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명실상부한 나물 민족이다. 사시사철 나물과 밥, 국을 기본 밥상으로 여기고, 심지어 곰이 인간이 되기 위해 1백 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었다는 이야기가 건국신화에도 등장한다. 이는 악식惡食 개척의 스토리로, 과거 맛없고 거친 음식은 오늘날 미식으로 추앙받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풀과 뿌리와 나뭇잎을 한국인처럼 양념해서 밥반찬으로 먹는 민족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라 가운데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막상 나물을 떠올리면 누구는 채소라 하고, 누구는 반찬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가장 푸근한 음식인 나물은 과연 무엇일까?
‘살이’와 가까운 단어일수록 여러 의미를 지닌 다의어인 경우가 더러 있지만, 나물의 정의를 두고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인은 채소 자체도 나물이라 하고, 조리한 채소 반찬도 나물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나물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삶거나 볶거나 또는 날것으로 양념해 무친 음식”을 온전한 나물로 인식하기도 한다. 모두 맞다. 한식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는 에서는 사전적 정의보다는 한국인이 일상에서 쓰는 관습적 용어에 더 무게를 두었다. 나물은 산과 들에서 절로 자란 푸새만 이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채소는 재배하는 나물이고, 그중 콩에서 싹틔운 콩나물은 오직 한국인만 먹는다. 제철 재료를 잘 말려서 갈무리해둔 묵나물도 있다. ‘캐다’라는 화두로 묶었지만, 나무에서 따고 바다에서 나는 나물도 있다. 그만큼 나물의 갈래는 다양하고, 나물을 살펴볼수록 조상의 지혜로움은 돋보인다.
나물은 크게 들나물, 산나물 그리고 텃밭나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나물’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입맛을 돋우는 파릇파릇한 봄나물이다. “봄은 낮은 곳에서 온다”는 표현도 봄기운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며, 그 흐름에 따라 나물이 자라나는 곳을 가리키는 것이다. 쑥·냉이·달래·돌나물 등 들나물이 가장 먼저 봄맛을 전하면, 이어서 두릅·원추리·더덕 등 산나물이 야산에서 모습을 보인다. 그사이 노지에서도 봄동·시금치 등 텃밭나물이 자라난다. 이렇게 산과 들에서 얻은 자연의 것을 다양하게 조리해 즐긴 나물이야말로 한식의 눈에 띄는 특질이다. 게다가 한국인은 나물 민족이라 불리는 만큼 밥부터 후식까지 채소로 만들지 못하는 요리가 없다. 덕분에 “한식의 건강성은 나물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식 상차림에서 한 끼 식단의 채식과 육식 비율은 대략 8:2가 되는데, 바로 나물 덕분에 채소를 충분히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물을 맛있게 조리하려면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 알맞게 데치고, 데칠 땐 줄기나 뿌리부터 넣을 것. 또한 쓴맛 나는 나물은 데쳐서 찬물에 담가둬야 독성과 떫은맛이 줄어드니 명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울리는 양념으로 조리해야 한다. 산나물은 된장 양념이 제격이고, 텃밭나물과 들나물은 소금이나 조선간장·초간장·초고추장과 잘 어울린다. 어렵다면 최근 바로 무쳐 먹을 수 있게 나온 간편 양념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밥을 먹으려다 보니
한국인에게 나물이란 기본적으로 ‘밥과 함께’ 먹는 밑반찬이다. 소금과 간장과 된장, 참기름과 들기름, 깨소금·파·마늘 등을 기본으로, 고춧가루가 등장한 이후에는 고추장과 설탕 등 갖은양념으로 맛을 낸 나물 반찬을 늘상 먹어왔다. 근래엔 쉽고 간단하고 맛있게 나물 반찬을 먹고자 하는 현대인의 요구에 따라 나물무침 양념이 다양하게 선보이기도 했다. ‘파채양념’ ‘겉절이양념’ ‘된장무침양념’ 등 바로 무쳐 먹을 수 있는 제품이 그것이다.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을 간편 양념장으로 무칠 때도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더해 보자. 고소한 맛과 향은 물론 부족한 영양분도 보충할 수 있다.

봄나물무침
재료(2~3인분)
시금치무침_시금치(손질한 것) 100g,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작은술, 소금 ½~⅓작은술, 오뚜기 옛날 볶음참깨 1작은술
냉이된장무침_ 냉이(손질한 것) 100g, 오뚜기 향긋한 들기름 1작은술, 오뚜기 오늘밥상 바로 무쳐먹는 된장무침양념 1~2큰술
두릅초고추장무침_ 두릅(손질한 것) 100g,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작은술, 오뚜기 초고추장 1~2큰술
봄동무침_ 봄동(손질한 것) 100g,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작은술, 오뚜기 오늘밥상 바로 무쳐먹는 파채양념 1½큰술, 오뚜기 옛날 볶음참깨 1작은술
만들기
① 나물은 각각 손질한다. 시금치는 뿌리 쪽을 잘라내고 줄기를 길이로 4~6등분해 4cm 길이로 썬다. 냉이는 칼날로 잔뿌리를 훑은 다음 4cm 길이로 썬다. 두릅은 밑동을 잘라내고 열십자로 자른 후 4cm 길이로 썬다. 봄동은 뿌리 쪽을 잘라내고 잎을 한 장씩 떼어낸다. 크기가 큰 잎은 반으로 자른다. 손질한 나물을 각각 씻어서 소쿠리에 건진다.
②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어오르면 향이 적은 나물부터 데친다(봄동 제외). 소금(분량 외)을 약간 넣고 시금치, 냉이, 두릅 순으로 데쳐서 각각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다.
③ 나물은 각각 참기름이나 들기름으로 먼저 버무린 후 나머지 양념 재료를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이로운 독, 맛있는 쓴맛
한국인이 즐겨 먹는 나물 중에 독특한 점을 한 가지 꼽으라면 유독 쓴맛 나는 나물이 많다는 것이다. 쓴맛은 식물이 제 몸을 지키기 위한 보호막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독이다. 이 성분은 대표적 파이토케미컬로, 대부분의 채소에 있지만 특히 뿌리채소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함유량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독 자체를 품은 나물도 있다. 원추리나 고사리가 그렇다. 그래서 끓는 물에 삶고 다시 우려내는 과정을 거쳐 양념을 넣어 무쳐 먹거나 볶아서 먹는 것이다. 참기름·들기름·고추장·된장 등 나물 양념은 조미료 역할뿐 아니라 해독제로도 훌륭하다. 진흙으로 구워 만든 오지그릇이나 질그릇 또한 쓴맛이나 독을 우려내기 위해 발달한 도구로, 우리 나물 문화의 심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원추리된장무침
재료(2인분)
원추리(손질한 것) 100g, 오뚜기 향긋한 들기름 1작은술, 오뚜기 오늘밥상 바로 무쳐먹는 된장무침양념 20g(1⅓큰술), 물 적당량, 소금 약간
만들기
① 원추리는 밑동을 잘라내고 4cm 길이로 잘라서 씻어 건진다.
② 냄비에 물을 붓고 소금을 약간 넣어서 끓이다가 ①의 원추리를 넣고 데쳐서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다. 찬물에 2시간 정도 담갔다가 건지면 독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③ 볼에 ②의 데친 원추리를 훌훌 털어서 담고 들기름을 넣어 버무린 다음 된장무침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오직 한국인만 즐기는 콩나물
우리 나물 중 가장 특색 있는 것을 꼽자면 콩나물을 빼놓을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전 세계에서 한국인만이 콩나물을 직접 재배하고 즐겨 먹는다. 중국에서 들어온 숙주나물 재배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이지만, 너무나 오래 일상에서 즐겨온 음식이라 그런지 사대부 중심의 조선 시대 문헌에서는 관련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1970년대까지도 대다수의 가정에서 직접 재배해 먹었을 정도로 콩나물은 친근한 나물이다. 대개 대두를 인위적으로 발아시켜 싹을 틔우고 뿌리를 키워 재배하는데, 신기하게도 콩나물로 자라면서 비타민 C가 생긴다. 콩나물은 비타민이 부족한 계절을 염두에 두고 곡물에서 채소를 얻은 지혜가 돋보이는 나물인 것. 조리법도 다양한데 물에 데쳐 무쳐 먹거나 국으로 즐기는 것이 일반적으로, 소금만 더해 끓여도 맛이 시원하지만 최근 인기인 간편육수링을 활용하면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콩나물김칫국
재료(2인분)
콩나물(손질한 것) 100g, 대파 5cm, 김치 100g, 물 3컵, 오뚜기 요즘 간편육수링 멸치&디포리 2개, 소금 약간
만들기
① 콩나물은 잔뿌리가 없고 통통한 것을 고른다. 뿌리가 너무 긴 것은 잘라내고 콩깍지를 떼어낸 후 씻어서 건진다. 대파는 세로로 길게 자른 후 얇게 썬다.
② 김치는 소를 털어내고 4cm 길이로 썰어서 채 썬다.
③ 냄비에 물을 붓고 간편육수링을 넣은 후 ②의 김치를 넣고 끓이다가 ①의 콩나물과 대파를 넣고 끓인다. 국물이 우르르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그대로 10초 정도 두었다가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구황식에서 건강식으로
우리 조상은 나물이 귀한 계절에는 제철에 난 여러 가지 나물을 말려서 갈무리해두었다가 다시 물에 불려 데쳐 먹곤 했다. 정월대보름(올해는 3월 3일) 전날 저녁 묵나물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대표적으로, 그 옛날에는 애호박·가지·버섯·고사리·도라지·시래기·토란대 등 아홉 가지 이상 묵나물을 오곡밥에 곁들여 먹으며 한 해 동안 무탈하기를 소원했다. 그중에는 버려질 것을 두었다가 새로운 식재료로 변모시키며 ‘재생의 미학’을 실현한 나물이 있으니, 바로 시래기다. 김장을 하고 남은 무청이나 배추 겉잎을 푹 삶아 찬물에 우렸다가 겨우내 처마 밑에 걸어 말려 나물로 만든 시래기는 오늘날엔 오히려 건강식으로 각광받는다. 된장·황태와 궁합이 좋아 함께 찌면 별미인데, 국물로 쌀뜨물을 쓰면 황태의 딱딱한 식감이 부드러워지고 비린내도 잡을 수 있다.

시래기황태찜
재료(황태 1마리분)
황태 1마리, 시래기(불린 것) 400g, 오뚜기 향긋한 들기름 2큰술, 된장 50g, 다진 마늘 1큰술, 쌀뜨물 혹은 물 10컵, 오뚜기 요즘 간편육수링 멸치&디포리 2개
만들기
① 시래기는 물에 헹궈서 체에 쏟아 30분 정도 물기를 빼면서 불린다.
② 황태는 물에 담가 부드러워지면 배를 갈라서 뼈와 가시를 발라내고, 길이로 반 자른 다음 4등분한다.
③ ①의 시래기에 들기름과 된장, 다진 마늘을 넣고 주물러서 양념한다.
④ 냄비 바닥에 ②의 황태를 깔고, 그 위에 ③의 양념한 시래기를 얹은 다음 쌀뜨물을 붓고 간편육수링을 넣어서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중약불에서 조린다.
⑤ 시래기를 8~10cm 길이로 썰어 그릇에 담고, 황태를 곁들인다.
신화 속 그 나물
나물은 우리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건국 내용을 담은 신화에서도 중요한 소재로 다뤄진다. 곰이 사람으로 환골탈태하는 인고의 시간에 쑥과 마늘이 등장하는 것. 인류학자들은 단군신화를 맛이 끔찍하거나 먹기 힘든 것으로 배를 채우며 살아남아야만 하던 악식 개척의 스토리라고 보기도 한다. 쌉싸름한 쑥과 매운 마늘 등 입에 쓰고 거친 음식을 먹으며 시련을 극복한 성공 이야기라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마늘은 시기상 달래나 명이나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인데, 요즘은 봄의 대표 미식으로 무쳐 먹으면 밥반찬은 물론 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한때는 악식이던 먹거리가 오늘날 미식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달래무침 곁들인 쇠고기냉채
재료(2인분)
쇠고기 꾸리살 500g
고기 재움장_ 진간장 2컵, 설탕 160g, 물 135ml, 오뚜기 미향 발효맛술 60ml, 사과 슬라이스 ½개분, 레몬 슬라이스 1개분, 대파 1대, 마늘 8쪽
달래무침_ 달래(손질한 것) 100g,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작은술, 오뚜기 오늘밥상 바로 무쳐먹는 겉절이양념 20g, 오뚜기 간편 장아찌 절임초소스 1½큰술
만들기
① 꾸리살은 직화로 겉을 돌려가면서 익힌 후 얼음물에 씻어 물기를 닦는다. 220℃로 예열한 오븐 팬에 뜨거운 물을 붓고 망을 얹은 다음 꾸리살을 올려 30분간 굽는다.
② 냄비에 진간장을 붓고, 대파와 마늘을 썰어 넣고, 물과 설탕을 넣어 불에 올린다. 우르르 끓어오르면 발효맛술, 사과와 레몬 슬라이스를 넣고 5분 정도 더 끓인다.
③ ①의 고기를 밀폐 용기에 담고 ②의 재움장을 부어 냉장고에서 8시간 동안 잰 다음 건져서 물기를 걷고 랩으로 감싸 냉동고에서 30분간 얼렸다가 얇게 썬다.
④ 달래는 알뿌리 껍질을 벗기고 4cm 길이로 잘라서 씻은 후 참기름을 넣어 버무리고 겉절이양념과 절임초소스(식초와 설탕 대신)를 넣고 무친다.
⑤ 접시에 ③의 쇠고기냉채와 ④의 달래무침을 가지런히 담는다.
나물을 먹어왔으니까
나물을 쭉 먹으며 자란 한국인들은 나물로 온갖 음식을 만들 궁리를 한다. 단군신화에 마늘과 함께 등장하는 쑥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쑥은 우리 민족의 삶과 정서에 깊이 닿아 있는 풀로 꼽히는데, 구황식이나 절식으로도 즐겼다. 멥쌀가루에 쑥을 다져 넣고 오래 치대는 쑥개떡이나 대충 버무려 찌는 쑥버무리가 그것으로, 봄의 향취를 만끽할 때 제격이다. 다식판에 찍어내면 격식 있는 자리에도 손색없다.

쑥개떡
재료(15개분)
오뚜기 씻어나온 오뚜기쌀 명품 100g, 쑥 100g, 오뚜기 요리용꿀 1큰술, 소금·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① 쑥은 떡잎을 떼어내고 줄기 끝을 잘라낸 다음 씻어 물기를 뺀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손질한 쑥을 넣어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 칼로 다지거나 커터에 넣고 간다. 100g씩 납작하게 만들어서 랩에 싼 다음 냉동해두고 사용하면 편리하다.
② 쌀은 따뜻한 물에 2시간 이상 불려서 체에 쏟아 물기를 뺀 다음 블렌더에 넣고 곱게 갈아서 체에 내린다.
③ ②의 쌀가루에 소금을 넣어 간한 후 꿀을 넣어 섞고, ①의 다진 쑥을 넣은 다음 손으로 싹싹 비벼 섞는다. 반죽을 오래 치대어 말랑하고 매끈해지면 15등분(10g 정도)해서 동그랗게 만든다.
④ 다식판에 참기름을 바른 후 ③의 반죽을 넣고 꾹꾹 눌러서 뺀다. 떡살을 사용할 경우에는 도마 위에 랩을 깔고 ③의 반죽이 서로 붙지 않도록 간격을 두고 올린 후 다시 랩을 씌우고 떡살로 찍어 모양을 낸다.
⑤ 김이 오른 찜통에 젖은 면 보자기를 깔고 ④의 반죽을 올린 후 15~20분 정도 찐 다음 한 김 식히고 참기름을 바른다. 식은 후에 먹어야 쫄깃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