층은 사무실로 쓰는 이 장소가 행복작당 기간 동안 행복의 베이스캠프가 되었다. 카페 이오이 서울은 웰컴 센터로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고, 탁 트인 층고가 인상적인 지하 공간은 <행복> 기획전의 전시장이자 일본의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의 창립자 겸 디자이너 미나가와 아키라의 디자인 토크 무대가 됐다. 3층 오피스에서는 인테그의 두 대표가 그간의 작품을 나누는 렉처가 열리기도 했다.
인테그 사옥 지하 갤러리에서 펼쳐진 <행복이 가득한 집> 기획 전시 전경. 3백여 점의 가재도구를 대형 테이블 위에 전시했다. 정면 벽에 걸린 대형 태피스트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영희가 미나 페르호넨의 패브릭을 활용해 디렉팅한 아트워크 ‘우사기와 토끼’. 이번 아트워크와 연계해 오는 12월 10일(화) 오전 11시, DDP에서 개최 중인 전시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을 서영희 디렉터의 도슨트로 함께 보는 이벤트가 열린다. 티켓 20% 할인, 서영희 디렉터가 디자인한 에코백을 함께 제공한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 인스타그램 (@homelivingkorea)에서.
전시 <수선하는 삶>에서 소개한 작품. 공예 작가 다섯 명이 과거의 도구를 각자의 방식으로 수선한 것으로, 온양민속박물관의 전시 <박물관 안 수선집>의 작품을 가져와 전시했다.
그중에서도 메인 이벤트는 <행복> 기획전. 지난 행복작당 서촌에서 전시 <서촌퍼니처: 페이크 쇼룸-가구의 흔적>을 선보였던 콘텐츠&브랜딩 에이전시 학과꽃이 기획하고, 스타일링 스튜디오 고고작업실이 연출을 맡았다. “행복작당 북촌의 부제인 ‘가가호호家家好好’에는 모든 집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거기에서 생각을 확장해 아름다운 집에 존재하는 사물에 대한 전시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 쓰게 되는 물건은 어딘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잖아요. 기능이 편리해 손에 착 달라붙는다거나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스토리가 담겨 있어서, 혹은 개인적 기억이 더해지면서 사랑스러워지기도 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더 이상 쓰지 않더라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게 되고요. 그렇게 집의 재산에서 아름다운 집의 사물이 되어간다는 의미를 담아 <가재도구家財道具에서 가재도구佳財道具로>라는 제목의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왼쪽 전시 <가재도구에서 가재도구로>의 한 장면. 컬러풀한 주방용품은 드림팜 제품으로 룸코펜하겐, 가드닝 제품은 세븐가드너스. 오른쪽 송승헌·조윤경 대표가 설립한 건축 기반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 인테그의 사옥. 인테그는 브랜딩, 기획, 설계 전반을 넘나들며 공간을 디자인한다.
전시된 작품은 모두 3백여 점. 대형 테이블 위에 가득 펼쳐진 물건들은 모두 옛날부터 지금까지 여러 시대에 걸쳐 다양한 용도로 쓰던 가재도구다.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소장한 작품부터 꽃무늬가 그려진 찬합, 스테인리스 스틸 주전자와 냄비, 나무 국자까지. 한 프레임 안에 모여 있는 물건은 어쩐지 정감이 가고, 오늘 아침 무심코 지나친 집의 풍경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바로 옆 작은 테이블에 전시 속 전시처럼 마련한 <수선하는 삶>은 지난 4월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박물관 안 수선집>의 작품 중 일부를 가져와 전시했다. 오브제 다섯 개는 공예 작가 다섯 명이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과거의 도구를 각자의 방식으로 수선한 작품이다. 이를테면 새끼줄을 엮어 만든 병아리집인 어리는 손뜨개질로 자연을 짓는 오수 작가가 초록 실로 문을 만들고 그물망을 손보았다. 비록 병아리집으로 다시 쓰일 일은 없겠지만, 작가의 손길을 거쳐 어리는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갖추게 되었다.
미나가와 아키라 대표와 함께한 디자인 토크 전경. 미나 페르호넨 원단을 이용한 아트워크를 전시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영희와 함께했다. 2 1층 카페 공간 한쪽에 오뚜기 카레 에세이 공모작이 담긴 카레 다이어리와 카레 향수를 전시했다. 3 송승헌·조윤경 대표가 설립한 건축 기반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 인테그의 사옥. 인테그는 브랜딩, 기획, 설계 전반을 넘나들며 공간을 디자인한다.
마지막으로 왼쪽 벽면에 걸린 거대한 태피스트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영희가 우리 민화에 등장하는 토끼를 모티프로 만든 작품 ‘우사기와 토끼’다. 이번 행복작당에서 미나가와 아키라 대표와의 디자인 토크 행사와 연계해 준비한 것으로, 미나 페르호넨의 조각 원단과 그가 갖고 있던 패브릭을 모아 전체 그림을 디자인하고 정희기 작가가 바느질해 완성했다. <수선하는 삶>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것과 지금의 것, 작가의 손길이 교차하며 새로운 미감이 탄생했다.
1층 카페 공간 한쪽에 오뚜기 카레 에세이 공모작이 담긴 카레 다이어리와 카레 향수를 전시했다.
좋은 물건에는 일상을 개선하는 힘이 있다. 눈길이 가는 그릇을 들이면 신선한 재료로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고 싶고, 마음에 드는 잔에 커피를 내려 마시면 훨씬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정갈한 모습에 걸맞게 집도 가꾸고 싶어지고 말이다. 매일 사용해서 그 존재감을 잊고 지내지만, 또 매일 쓰기에 이윽고 살아남아 기억되는 사물들. 이번 <행복> 기획전은 그 아름다움에 하나하나 집중해보는 자리였다. 한옥이 지금에 맞게 재탄생한 것처럼, 인테그 사옥이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며 물리적이자 비물리적인 존재가 된 것처럼 행복작당과 한옥, 전시 공간의 의미까지 하나로 수렴하는 시간이었다.
팔콘 케이크 트레이, 도요사사키 화이트 유리 양념통, 혼마제작소 코이누 곰솥, 카지동야 원형 강판ㆍ깨갈이, 마루히로 하사미 브라운 머그ㆍ볼, 소리 야나기 주전자ㆍ양수 냄비, 노다호로 법랑 콜랜더ㆍ양수 냄비ㆍ계량컵, 오이겐 무쇠 냄비 받침은 모두 키친툴(kitchen-tool.co.kr). 그레이 양념통 거치대는 한샘(@hanssem_official). 트라이앵글의 치즈 그레이터와 줄리앤커터는 스튜디오준(studiojune.co.kr). 스테인리스 스틸 절구 세트와 우든 갈릭 그레이터는 바겐슈타이거(wagensteiger.com). 화이트 다관과 찻잔 세트, 부채는 모두 소일베이커(@soilbaker). 킬너 유리 수제 버터 메이커와 브렉퍼스트 자는 지셀로(zcelo.com). 알레시 스틸 양념통 세트ㆍ스퀴저ㆍ키친 박스ㆍ여과기ㆍ주전자ㆍ모카 포트ㆍ키친 타이머는 모두 세보코리아(sevokorea.com). 블랙 주전자와 투명 물병은 이케아(ikea.com). 드부이에 컬러 손잡이 프라이팬, 스켑슐트 프라이팬ㆍ로스팅팬ㆍ스파이스 그라인, 사브르 스파게티 스푼은 모두 호프인터내셔널(hopelife.co.kr).
노다호로 법랑 계량컵, 팔콘 법랑 프랩 세트, 카지동야 집게ㆍ건지개, 요나스 거품기, 시모무라 채망, 아이자와 공방 삼각 뒤집개, 소리 야나기 국자ㆍ뒤집개ㆍ머랭 거품기는 모두 키친툴. 알레시 스테인리스 스틸 피처, 브레카 월넛 서빙 보드, 레데커 세척솔, 알레시 파스토 스키머ㆍ소스 국자ㆍ스푼ㆍ키친 포크는 모두 세보코리아. 스켑슐트 꼬꼬떼 무쇠 냄비와 미니 냄비는 호프인터내셔널. 킬너 버터 패들과 유리 버터 디시는 지셀로. 오뚜기 팝콘이 담긴 스테인리스 트레이ㆍ휘핑 메저링 스틱ㆍ집게는 모두 바겐슈타이거. 접이식 식기건조기, 옻칠 육각 젓가락 세트, 비치우드 칼라 젓가락 세트, 행주 걸이는 모두 한샘. 햅스노르딕 피크닉ㆍ키즈 커틀러리 세트는 오마이디어(@5mydear). 트라이앵글 생선 뒤집개ㆍ버거 스패출러ㆍ메시 건지개, 아이쉔라웁 커틀러리 세트는 모두 스튜디오준. 코우 버터 나이프, 호른 수프 스푼, 우드 버터 나이프, 호른 버터 나이프, 플랫 핸들 디너 커틀러리, 우든 핸들 디너 커틀러리는 모두 NR세라믹(@nr_ceramics).
그리고 도움 주신 곳
놋수저ㆍ바가지ㆍ가위ㆍ도시락 등 조선 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우리의 생활사가 담긴 가재도구는 모두 온양민속박물관.
실제 사용하는 주방용품은 요리연구가 김정은(배화여자대학교). 식품은 오뚜기. 가든용품은 마이알레(@myallee_life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