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단맛·신맛·쓴맛·짠맛·감칠맛 이외에 향, 바로 풍미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맛은 뇌의 기억이고 습관이기 때문이다. 감각과 영양과 심상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으로, 심리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맛만 더해도 혀가 반응하고 마음이 열리는 이유다.
식감의 맛_ 바삭한 누룽지와 쫄깃한 떡
우리 전통 식재료를 재해석한 이른바 ‘뉴 솔 푸드’가 인기다. 크루아상을 납작하게 눌러서 구워 누룽지처럼 바삭하게 즐기거나, 두부로 쫄깃한 떡의 식감을 재현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우리 전통의 미식 문화를 참신하게 재해석한 점이 흥미롭지만, 이면에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넘쳐나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피로감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익숙한 맛이 주는 편안함과 안도감을 가미하는 것이다.
두부인절미
재료(2인분) 두부 1모, 설탕 2큰술, 소금 ¼작은술, 물 3큰술, 전분 4큰술, 볶은 콩가루 ⅓컵
만들기
1 믹서에 두부, 설탕, 소금, 물을 넣고 곱게 간다.
2 ①에 전분을 조금씩 넣어가며 뭉치지 않게 잘 푼다.
3 전자레인지 전용 용기에 반죽을 넣고 랩을 씌운 후 1분씩 총 3회 돌린다.
4 익은 반죽을 여러 번 치댄 후 한 김 식으면 한 입 크기로 썰어 콩고물에 골고루 버무린다.
크룽지 아이스크림 샌드
재료(2인분) 미니 크루아상 4개, 바닐라 아이스크림 2스쿠프, 버터 1큰술
만들기
1 크루아상은 밀대로 납작하게 누른 후 중약불로 달군 팬에 버터를 녹여 앞뒤로 노릇하게 굴려가며 굽는다.
2 ①의 크룽지를 한 김 식힌 후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다른 크룽지로 덮는다.
향미의 맛_ 고소한 참기름과 들기름
“맛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에 혀를 댈 때 느끼는 감각’으로 정의되어 있지만, 사실 맛을 혀로 느끼는 미각은 전체 맛의 10%도 설명하지 못한다. 나머지를 결정짓는 감각은 후각이다.” 맛 전문가로 일컫는 편한식품정보 최낙언 대표는 우리가 맛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은 코로 맡는 냄새, 즉 향미라고 강조한다. 한식의 기본 향미를 이루는 참기름과 들기름의 고소한 풍미가 더해지면 맛있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리브유 대용으로도 가능하니 ‘아는 맛’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재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기름오이 카펠리니
재료(2인분) 오이 1개(소금 ¼작은술), 카펠리니 면 150g, 들기름 5큰술, 안초비 6개, 국간장 2작은술, 레몬 제스트 1개분, 통들깨 1작은술, 소금·굵은 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오이는 반 잘라 씨를 빼내고 어슷하게 썬다. 소금을 넣고 절인 다음 물기를 짜고 들기름 1큰술을 넣고 버무린다.
2 카펠리니 면은 삶아서 물기를 뺀 다음 안초비, 국간장,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버무린 후 나머지 들기름을 넣고 다시 한번 버무린다.
3 그릇에 ②의 카펠리니 면을 담고 ①의 오이를 올린다. 그 위에 레몬 제스트와 통들깨를 뿌린다.
참기름 크러시드 포테이토
재료(2인분) 감자 2개, 참기름 4큰술, 통깨 1작은술, 소금 ¼작은술, 바질잎·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감자는 껍질째 찜통에 쪄서 그릇으로 납작하게 누른다. 식용유를 발라 170℃로 예열한 오븐에서 10분간 굽는다.
2 ①의 감자 표면이 바삭하게 구워지면 참기름을 골고루 바르고 5분 정도 더 굽는다.
3 그릇에 ②의 감자를 담은 후 남은 참기름을 뿌린 다음 통깨, 소금, 바질잎을 올린다.
한국의 맛_ 매콤한 고추장과 고춧가루
음식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박찬일 셰프는 “맛의 전통적인 정의에 포함되지 않지만, 나는 가장 극적인 맛을 매운맛으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한다. 매운맛은 자학의 맛으로, 상처를 다시 들쑤셔서 얻는 쾌감을 선사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매운맛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탁월하다. 특히 한국인의 매운맛 사랑은 유별난데,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섞으면 어떤 음식이든지 한국식으로 바뀐다고 여길 정도다. 그 매력은 매콤함, 달콤함, 감칠맛의 풍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데 있다.
고추장 오렌지 핫윙
재료(4인분) 닭 날개 500g,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오렌지 제스트 ½개분,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양념_ 고추장 2큰술, 꿀 2큰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닭 날개는 끓는 물에 한 번 데친 후 간장, 다진 마늘,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30분간 재운다.
2 ①의 닭 날개에 분량의 양념을 넣고 고루 버무려 175℃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굽는다. 200℃로 온도를 올려 5분간 더 굽고, 바삭해지면 그릇에 담고 오렌지 제스트를 뿌린다.
고춧가루 브로콜리 토스트
재료(2인분) 치아바타 1개, 브로콜리 ½송이, 굵은 고춧가루 2작은술, 올리브유 2큰술, 부라타 치즈 1개,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브로콜리는 한 입 크기로 잘라 올리브유(분량 외)를 두른 팬에 넣고 굽다가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 다음 고춧가루와 올리브유를 넣고 골고루 버무려 30분간 재운다.
2 치아바타는 반으로 썰어 올리브유를 약간 발라 토스터에 굽는다.
3 ②의 구운 치아바타 위에 부라타 치즈를 반으로 잘라 얹고 ①의 브로콜리를 올린다.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와 올리브유를 한 번 더 뿌린다.
발효의 맛_ 깊은 풍미의 된장
최근 건강한 맛과 창의적 메뉴로 우리 고유의 미식 문화가 재조명받고 있다. 그 중심에 자리한 것이 된장이다. 된장이 주는 맛에는 음식의 간을 맞추고 감칠맛을 더하는 것 이외에 손맛도 포함되는데, 어머니의 손맛과 고향의 맛은 위로와 소속감·동질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처럼 줄지 않는 전통 발효 식품으로도 꼽힌다. 된장을 베이스로 한 스프레드 소스를 만들어보자. 구운 쌀과자, 나초, 비스킷 등에 바르면 간식이나 술안주로 더없이 훌륭하다. 맛에도 방정식이 있는 법. 아는 맛의 조합을 다양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면 아는 맛의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질 것이다.
된장양배추고추 소스_ 가로세로 15cm 크기의 양배추를 살짝 익힌 후 고추(1개)와 함께 굵게 다진 다음, 된장(1큰술), 콩가루(1큰술)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된장들깨 소스_ 볼에 된장(1큰술), 마요네즈(1큰술), 통들깨(1큰술), 들깻가루(1큰술), 들기름(1큰술)을 넣고 고루 섞는다. 양송이버섯을 굵게 편으로 썰어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구워 곁들이면 잘 어울린다.
된장깻잎 살사_ 볼에 된장(1큰술), 꿀(½큰술), 얇게 채 썬 깻잎(2장)을 넣고 골고루 섞어 소스를 만든다. 돼지감자(2개)를 씻어 껍질을 벗겨 찜통에 찐 후 곱게 으깬 것을 스프레드로 사용해 함께 먹으면 맛있다.
된장감태 마요 소스_ 감태(가로세로 10cm)를 잘게 찢어 마요네즈(2큰술), 된장(1큰술)을 넣고 잘 섞어 소스를 만든다. 식용유를 약간 두른 팬에 명란(1개)을 구워 도톰하게 썰어 토핑으로 올린다.
된장쇠고기 소스_ 다진 쇠고기(100g)를 달군 팬에 촉촉해질 정도로 볶은 후 된장(1큰술), 검은콩가루(1큰술)를 넣고 섞어 소스를 만든다. 오이(¼개)를 씨를 제거하고 굵게 썰어 토핑으로 곁들인다.
양념의 맛_ 맛과 향이 독보적인 마늘
마늘은 자양 강장에 좋은 스태미나 식품으로 알려져 독특한 향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온갖 요리에 쓰지만 주로 다져서 양념으로 사용하는데, 어떤 식재료와 섞어도 서로의 맛이 융화되고, 본연의 맛도 돋보이게 해준다. 마늘을 기름에 볶을 때나 다른 재료와 함께 끓일 때는 먼저 마늘을 넣고 조리한다. 그러면 마늘 향이 은은하게 고루 배어 풍미가 깊어진다.
마늘 그리크 요구르트 소스와 채소 스틱
재료(2인분) 셀러리 1줄기, 미니 당근 2개, 오이 ½개, 라디키오 2장
소스_ 오이 ¼개, 마늘 8쪽, 그리크 요구르트 4큰술, 레몬즙 1개분, 레몬 제스트 1개분, 소금·후춧가루·딜 약간씩
만들기
1 오이는 굵게 다지고, 마늘도 굵게 다져 볼에 담는다. 여기에 나머지 소스 재료를 모두 넣고 고루 섞는다.
2 셀러리, 당근, 오이, 라디키오 등 채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그릇에 담고 ①의 소스를 곁들인다.
바냐 카우다와 뽈항정살구이
재료(2인분) 뽈항정살 500g, 쌈 채소 약간
바냐 카우다_ 마늘 1컵, 우유 1컵, 안초비 2개, 올리브유 4큰술
만들기
1 마늘은 반으로 썰어 냄비에 우유와 함께 담고 은근한 불에서 끓인다. 마늘이 익고 우유가 졸아들면 안초비와 올리브유를 넣고 핸드 블렌더로 곱게 간다.
2 달군 팬에 뽈항정살을 구워 쌈 채소와 함께 그릇에 담고, ①의 바냐 카우다를 곁들인다.
향신료의 맛_ 주인공으로도 훌륭한 파
향신료 중에서도 파는 우리나라에서 재배 역사가 오래된 작물 중 하나로 대파, 쪽파, 실파 등 종류가 다양하고 재료 자체를 독립적인 음식으로도 즐긴다. 스페인의 대파구이인 칼솟타다가 대표적으로, 요즘은 쪽파와 실파 등을 크림치즈와 섞은 스프레드도 인기 높고, 파이로도 즐긴다. 아는 맛의 힘은 전통적으로 즐겨온 익숙한 재료를 더해 영양가를 높이고 맛을 좋게 해주는 데에도 있다.
쪽파 파이
재료(4개 기준) 냉동 생지 4장(가로세로 15cm 크기), 쪽파 2뿌리, 달걀 1개, 우유 1큰술, 파르메산 치즈 가루 2큰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쪽파는 7~8cm 길이로 썬다.
2 볼에 달걀, 우유, 파르메산 치즈 가루, 소금을 넣고 고루 섞는다.
3 냉동 생지 안쪽에 2cm 간격을 두고 ㄱ, ㄴ 모양으로 칼집을 낸 다음, 대각선으로 교차해 꼬아서 붙인 면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게 옆면을 잘 누른다.
4 ③의 반죽 안쪽 면에 ②의 달걀물을 붓고 ①의 쪽파를 올린 후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굽는다.
대파구이와 로메스코 소스
재료(2인분) 대파 2~3대, 올리브유 약간
로메스코 소스_ 홍피망 1개, 구운 호두 ¼컵, 마늘 1쪽, 파르메산 치즈 가루 50g, 올리브유 3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고추장 1작은술
만들기
1 홍피망의 겉면을 토치로 까맣게 태운 후 벗겨낸다.
2 믹서에 ①의 홍피망과 구운 호두, 마늘, 파르메산 치즈 가루, 올리브유를 넣고 곱게 간다. 여기에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넣어 섞는다.
3 대파는 뿌리를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토치로 겉면을 살짝 그을린다.
4 ③의 대파에 올리브유를 약간 뿌리고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10분간 굽는다.
5 구운 대파의 거무스름하게 그을린 부분을 벗겨내고 ②의 로메스코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기억의 맛_ 독보적인 떡볶이와 치킨
식사량을 조절해야 할 때 구미가 당기는 음식은 대부분 아는 맛이다. 왜 익숙한 맛이 더 당기는 걸까? 맛은 입과 코 이전에 뇌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자극하면 오래 기억하는 것이 뇌의 편도체가 지니는 경향이다. 뇌의 본질은 기억이고, 맛의 본질도 기억인 것. 덕분에 우리는 모두 사연 있는 음식이 하나씩은 있고, 한국인은 떡볶이와 치킨에 유독 열광한다. 여기에도 여러 갈래의 맛이 있지만, 결국 어릴 적에 먹던 기억의 맛은 ‘오리지널’로서의 존재감을 갖는다. 양념의 맛은 옛것 그대로, 재료는 건강하고 가볍게 바꾸는 것이 요즘 추세다.
곤약면떡볶이
재료(2인분) 떡볶이 떡 500g, 곤약면 100g, 대파 ½대, 양배춧잎 8장, 물 2컵, 통깨 약간
양념_ 고추장 2큰술, 설탕 1큰술, 물엿 2큰술, 고춧가루 4큰술, 간장1 큰술, 액젓 1작은술,
만들기
1 떡볶이 떡은 물에 불려 건져둔다.대파는 4cm 길이로 자르고, 양배추도 비슷한 크기로 썬다.
2 냄비에 분량의 양념 재료와 물을 담고 불에 올린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①의 재료를 모두 넣고 중약불로 줄여 약 7분간 끓인다.
3 ②에서 양배추와 떡이 충분히 부드러워지면 곤약면을 넣고 한번 섞은 후 그릇에 담고 통깨를 뿌린다.
두부 치킨
재료(2인분) 얼린 두부 300g, 튀김가루 2큰술, 튀김용 기름 적당량
튀김 반죽_ 튀김가루 1컵, 파르메산 치즈 가루 ½컵, 건조 파슬리 가루 ⅓작은술, 후춧가루 ¼작은술, 물 1컵
만들기
1 두부는 냉동실에서 하룻밤 얼렸다가 꺼내 해동한 후 물기를 꽉 짜고 손으로 큼직하게 뜯는다. 튀김가루를 넣어 골고루 버무린다.
2 볼에 튀김 반죽 재료를 모두 넣고 섞은 후 ①의 두부에 고루고루 묻힌다.
3 170℃로 달군 튀김용 기름에 ②의 두부를 넣고 3~4분간 노릇하게 굴려가며 튀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