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버터를 빵에 발라 먹거나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하는 정도로만 여긴다면 주목할 것! 버터의 종류는 물론 즐기는 방법까지 와인이나 커피 혹은 치즈 못지않은 다양성과 깊이를 지닌 식품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찾는 재미를 선사한다. 목적과 입맛에 맞게 변신 중인 요즘 버터의 이모저모.
check 버터에 대하여
서양에서 버터는 음식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베이스이자 매개체다. 형태와 용도가 비슷해 ‘식물성 기름’인 마가린과 종종 비교되지만, 버터는 우유의 지방만 모아 만든 엄연한 ‘동물성 유제품’으로 적당량을 섭취하면 필수지방산과 함께 비타민 A와 D도 보충할 수 있는 몸에 이로운 식품이다. 2020년대 들어 건강과 미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버터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진 이유다.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치즈, 버터 등 우유를 제외한 유제품의 소비량은 2001년 63.9kg 대비 20kg 증가해 2020년엔 83.9kg을 기록한 것. 최근엔 아예 버터를 주재료로 만든 앙버터·잠봉뵈르·버터바 등이 대세 디저트로 떠오르고, 수제 버터 전문점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하지만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버터를 제대로 즐기려면 먼저 알아둘 것이 있다. 버터는 유지방을 80% 이상 함유한 천연 버터와 유지방 함유량을 낮추는 대신 식물성 기름을 섞어 만든 가공 버터로 크게 분류한다. 천연 버터는 다시 우유에 유산균을 넣어 발효한 발효 버터와 우유나 생크림에서 유지방만 걸러 만든 감성 버터(스위트 크림)로 나뉘는데, 미생물이 살아 있는 발효 버터의 풍미가 훨씬 짙고 고소함도 더하다. 방탄커피 등 이른바 ‘저탄고지’ 식단 덕분에 명성을 얻은 기ghee 버터와 브라운 버터 등은 천연 버터를 가열해 수분을 증발시키고 유지방만 걸러 만든 정제 버터로 버터 맛을 강조할 때 유용하다. 또한 소금 함유 여부에 따라서는 가염 버터와 비가염 버터(무염 버터)로 나뉜다. 복잡해 보이지만 좋은 버터를 찾는다면 명심할 것은 하나다. 유지방 100%의 천연 버터를 고르면 된다. 또한 베이킹이나 요리를 위한 용도라면 순수한 맛의 비가염 버터가 제격이다.
(왼쪽부터)
수제 감성 버터(스위트 크림)
생크림(3컵)을 휘핑기로 저어 몽글몽글 덩이지면 체에 내려 수분(이것이 버터밀크)과 분리한다. 이 덩이를 얼음물에 넣고 굳힌 후 냉장고에 보관한다.
기 버터&브라운 버터
천연 버터를 냄비에 넣고 끓이면 수분과 유청이 분리되면서 거품이 생기는데, 이것을 걷어내 약한 불에서 끓여 만든다. 거품이 투명해지면 커피 필터 두 겹에 걸러 소독한 병에 담아 차갑게 굳힌 것이 기 버터, 짙은 브라운 컬러가 날 때까지 끓여 같은 방법으로 만든 것이 브라운 버터다.
essential butter 버터 취향 찾기
버터는 커피 원두나 와인, 치즈처럼 원유를 생산하는 테루아나 브랜드가 중요한 식재료다. 신선한 우유 맛과 깊은 풍미가 있는 버터를 고르려면 지방 함유량도 따져봐야 한다. 대체로 지방 함유량이 높은 유럽식 발효 버터(83~86%)를 선택한다면 일단 실패할 확률이 낮다. 초보자라면 AOP(Appellation D’origine Protegee) 인증 상품도 눈여겨볼 것. AOP란 프랑스의 원산지 명칭 보호 제도로, 지역 재료를 사용하고 전통 제조 방법에 따라 생산했음을 보증한다. 제대로 만든 맛있는 버터는 익숙한 요리에도 풍미를 더하는 킥이 된다. 버터의 맛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는 버터 보드는 물론 딥 소스, 베이킹 등에도 폭넓게 활용해보자.
(왼쪽 위부터)
레스큐어 AOP 롤버터
프랑스 푸아투샤랑트 지역의 AOP 인증 버터. 헤이즐넛을 연상케 하는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질감이 부드러워 다른 재료와 섞을 때도 좋다.
알라
세계적 덴마크 치즈 회사 알라의 버터는 유크림과 젖산 발효균만 사용해 부드러운 질감 및 산뜻한 우유 맛이 특징이다.
엘엔비르
‘버터’ 하면 연상되는 특유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가장 잘 살린 프랑스 발효 버터. 가소성이 좋고 짙은 풍미를 더해주어 파티시에가 가장 선호하는 버터 중 하나다.
루아팍
100% 덴마크산 원유를 발효시켜 만들어 부드럽고 진한 풍미가 돋보인다.
앵커
뉴질랜드 버터로 컬러가 진한 노란빛을 띤다. 고소하고 크리미한 풍미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으로, 요리나 베이킹에 활용하기 좋다.
꼬떵땅 이즈니 AOP 포션 버터
프랑스의 꼬떵땅 메트르 레티에 버터는 젖산 발효로 신선한 우유의 풍미와 고소함이 잘 느껴지며, 뒷맛 또한 산뜻하다.
라콩비에트 AOP 샤렁트 푸아투 버터
본연의 담백한 맛과 농후한 풍미가 일품인 프랑스산 대표 명품 버터다. 캔디 모양으로 소포장해 사용하기도 간편하다.
페이장 브레통
유크림 98%와 젖산균만으로 만든 순수 발효 버터.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전통 주형을 이용해 만들어 세로줄 무늬의 홈이 특징이다.
베피노 오첼리
이탈리아 북부 지방이 산지로, 40년간 전통 수제 방식을 고수하는 아르티장 브랜드다. 우유를 그대로 응축한 듯한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이즈니 AOP 비가염 버터 롤
정식 명칭은 이즈니 생메르이며, 프랑스산이다. 우유에 배양균을 넣어 16~18시간 발효해 산뜻하면서 부드러운 크림 같은 식감이 장점이다.
브라운 버터 피낭시에
재료(12개분) 비가염 버터 130g, 박력분 50g, 아몬드 가루 50g, 달걀흰자 110g, 설탕 100g, 꿀 20g, 소금 ⅛작은술
만들기
1 냄비에 버터를 넣고 짙은 갈색이 될 때까지 끓인 후 체에 한 번 거르고 60℃ 정도의 온도로 식힌다.
2 볼에 달걀흰자, 설탕, 꿀, 소금을 넣고 잔거품이 일 때까지 거품기로 가볍게 섞는다.
3 박력분과 아몬드 가루를 섞어 체로 쳐서 ②에 넣고 거품기로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섞은 후 ①의 버터를 넣어 골고루 섞는다.
4 ③을 반죽 틀의 80~90% 정도 담고 190℃로 예열한 오븐에 15분간 굽는다.
버터 딥 소스와 스테이크
재료(1인분) 쇠고기 등심 300g, 비가염 버터 3큰술, 레몬즙 ½큰술, 다진 마늘 ½큰술, 홀그레인 머스터드 ½큰술, 다진 이탤리언 파슬리 ½작은술, 핑크 솔트 약간
만들기
1 상온에 녹인 버터에 레몬즙, 다진 마늘,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넣고 섞어 볼에 담는다. 그 위에 다진 이탤리언 파슬리와 소금을 뿌린다.
2 중간 불에서 달군 팬에 쇠고기 등심을 올려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 ①의 버터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요리와 스타일링 문인영, 권민경(101 RECIPE)│참고 도서 (Algonquin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