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1월. 바닥도, 우리도 따스하게 품어주는 러그의 계절이 왔다.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보는 재미까지 더한 러그를 만나는 시간.
바닥에 아트워크 한 점
장인이 전통 기법으로 만드는 이탈리아의 러그 브랜드 씨씨타피스CC-Tapis가 디자이너 두초 마리아 감비Duccio Maria Gambi와 협업해 탄생한 템포어Tempore 컬렉션은 수공예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을 한껏 내비친다. 다양한 드로잉 소재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그가 이번에는 자유롭고 거친 오일 파스텔, 얇고 이성적인 볼펜의 선에 영감을 받아 그래픽 오브제를 완성했다. 한 점의 작품이 된 러그는 벽과 바닥을 가리지 않고 자리한 공간을 갤러리로 변모시킨다.
문의 보에(02-517-6326)
알록달록 패턴 플레이
동양의 시詩적인 멋과 서양의 모던함을 오가며 바닥에 독특한 미감을 선사하는 타이핑Tai Ping이 올해 색다른 시도를 했다. 일러스트와 디자인, 시각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수많은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아티스트 엘레나 살미스트라로Elena Salmistraro와 합을 맞춘 것. 인간의 ‘손’에서 받은 영감을 알록달록한 패턴 그래픽으로 표현한 레가미Legami 컬렉션과 함께 바닥은 한층 유쾌해진다. 땅따먹기 놀이를 하듯 폴짝폴짝 뛰놀고 싶어지는 기분은 덤.
문의 유앤어스(02-547-8009)
몬드리안의 추상화처럼
단순한 형태와 대조적 색감으로 공간에 힘을 불어넣는 레 아크Les Arcs 컬렉션은1972년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이 선보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다. 당시 예산 문제로 실행하지 못했던 미공개 스케치를 올해 씨씨타피스가 새로운 컬렉션으로 발표했다. 추상화 속에 들어온 듯 연출한 장면이 백미. 가장 부드러운 히말라야 양모를 손수 염색해 제작하고, 세척할 때는 정제한 빗물을 사용하는 등 씨씨타피스의 친환경적 방식으로 페리앙이 사랑한 열두 가지 색상 팔레트를 구현했다.
문의 보에(02-517-6326)
보는 즐거움, 만지는 즐거움
눈으로 보는 것만큼 우리를 즐겁게 하는 다채로운 질감은 다양한 원사를 여러 기법으로 제작하는 러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다. 덴마크 텍스타일 브랜드 크바드랏Kvadrat의 멜로Mellow(위)는 부드럽고 볼륨감 있는 부클레 원사를 두 가지 색으로 조합해 편안하고 풍부한 촉감을 선사한다. 로낭 부홀렉Ronan Bouroullec이 디자인한 나니마르키나Nanimarquina의 도블카라Doblecara(아래)는 스트로크를 간헐적으로 배치해 선적인 아름다움을 재치 있게 드러냈다.
문의 더콘란샵 강남점(02-531-2591), 한일카페트(02-547-5828)
집 속으로 들어온 자연
스웨덴 브랜드 파펠리나Pappelina는 이번 가을, 러그에 북유럽의 숲을 담았다. 우븐 플라스틱을 전통 직조 방식으로 작업해 친환경 러그를 만들어온 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자연에 뛰어든 것. 숲에서 발견한 다양한 질감과 색감을 오마주해 파펠리나의 원더랜드, 우드랜드Woodland 컬렉션을 완성했다. 모노Mono 시리즈는 나무의 두 가지 색상 리프Leaf와 오커Ochre를 선보였다.
문의 로쇼룸(02-545-5417)
한 폭의 수채화
색의 구현은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오랫동안 빛과 물성을 탐구해온 스페인의 핸드메이드 러그 브랜드 간GAN의 선셋Sunset은 러그에 해 질 녘 노을빛을 담기에 이르렀다. 붉은색에서 주황색에 이르는 스펙트럼 중 열두 가지 색상의 양모 원사를 짓고 장인이 한 땀 한 땀 엮어 빛을 묘사했다. 해가 일렁이며 사라지는 순간을 구현한 장면은 하나의 공예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문의 유앤어스(02-547-8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