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히트를 친 많은 드라마에는 대부분 원작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웹툰 스토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작품과 이들의 공생 관계를 살펴본다.
©넷플릭스 〈마스크걸〉
소위 K-컬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요즘이다. 많은 이가 열광하는 콘텐츠 가운데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가 원할 때 방송을 보여주는 VOD 서비스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왓챠,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OTT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영화가 특히 더욱 많은 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왼) ©OCN ‘경이로운 소문’ (오) ©tvN 〈경이로운 소문 2: 카운터 펀치〉
(왼) ©카카오 웹툰 (오) ©디즈니 플러스 〈무빙〉
THE POWER OF STORY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는 수많은 요인이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1년 실태 조사에 따르면 무엇보다 스토리의 짜임새가 성공을 좌우할 만큼 크리티컬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제작사부터 방송 관계자까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소재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나서는 건 당연한 일. 그런데 빠르고 쉽게 이들의 고민을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바로 웹툰이다. 탄탄한 전개와 중간중간 뿌려지는 ‘떡밥’과 회수, 그리고 시청자가 원하는 결말까지 완벽한 요소를 갖추고 있는 안성맞춤 콘텐츠인 것.
웹툰이 부상한 가장 큰 이유로 ‘소비자의 콘텐츠 재소비가 콘텐츠에 대한 로열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손꼽힌다. 이는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지난 4월 공개한 ‘K-웹툰 성장 시나리오’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네이버 웹툰이나 카카오 웹툰에서 많은 사람이 사랑한 작품을 실사화했을 때 팬들이 자연스럽게 시청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드라마화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왼)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오) ©문페이스
(왼)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오) ©문학동네
TRANSMEDIA, WEBTOON TO DRAMA
그렇다면 웹툰을 기반으로 드라마를 제작할 때 원작자와 제작자 사이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대체로 우리가 보고 듣는 작품들은 큰 성공을 거둔 것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원만한 이해관계가 있었으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데 웹툰이 드라마로 바뀌는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한 변화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는 아무래도 창작자 대 창작자로서 원작을 ‘재해석’해 또 다른 작품을 선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
지난 2022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원작 웹툰 작가인 주동근은 이에 대해 분명하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 “많은 웹툰 원작 팬이 ‘원작대로 만들어달라’라고 요청하곤 하죠. 그렇지만 제 작품이 드라마화된다고 했을 때 기본적인 큰 골자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재해석해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서로 다른 작품을 즐길 수 있다고 보거든요.” 작가는 이러한 협업 과정에서 창작자끼리 서로 존중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도 ‘만드는 사람들’이니까 고유한 해석을 넣을 수 있잖아요. 그렇지만 ‘왜’ 사람들이 이 웹툰을 사랑했는지 그 본질은 파악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 부분이 무너진다면 원작자로서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왼) ©네이버웹툰 (오) ©넷플릭스 〈이두나!〉
올해 최고 화제작 가운데 하나였던 〈마스크걸〉의 감독 김용훈도 창작자로서 자신의 시각으로 새롭게 원작을 재해석해 선보였다. 주동근 작가의 말을 뒷받침하듯 그 역시 제작 발표회나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자신만의 해석과 견해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저는 웹툰이 자극적인 소재를 택한 데에 그치지 않고 여러 사회문제를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이중성’을 핵심 주제로 부각했죠.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괴상하고 불편한 느낌을 줍니다. 그럼에도 저는 왠지 그들이 측은했어요. 제가 느낀 건 연민이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에 대한 그의 견해를 통해서 원작의 많은 부분이 각색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D.P.〉(시즌 2), 〈경이로운 소문 2: 카운터 펀치〉,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무빙〉, 〈이두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등 올 한 해 많은 화제를 모은 작품은 거의 웹툰을 제대로 해석해 만들었다. 공생과 상생을 외치게 되는 요즘 같은 시기, 웹툰과 드라마만큼이나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하는 관계가 또 있을까. 이제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는 글로벌을 겨냥한다. 그 정도로 탄탄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만큼 좀 더 결속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겠다. 단순히 드라마뿐만 아니라 ‘웹툰’이라는 1차 저작물의 힘까지 두루 알릴 기회가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