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하엘 슈나이더Michael Schneider. 마감재 디자인 브랜드 파일 언더 팝File Under Pop의 CMO이자 팝업 갤러리 아 몽 아비à mon avis를 이끄는 그의 집에는 컬러와 예술 및 디자인에 대한 애정이 스며 있다.

안나 뭉크Anna Munk의 대형 작품이 공간을 채우는 거실. 그 앞에 앉은 미하엘 슈나이더는 자신을 ‘브랜드의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오랫동안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운영하며 덴마크 디자인 신에서 활동해온 미하엘 슈나이더는 아트 디렉션, 스타일링, 브랜딩 전략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현재는 페인트와 핸드메이드 타일을 선보이는 서피스 디자인 브랜드 파일 언더 팝의 CMO로, 컬러를 단순한 디자인 요소를 넘어 공간 분위기와 감정을 빚어내는 매개체로 바라보며 컬러와 공간의 유기적 관계를 탐구한다. 동시에 팝업 갤러리 아 몽 아비를 통해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아담한 규모임에도 가구와 오브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미하엘의 집. 중심에 놓인 테이블은 경매 하우스 브룬 라스무센Bruun Rasmussen에서 구입한 루네 브룬 요한센Rune Bruun Johansen의 제품이다.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는데, 할아버지는 건축가였고 할머니는 매우 예술적인 분이셨습니다. 두 분은 제가 어릴 때부터 예술과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많은 영향을 주셨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감각을 접하다 보니 컬러와 형태, 기능이 만들어내는 균형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죠.”
오래된 집을 다시 그리다
최근 그는 코펜하겐 뇌레브로Nørrebro의 오래된 아파트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레노베이션했다. 15년 넘게 같은 동네에 살아왔지만, 지금의 집으로 이사한 것은 약 1년 반 전. 개인적 삶의 변화와 함께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공간을 만나게 되었다. “이전 집보다 훨씬 작지만, 지금의 집은 현재의 저를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이에요. 이 집을 만들어가는 것은 제 삶을 탐구하는 과정과도 같았죠. 지금의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고민하며 그에 맞는 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파비안 조콜로브슈키Fabian Sokolowski의 대형 작품 아래 카르슈텐 인 데어 엘스트Carsten in der Elst가 디자인한 볼륨감 있는 스툴을 배치했다.
이 집을 처음 만났을 때는 오랜 시간 손길이 닿지 않은 상태였지만, 큰 창으로 스며드는 풍부한 자연광과 아름다운 비례감, 무엇보다 오래된 건물이 지닌 시간의 흔적이 마음을 움직였다. 건물이 품은 역사성을 존중하면서도 지금의 삶에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고 싶던 그는 건축적 뿌리와 현대적 생활 방식 사이의 균형을 고민했다. 결국 집이 지닌 고유한 공기를 살려내면서도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공간으로 영리하게 재구성했다.

마티아스 말링 모르텐센Mathias Malling Mortensen의 강렬한 붉은 작품과 핀 율Finn Juhl의 아이코닉한 치프테인Chieftain 체어가 조화를 이룬다.
레노베이션의 중심에는 공간의 흐름을 정리하는 작업이 있었다. 75㎡라는 비교적 작은 면적 안에서 공간 활용을 최적화하면서도 개방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동시에 기능적 영역은 명확하게 유지하되, 필요에 따라 분리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연한 블루 톤 침실. 파일 언더 팝의 커튼과 플로스Flos의 빈티지 조명,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해리 베르토이아의 체어가 어우러져 공간에 아늑한 분위기를 더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곳은 주방이다. 현관 쪽 출입구를 막아 세탁기 수납공간을 만들고, 다이닝룸과 연결되는 벽을 터 공간을 보다 개방적으로 연결했다. 공간의 정확한 치수에 맞춰 제작한 맞춤형 주방 가구는 아파트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클래식한 레이아웃으로 완성했다. 마치 처음부터 이 공간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설계한 끝에 오래된 집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오늘의 생활에 꼭 맞는 공간이 탄생했다.

아트 컬렉터인 그의 집 벽면은 오랜 시간 수집한 작품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노란색 서랍장 위에 파일 언더 팝의 화이트 베이스를 놓아 자연스러운 색의 조화를 완성했다.
나를 닮은 집
그렇게 완성한 집에는 그만의 취향을 이루는 물건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예술 작품과 빈티지 오브제, 디자인 클래식과 현대적 가구가 한 공간 안에 공존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놀라울 만큼 조화롭다.
“제가 직접 고르지 않은 물건이나 소재, 컬러는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신중하게 선택하고 배치했어요. 이곳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큐레이티드curated’라는 단어가 가장 가까워요. 컬러에 대한 제 감각, 예술에 대한 애정, 오랫동안 모아온 수집품이 공존하죠.”

녹음이 짙게 드리운 듯한 분위기의 거실에는 마스 힐베르트Mads Hilbert의 대형 작품과 크리스티안&제이드Christian&Jade의 촛대가 차분한 공간에 포인트를 더한다.
미하엘 슈나이더는 새로운 작품과 오브제를 채워 넣고 싶은 마음과 단순함·질서·기능성을 추구하는 미니멀한 성향 사이에서 늘 균형을 찾아가고자 한다. ‘예술가와 건축가 사이의 끊임없는 줄다리기’라는 표현처럼 이 집은 그의 취향의 집합소인 동시에 절제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또한 스스로를 컬렉터라 정의하는 만큼 집 안 곳곳에서 오랜 시간 수집해온 물건들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것은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해리 베르토이아Harry Bertoia의 다이아몬드 체어. 당시 가구 브랜드 놀Knoll에서 근무하던 할아버지가 1960년대 직접 구입한 의자로, 가족과의 추억을 품고 있어 더욱 소중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의 아트 컬렉션이다. 공간에 생생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익숙한 풍경도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이 집을 완성하는 절대적 요소 중 하나다.

작은 오픈형 현관에서 다이닝룸으로 이어지고, 다시 오픈 키친과 안뜰을 향한 발코니로 연결되는 구조. 주방은 덴마크 브랜드 뢰메르 하르보 Rømer Harbo의 맞춤형 가구로 완성했다.
클래식과 빈티지 및 예술 작품을 한 공간에 조화롭게 녹여내는 자신만의 기준에 대해 묻자 그는 “Do it”이라고 짧게 답했다. 다양한 스타일과 미학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비로소 가장 자연스럽고 나다운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언젠가는 창고에 깊숙이 보관해둔 예술 작품과 가구까지 모두 꺼내어, 오롯이 자신만의 이야기로 채워 넣은 공간을 꿈꾼다.

철제 선반 위에는 무토Muuto의 조명과 가족에게 물려받은 세라믹 오브제, 니나 뇌르고르Nina Nørgård와 알렉산데르 키르케뷔Alexander Kirkeby의 유리 작품을 조화롭게 배치했다. 여기에 에마 콜먼Emma Kohlmann의 작품이 더해져 미하엘만의 컬러 감각과 취향을 드러낸다.
“트렌드를 좇기보다 제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물론 우리는 모두 주변 환경과 하는 일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죠. 제 취향 역시 세월에 따라 조금씩 변해왔지만, 그 중심에 제가 진정 좋아하는 것은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다행히 저는 미적 감각에 대한 직관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라 그 감각을 신뢰하는 편이에요. 그중에서도 제 취향의 뿌리는 결국 ‘장인 정신’에 있습니다. 누군가의 시간과 에너지, 영혼이 깃든 잘 만든 물건은 세월이 흘러도 가치를 잃지 않으니까요. 유행이 지나더라도 제게 개인적인 의미를 가진다면 그런 것들은 전혀 상관없어요.”

빈티지 모겐슨 코크Mogens Koch 선반과 빈티지 임스Eames 체어, 마그누스 픽세르Magnus Fikser의 작품이 어우러져 클래식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의자 옆 와이어 조명은 베르너 판톤Verner Panton, 커튼은 파일 언더 팝의 제품이다.
지금의 집은 그의 현재와 내면을 비추는 하나의 초상과도 같다. 그는 이곳에서 일상의 균형을 되찾고, 새로운 영감을 길어 올린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집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나를 온전히 편안하게 해주고, 나만의 취향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곳. 디자인과 예술, 장인 정신에 대한 존중, 그리고 오랜 시간 겹겹이 쌓인 기억이 어우러진 이 집은 지금의 그를 가장 솔직하게 비추는 거울이자, 앞으로의 시간을 덤덤히 채워갈 또 하나의 캔버스와도 같다.
미하엘 슈나이더 디렉터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운영하며 덴마크 디자인 신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현재는 서피스 디자인 브랜드 파일 언더 팝의 CMO로 컬러와 공간, 예술을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 ‘MichaelDansk’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한편, 팝업 갤러리 아 몽 아비를 운영하며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michaeldan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