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분위기의 식당을 뜻하는 비스트로bistro와 미식이란 뜻의 개스트로노미gastronomy를 합친 비스트로노미bistronomy를 선보이는 김종근 셰프의 팜 투 테이블 레스토랑 ‘후제Fuje’를 소개한다.
레스토랑 입구와 좌석 사이에 긴 옷장을 배치해 공간을 구분했다.
시드니의 식스페니Sixpenny부터 호주의 파이어도어Firedoor, 일본의 짐보초덴Jimbocho Den, 덴마크의 브레이스Brace, 프랑스의 르 세르방Le Servan, 서울의 오트렉Otrec, 그리고 에디션 덴마크Edition Denmark까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미식 경험을 쌓은 김종근 셰프가 최근 비스트로노미 레스토랑을 열었다. “여러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손님들이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프렌치는 부담스럽다는 고정관념이 줄어들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요.”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화성시에 위치한 조암농장(@hanppuri_farm)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와 허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프랑스에서 근무할 때 농장에서 직접 받아오는 허브와 식재료를 레스토랑에서 사용했어요. 재료가 좋으면 복잡하지 않고 심플한 조리로도 충분히 맛 좋은 음식을 선보일 수 있음을 깨달았죠. 저희 아버지가 마침 농장을 운영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메뉴는 코스로 구성하며 점심에는 레귤러 코스, 저녁에는 레귤러와 롱 코스 중 선택할 수 있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스낵으로 시작해 차가운 앙트레 요리, 채소 요리, 피시, 메인 프로틴, 디저트, 프티푸르, 차와 커피로 마무리한다. 현재는 강원도 두백감자로 만든 샌드 사이에 백화고버섯을 이용한 퓌레, 사워크림, 백화고버섯 피클을 넣고 발효한 백화고버섯 파우더로 마무리해 감칠맛을 더한 스위스식 감자채전 감자 뢰스티를 비롯해 백합과 백합 육수로 만든 차우더, 레몬 콩피, 초리조로 만든 오일과 농장에서 기른 알싸한 맛의 한련화잎으로 장식한 타틀렛 요리 클램, 당일 제주도에서 올라온 백옥돔, 라임으로 만든 후추와 유기농 코코넛으로 맛을 낸 거품 소스, 사이드에는 상큼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레몬 피클을 올린 백옥돔 등을 만날 수 있다.
화성시에 위치한 조암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와 허브.
당일 제주도에서 올라온 백옥돔의 비늘 부분을 바삭하게 튀긴 후 참나무와 참숯에 은은하게 구워 마무리했다.
원목 가구와 이영빈 작가(@yeongbinlee)의 작품이 은은하게 어우러진다.
세계 여러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자신의 요리 철학을 꾸린 김종근 셰프.
인테리어 역시 이곳의 요리와 맞닿아 있다. “후제가 뜻하는 양치식물은 저희 생각에 흔하지만, 담담하고 꽃을 피우지 않아 화려하지 않습니다. 산이나 들에 평범하게 자생하는 이 식물처럼 저희 또한 셰프나 공간보다는 방문하시는 손님들이 주인공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구상을 시작했어요. 키친에는 홀에서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일랜드를 구성해 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되, 요리사들이 역동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후제의 핵심 가치인 ‘신뢰’와 ‘소통’을 부여하고 싶었죠. 아일랜드 위에는 대나무살과 천으로 제작한 디자인 램프를 놓아 스테인리스가 많은 주방의 차가운 느낌을 조금 더 따뜻하고 부드럽게 녹여보고자 했지요. 전체적으로는 밝은 톤의 목재를 사용해 낮에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잘 융화해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저녁 시간에는 아늑하고 프라이빗한 느낌을 담아내고자 했죠. 곳곳에는 초록 식물을 배치하고, 테이블마다 양치식물인 고사리를 직접 식재한 작은 화분을 올려놓았습니다.”
메뉴마다 다른 접시와 식기를 제공해 손님들이 더욱 풍부하게 경험하도록 한 것 또한 특징. 모두 자연 친화적 음식을 추구하는 후제의 이념과 맞닿아 있어 구매한 것이다. 교토 여행 갔을 때 방문한 편집숍 아마하레amahare에서 보고 한국에 돌아와 구매한 안도 유카Yuka Ando의 짙은 푸른색 메인 접시와 서울에서 우연히 접한 브랜드에서 자체 제작한 식기류 등이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24길 21 2층
영업시간 정오~오후 10시, 수요일 정오~오후 4시(월·화요일 정기 휴무)
문의 070-4837-4997
셰프의 픽!
셰프의 취향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레스토랑에 사용하는 식기류 및 주방 제품을 들여다보는 것. 김종근 셰프의 ‘픽’을 소개한다.
Misono UX10 270mm 칼
디자인이 심플하고, 고순도 퓨어 스테인리스로 제작해 연마 후에 절삭력이 오래간다. 날이 얇아, 조금 더 정밀한 작업을 할 때 용이하다. 하야테요시히로 퍼포먼스 도마 내구성이 강하고 단단하지만, 칼을 덜 무디게 한다.
안도 유카의 짙은 푸른색 메인 접시
일본 도예가 안도 유카의 작품. 아름다운 하늘의 색감을 담은 접시다. 자연이 담긴 이미지가 자연 친화적 음식을 추구하는 후제의 이념과 맞닿아 구매했다.
리넨
후제에서는 손님에게 제공하는 리넨과 물티슈를 직접 제작한다. 원단 시장을 돌며 손과 입에 닿았을 때 촉감이 좋은 원단을 구입. 고온에서 삶아 보들보들하게 가공한 원단으로 크기부터 라벨까지 후제의 정체성을 담아냈다.
에리어플러스 아이스크림 볼
음식은 디저트를 먹으며 더욱 기분 좋고, 산뜻하게 마무리되는 이미지를 구현하고 싶었다. 그릇이 얇아 어떤 음식을 담아도 정제된 느낌을 준다. 야마모토 타다마사 디저트 스푼 곡선이 많고 귀여운 느낌이 있다. 교토의 아마하레에서 구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