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가 파리의 복합 문화 공간 콜레주 데 베르나르댕Collège des Bernardins에서 2024년 테이블웨어 컬렉션 트레사주 에퀘스트르 Tressages Equestres를 발표했다. 모티프가 되었던 마구의 매듭 장식은 컬렉션부터 프레젠테이션, 전시장의 가구까지 어우러져 관람객을 한껏 빠져들게 했다.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이끈 두 인물, 에르메스의 테이블웨어 디렉터 베누아 피에르 에메리Benoit Pierre Emery와 아티스트 비르지니 자맹Virginie Jamin을 그곳에서 만났다.
아티스트 비르지니 자맹(왼쪽)과 에르메스 테이블웨어 디렉터 베누아 피에르 에메리. ©Denis Boulze
에르메스 테이블웨어 디렉터로 10년 넘게 사업을 이끌어오고 있다. 그간 어떤 방향으로 컬렉션을 선보여왔나?
베누아 피에르 에메리(이하 베누아) 에르메스 테이블웨어 컬렉션은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있다. 바로 스카프에서 비롯한 패턴을 표현한다는 전통이다.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스카프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며 이 철학을 지키고 있다. 또한 각각의 프로젝트는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기에 제각각 다양한 테마로 완성되는 모험이자 새로운 대화와도 같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컬렉션 트레사주 에퀘스트르는 아티스트 비르지니 자맹과 함께했다. 첫 협업인데, 어떤 이유로 함께하게 됐나?
베누아 마구 장식이라는 콘셉트는 예전 컬렉션에도 존재했지만, 완전히 다른 추상적 방식으로 작업해보고 싶었다. 비르지니 자맹과 나는 15년 동안 알고 지냈고, 오래전부터 그의 작품을 존경해왔다. 그는 그동안 에르메스를 위해 서른 가지 이상의 스카프를 디자인하며 승마 세계 속 다양한 대상의 디테일을 발견하고 아름답게 표현해왔다. 또 전통과 현대, 그래픽과 조형적 표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줄 아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면과 가죽 실이 꼬이고 얽힌 모습이 주된 디자인 요소인데, 정확히 어디에서 모티프를 얻었나?
비르지니 자맹(이하 비르지니) 말안장 아래에 부착한 벨트의 장식이다. 에르메스에는 그간 선보인 모든 컬렉션을 보관하는 박물관이 있다. 이 장식 역시 그곳에서 발견했다. 말에 대해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다루고 싶지 않던 우리에게는 완벽한 요소였다. 벨트는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안전에 매우 중요하고 구조적인 요소다. 장인 정신이 깃든 공예품이라는 점도 흥미로웠기에 디자인의 완벽한 시작점이 됐다.
트레사주 에퀘스트르 컬렉션의 머그. ©Studio des Fleurs
트레사주 에퀘스트르 컬렉션의 디너 플레이트와 할로 플레이트. ©Matthieu Lavanchy
이번 컬렉션에서 특히 집중한 부분이 있다면?
베누아 전통적인 에르메스 테이블웨어는 패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스카프부터 시작하다 보니 패턴과 컬러를 많이 인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레사주 에퀘스트르의 경우, 화이트 포슬린의 단순함과 순수함을 강조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래서 이전보다 넓은 여백을 남기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비르지니 그러나 단순히 미니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패턴에는 놀랍도록 세밀한 디테일이 적용되어 있다. 넓은 여백과 장식의 디테일. 두 가지 대조되는 요소의 조화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다.
어떻게 디자인을 구현해갔나?
비르지니 도자기에 종이 패턴을 붙여 테스트한 다음, “흠, 그거 좋을 것 같은데”라고 의견을 나누며 하나씩 결정해 나갔다. 마치 각 체형에 가장 적합한 의상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비스포크이자 테일러링의 과정이었다.
이번 컬렉션을 사람들이 어떻게 즐기길 바라는지?
베누아 이번 컬렉션은 모두 스물일곱 개 피스인데, 프랑스 테이블웨어의 클래식 아이템에서 볼과 플레이트, 할로 플레이트까지 15종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는 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 다양한 문화에 잘 안착해 사용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추상과 내러티브, 디테일과 여백처럼 대조되는 요소가 공존하며 더욱 아름다워진 이번 컬렉션처럼 많은 사람의 다채로운 테이블에 자리하기를 바란다.
사진 제공 에르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