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우용 씨는 인테리어와 불같은 사랑에 빠졌다. 집에 두고 싶은 물건의 위시 리스트를 말하며 눈이 가장 반짝이던 이우용 씨를 마주했을 때 그의 연애 초반 모습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전 집에서 식탁 없이 생활하던 것에 불편함을 느껴 편하게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을 구매했다.
비초에 620 체어와 고민하다가 선택했다는 카시나의 마라룽가 1인 소파. 이곳에 앉아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예뻐야 진심이 나옵니다.” 패션 브랜드 준지의 스토어 매니저로 일하는 이우용 씨. 그에게 이곳에서 일하게 된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진심이란 타인을 대하는 마음가짐 중 으뜸이 되어야 하는 덕목이 아닌가. 매장을 총괄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업무를 주로 하는 이우용 씨에게 진심은 누구보다 필요한 가치인데, 그에게선 그 마음이 ‘예쁜 것을 보고, 듣고, 입는 일’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엔 그가 진심에 있어 우위에 두는 항목이 자연스레 옷에서 집으로 바뀌고 있단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온 후 취향에 맞게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는데, 좋아하는 옷을 입고 외출하길 즐기던 그가 이제는 집돌이가 될 만큼 옷보단 집이라는 공간에 너무 진심이 되어버렸다는 것.
그린을 테마로 꾸민 침실. 침대 위치를 여러 번 변경했다가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방향을 찾아 고정했다.
이우용 씨의 집은 시선이 닿는 곳마다 푸릇푸릇한 식물과 초록색 아이템으로 빼곡하다. 겉모습과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겠으나 그와 대화를 나눈 후 집을 다시 둘러보았을 땐, 뜨겁게 타오르는 활화산의 이미지가 아른거렸다. 이곳은 그가 인테리어에 대한 ‘불’같은 사랑으로 단기간에 꾸민 집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지출이 인테리어 용품 구매에 쏠려 있어요. 오히려 옷을 구매 안 한 지 오래되었죠.(웃음) 여행을 가도 요즘엔 의류 매장보다 리빙 숍을 찾아간답니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는 1년 정도 되었는데, 만족할 만한 집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 건 작년 11월쯤부터였어요. 이제 약 4개월밖에 안 지난 거죠. 소파, 조명, 의자, 장식용 오브제 등 작년 가을부터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 거의 한 번에 입주했어요.”
차곡차곡 모아온 스티커로 트렌디하게 커스텀한 유텐실로. 택배가 자주 오는 편이라 상자를 바로 열어볼 수 있게 칼과 가위를 넣어두었다.
‘여백의 미’와 같은 표현은 이우용 씨의 집에 어울리지 않는다. 애초에 이사를 온 이유가 불어나는 옷과 살림살이 때문이었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는 타고난 맥시멀리스트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사할 집보다도 먼저 구매한 가구가 있을 정도니까(거실에 놓인 아르텍의 알토 라운드 테이블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보통 물건이 많으면 집주인이 뒤바뀐 듯 물건의 집에 내가 얹혀사는 기분이 들기 마련인데, 희한하게 이우용 씨의 집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 많은 오브제가 오히려 제자리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느낌이랄까.
“맥시멀리스트의 변명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처음엔 진짜 필요한 것만 두고 미니멀하게 지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빈 공간을 보고 있자니 속이 근질근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이 빈 곳에 뭘 채워놓아야 할까’ 하루 종일 생각하고 있더라니까요? 작은 틈도 참을 수 없어서 결국 레고, 가구 미니어처, 향수, 스티커 등으로 빼곡히 빈 공간을 채웠어요. 사실 지금도 곧 배송받을 제품을 여럿 기다리고 있죠. 3월에는 아르텍 스크린이 올 텐데, 거실 창가 쪽에 두려고 계획 중이에요.”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컬러로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을 찾다가 구매한 볼타의 모빌.
스투시와 클락스 왈라비가 컬래버레이션한 신발로 이우용 씨가 특히 아끼는 아이템이다. 클락스 왈라비가 유행하던 때에 남들과는 다른 디자인을 갖고 싶어 찾다가 발견한 유니크한 신발이라고.
생화를 집 안에 놓고 싶었지만 아름다움이 유지되는 기간이 짧기에 고민하다가,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레고 야생화가 떠올라 구매했다. 마침 스투시에서 출시한 부츠 모양 화병을 구매해 꽂아두었다.
이우용 씨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거실. 새로운 가구를 들일 때마다 배치를 제일 많이 바꾸는 곳이기도 하고, 스투시 스티커로 커스텀한 비트라 유텐실로, 더스케이트룸에서 구매한 요시모토 나라 스케이트보드 등 좋아하는 아이템이 가장 많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좋아하는 물건으로 채운 거실에서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다. 가족, 친척, 친구 모두와 살아본 경험이 있기에 하루 스물네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다는 것이 행운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 그래서일까? 불같은 열정으로 꾸린 공간에서 그가 원하는 건 소소한 일상이다. 별것 없이도 까르르 웃게 만드는 연애 초반처럼 집을 반듯하게 정리하고 반려 식물을 살핀 후 암체어에 몸을 기댈 때, 그리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리빙 유튜버의 영상을 볼 때 이우용 씨는 충만한 행복감을 느낀다.
“요즘엔 저희 집을 영상으로 찍어서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겨울에 햇빛이 잘 안 드니까 집이 어두워서 촬영하다가 포기한 적도 있는데, 이제 날이 풀리면 햇빛이 드는 시간이 길어질 테니 다시 한번 도전해볼까 해요.”
1 컬러가 마음에 들어 구매한 AGT 블랭킷. 생각보다 두께가 두꺼워 돗자리로도 활용할 수 있다.
2 아이코닉한 로고 디자인만으로도 매력적인 인테리어 포인트가 되는 스투시 주사위.
3 칼라데아 크테난테 아마그리스. H&M HOME에서 구매한 화분으로 분갈이를 했다.
4 예술가의 도시라 불리는 일본 다카마쓰에서 구매한 부채.
5 플라워 디스플레이를 의뢰받은 행사에 사용하기 위해 루밍에서 구매한 이딸라의 알토 베이스. 현재는 집에서 수경 재배용으로 사용 중이다.
6 그린 컬러가 콘셉트인 침실에 포인트를 더하기 위해 구매한 비트라의 엘리펀트 스툴 라지.
7 영화 <스타워즈>를 열광적으로 좋아해 크림에서 구입한 스타워즈 카일로 렌 피겨.
8 팔라스의 리유저블 백. 평소 스트리트 웨어를 즐겨 입어 부담 없이 편하게 들 수 있는 실버 포인트의 가방을 찾다가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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