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츠와 벨트는 LCDC TM 제품. 하이웨이스트 팬츠로, 벨트 선이 아래에 있다는 점이 위트 있다. 벨트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 팬츠다. 언뜻 보면 일반 벨트처럼 보이지만 디귿과 디귿이 나열된 것 같은 재미있는 디자인이다.
가장 ‘최희승’답다고 생각하는 룩을 준비해주실 것을 요청했습니다. 각각의 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첫 번째 룩은 ‘최실장’ 자체예요. 블랙 슈트 셋업처럼 보이지만, 살펴보면 과장된 어깨선, 비대칭 디자인의 재킷에 하이웨이스트 팬츠 그리고 벨트를 착용해 아방가르드한 느낌을 더했죠. 두 번째 룩은 캐시미어 소재의 그레이 니트 위주로 착장을 맞췄어요. 이 니트는 베이식한 실루엣이지만 올이 뜯긴 듯한 디테일이 있는데요, 저는 이렇게 기본 아이템에 그런지한 디테일이 들어간 걸 좋아해요. 제 식으로 표현하면 ‘막돼먹은’ 느낌이랄까요?(웃음)
“패션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스타일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옆집언니 최실장’ 유튜브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스타일은 태도다’예요. 동의하는 명제인가요?
너무 동의하죠. 패션은 뜻 그대로 얘기하면 ‘유행’이에요. 일정 기간 사람들이 선호하는 옷을 입는 방식이죠. 그래서 패셔너블하게 입는 건 쉽습니다. 유행을 따라 입으면 되니까요. 좋아하는 브랜드 매장의 마네킹이 입은 착장을 그대로 따라 입어도 되죠. 하지만 스타일은 그 사람의 심미안뿐 아니라 하는 일, 나이, 라이프스타일, 소비 습관, 태도 등 모든 것이 다 묻어나는 총체적인 것이거든요.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 가장 가시적으로 먼저 접하는 것이 의복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옷을 입었는지는 그 사람의 태도를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단서입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의문문으로 던지자면, 우리 각각이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링을 하는 건 왜 중요할까요?
스타일링은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이니까요. 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된다고 하는데, 전 이것이 외모만을 말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옷으로 자신을 어떻게 표현했는가? 그것이 어떤 사람의 첫인상이자 ‘오라’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브레이슬릿은 넘버링 제품. 시계처럼 보이지만 브레이슬릿이다. 좋은 시계를 하나 장만하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면 이 브레이슬릿을 착용한다. 시계처럼 보이는데 알고 보면 액세서리인 점이 재미있지 않나? 물욕을 다스리는 것도 쇼핑과 스타일링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폴더 소비’에 대한 콘텐츠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는 것보다 안 사는 것’ ‘좋은 것들 중 가장 좋은 것을 골라내는 것’ 그리고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덜어내는 것’이란 관점에서 ‘에디팅’을 중시하던데요, 에디터 입장에서도 공감 가는 콘텐츠였습니다.
우리의 옷장과 지갑은 무한하지 않아요. 그러려면 결국 중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죠. 자기 스타일을 알아가는 데는 긴 여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훈련이 바로 에디팅이에요. 잘 걸러내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겁니다. 패션뿐 아니라 일할 때도, 일상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실장님은 늘 트렌드 리포트를 해주면서도, 트렌드만 좇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말하곤 해요.
개개인의 고유한 스타일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안티 트렌드에 동조하는 건 아녜요. 가장 멋있는 사람은 자기 스타일에 트렌드를 한 스푼 더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뭐든 시도해보고 그걸 자기 식으로 소화하는 게 중요하죠.
쇼핑만큼이나 이미 있는 옷을 잘 관리하고, 잘 입는 법에 대해 말하곤 해요. 옷장 정리라든가 옷걸이의 중요성이라든가.
질 낮은 옷을 과잉생산하는 패스트 패션이 지구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에요. 저는 소비를 조장하기보다 “하나를 살 때 잘 사라, 그리고 잘 산 걸 오래오래 잘 관리하면서 입어라”라고 말하곤 하죠. 그래서 제가 절대로 안 하는 콘텐츠가 있어요. 바로 ‘테무깡’.(편집자 주: 테무 등 값싼 중국 플랫폼에서 옷을 구입한 후 그 옷들이 얼마나 괴상한지 보여주는 콘텐츠) 조회 수가 보장되는 콘텐츠라는 건 알거든요. 그런데 저는 테무 어플도 안 깔아요. 거기에 1원이라도 돈을 쓰고 싶지 않아요.

이어링은 Grayeline 제품. 볼드한 디자인의 실버 이어링을 좋아한다. 7년 정도 매일매일하고 다닌 이어링이 있었는데 한 짝을 잃어버려서 최대한 비슷한 걸 다시 찾아내서 산 거다.
여전히 3백65일 중 3백 일 정도 착용한다. 난 내추럴한 것보다 이렇게 존재감 있는 엑세서리가 좋다.
사는 것보다 사지 않음에서 신념이 드러난다는 게 좋네요.
저는 건강한 소비를 지향해요. 자신의 경제 수준을 벗어나거나, 트렌드만 좇아 남들을 따라 사는 건 건강하지 않은 소비라고 생각하죠. 제가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최실장’에 대해 생각하면 모호한 말이 아닌 진짜 필요한 팁을 주는 사람이란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 구독자에게 실용적 콘텐츠를 제공하죠.
유튜브를 보는 분들은 옷에 관심은 있으나 전문적 지식이 없는 분이 많아요. 패션 신에서 유튜브를 시작하는 분들이 내가 어떤 커리어를 쌓은 대단한 사람인지를 더 강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대중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느냐죠. 유튜버를 직업으로 삼겠다고 하면 하이패션의 문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반인도 따라 할 수 있는 스타일링이나 실용적 팁이 실린 패션 잡지들은 이제 한국에서는 전부 사라졌어요. 이제 한국 패션 잡지엔 하이패션 브랜드 앰배서더들의 화보가 가득하죠. 지금은 유튜브 콘텐츠가 그런 실용적인 부분을 대체하고 있어요.
저는 스타일리스트로서 일할 때 하이패션의 권위적 태도에서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과거엔 패션이 주로 하향 전파되는 것이긴 했지만, 너무 뜬구름 잡는 것 같고 유행에 따라 소비를 부추긴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죠. 한편으로는 패션업에 종사하는, 열정 페이에 가까운 돈을 받는 어시스턴트 등 젊은 친구들이 명품 소비를 과도하게 하는 걸 보며 위화감을 느낀 적도 많았고요. 사실 제가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게 된 것도 별다른 선구안이 있어서가 아녜요. 스타일리스트라면 스타일링을 통해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 패션 화보인데, 계속 지면도 줄고 유가나 연예인 화보 위주로 작업하니 설 곳이 점점 좁아지더라고요. 이를테면 브랜드 의상을 ‘풀착’(모든 옷을 브랜드 룩북 스타일링대로 입는 것)해야 하면 스타일리스트가 굳이 필요 없는 거죠. 그런데 유튜브로는 제가 제 목소리로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시작했고, 마침 대중의 니즈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얼마 전 이지현 편집장님과 만난 자리에서 잡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여전히 잡지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굉장히 공감했어요. 어떤 트렌드든 패션 뉴스든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고 보여주느냐가 중요합니다. 결국 잡지든 유튜브 채널이든 콘텐츠에 저널리즘이 빠져서는 안 되는 거예요. 제 유튜브 채널 재생 목록에도 ‘트렌드 리포트’라는 콘텐츠가 있는데, 여기서 저는 그런 관점으로 이야기 하려 해요.
‘스타일리스트’보다는 ‘패션 에디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관점과 태도, 그리고 에디팅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죠.
‘최실장’의 스타일 면에서 봤을 때 쇼트커트를 웨트하게 연출한 헤어스타일링, 중성적이고 볼드한 의상 스타일링이 특징적입니다. 이런 스타일은 어떻게 찾아갔나요?
제 얼굴엔 이런 스타일이 어울려요. 인위적이거나 너무 잘 세팅된 스타일을 안 좋아하기도 해요. 쇼트커트가 편하죠. 질감을 주는 헤어 제품을 발라서 대충 만지면 되거든요. 이런 스타일을 찾기까지 저도 20대 초반까지는 꽤 많은 도전과 시도를 했어요. 당시 구제 패션이 유행해서 폭탄 펌에 키치한 아이템, 하늘색 아이섀도를 칠하고 다녔죠. 제가 의상학과에 재학 중일 때 여자 다섯 명이 휘황찬란하게 튀는 룩을 하고 다녀서 여자 H.O.T.라는 별명도 붙고 그랬어요. 그때 사진은 제가 다 없앴습니다.(웃음) 자기 스타일을 찾아나가려면 많은 도전과 실패가 필요해요.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스타일링에는 굉장히 특이한 방식도 있죠. 이를테면 50대 중년 남성인데 로리타 룩을 입는다거나 하는 것. 그런 스타일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신이 행복하다면 오케이죠. 취향이 없는 것보다 좀 고약하고 별나더라도 취향이 있는 게 저는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럭셔리만 좇는 시대는 갔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콰이어트 럭셔리’ 시대라고 하고, 한편으로는 이젠 ‘메가 트렌드’ 시대는 지나고 각자가 자기 취향과 체형에 맞는 고유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시대라고들 합니다. 실장님께서는 현재 패션 신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대체로 동의합니다. 제가 유튜브 콘텐츠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명품 쇼핑 하울’이 가장 많은 패션 콘텐츠 중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그런 콘텐츠를 찾아보기 드물죠. 오히려 명품 하울을 하던 인플루언서들도 이제는 그걸 지양하려고 한다고 고백하는 게 콘텐츠가 되고 있고요. 그리고 콰이어트 럭셔리 시대라고들 하는데, 저는 그 말에 어폐가 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대표 주자가 ‘더 로우’잖아요? 그런데 소비자들은 더 로우 가방인 걸 알아볼 수 있는 특징적 디자인 제품을 주로 삽니다. 결국은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는 거예요. 어쨌든 불경기라 하이엔드부터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모든 브랜드가 힘든 상황이긴 해요. 저는 좋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가능한한 많이 소개하고 힘을 실어주고 싶어요. 국내 디자이너들 가운데 옷 잘 만드는 친구가 많거든요.
한국 패션 신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네요.
제가 JTBC <마법 옷장>이라는 스타일링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도 저는 가능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옷을 착용하려 했어요. 요즘 패션 인플루언서들은 명품 행사는 열심히 가면서 정작 서울 패션 위크는 안 가잖아요. 그래서 저는 언젠가 새로운 기획으로 한국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발굴하고 알리는 콘텐츠를 해보고 싶어요. 물론 재미는 있어야겠죠. 그래야 사람들이 보고 실질적 지원이 될 테니까. 1백만에 가까운 구독자가 있는 유튜버로서 책임감도 지니게 된 것 같아요.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도 생각하고요.
실장님은 어떤 게 ‘멋’이라고 생각하나요?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꼭 패션 스타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전 그런 게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옷을 잘 입어도 멋없는 사람도 있잖아요. 사실 옷이라는 것은 포장지예요. 옷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죠. 저는 제가 아직 정말 멋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스타일링으로 그것을 잘 포장하는 겁니다. 옷이라는 건 아주 좋은 도구이니까요.
멋지다고 생각하는 아이콘이 있다면요?
패션으로는 스타일리스트이자 전 <보그> 프랑스 편집장인 카린 로이펠트. 제 ‘추구미’입니다. 사람으로는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슈. 그의 작품 세계뿐 아니라 백발에 쪽 진 머리도 멋지죠. 나이가 들수록 더 멋있어지는 이들입니다.
반대로 이런 건 정말 멋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돈으로 승부 보는 옷차림. 속된 말로 견적 나오는 스타일링이랄까요.(웃음) 자기 색깔이 묻어나지 않는 정형화된 룩인데, 허세가 보일 때 멋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 독자는 라이프스타일을 두루 살피는 이들입니다. 해주고 싶은 스타일링 조언이 있나요?
<행복이 가득한 집> 독자에게야말로 제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더 없을 거 같아요. ‘스타일은 태도다’라고 정의할 때 그걸 가장 잘 아는 독자는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영위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공간만큼 자신의 취향이 드러나는 곳도 없지요. 전신 거울을 옷장 앞에 두고, 자신만의 스타일링을 끊임없이 도전해보세요. 공간의 미학을 알고 즐기는 분이라면 자신만의 스타일링을 찾는 것도 쉬울 겁니다.
중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죠. 자기 스타일을 알아가는 데는 긴 여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의 훈련이 바로 ‘에디팅’이에요.
잘 걸러내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겁니다. 패션뿐만 아니라 일할때도, 일상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최희승을 가장 잘 표현하는 소장품

SRVC by 샘플라스SAMPLAS의 재킷 딱 하나의 아이템을 고르라고 하면 무조건 재킷. 재킷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굉장한데, 그중에서도 매니시한 재킷을 선호한다. 재킷을 입으면 어깨선이 쫙 펴지고 탄탄해지면서 체형 보완이 되고 어떤 옷과 매치해도 무게감을 주는 포멀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아까워하지 않는 아이템이 있다면 바로 재킷이다. 이 재킷은 편집숍 샘플라스에서 구입한 것으로, 비대칭적 디자인과 핏한 허리 라인 및 소매 디테일 등 개성이 두드러진다.

카린CARIN x UN3D의 아이웨어 컬래버레이션 라인 제품으로,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보지 못하는 감각적 실루엣이라 한눈에 반했다.

마르지엘라의 타비 슈즈 워낙 유명한 아이템이지만 이 제품은 조금 특별하다. 반짝이는 실버 톤과의 메탈릭한 소재에 크랙이 잔뜩 들어가 기본 디자인에 트위스트를 줬다. 블랙으로 상하의를 맞추고 볼드한 액세서리를 착용할 때 포인트를 주기 좋은 슈즈다.

페페쥬의 네크리스 실버 천사 오브제가 달린 네크리스로, 볼드한 액세서리에 이런 키치한 아이템을 믹스 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파인 옷을 입었을 때 이렇게 늘어뜨리는 네크리스를 자주 매치한다.

빈티지 부츠 무려 20년 된 레더 부츠로, 지금은 없어진 수제화 브랜드 제품이다. 가죽이 자연스럽게 에이징되어 더욱 멋스러워졌다. 질 좋은 가죽 제품은 낡아가는 멋이 있는 법. 물론 열심히 관리했다. 아끼는 물건을 잘 관리해서 오래 쓰는 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