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블 위에 놓인 메뉴는 프릳츠커피의 무화과 장봉뵈르, 바질 치킨 샌드위치, 캉파뉴, 그리고 김병기 대표가 직접 내린 필터 커피.
과거 스포츠 주간지 기자로 일하던 김병기 대표. 그에게 커피란 마감에 쫓기는 밤을 버티게 해준 연료에 가까웠다. 인식이 바뀐 계기는 우연히 마신 한 잔의 핸드 드립 커피였다. 처음 경험한 묵직한 질감과 깊은 풍미에 그는 이전 세계로는 돌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자 생활을 정리하던 무렵, 결국 바리스타에 도전했다.

프릳츠 장충점 내부 모습. 공간 디자인은 팀 바이럴스가 작업했다. 김병기 대표는 공간의 톤 앤 매너부터 소재 선택에 이르기까지 공간의 전반적 방향성을 제시했다.
“맛있는 커피를 탐구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틈만 나면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며 시간을 보냈죠.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날부터 매일 커피를 내렸다. 선배의 어깨너머로 익힌 방법을 집에서 흉내 내곤 했다. 핸드 드립에서 출발한 그의 관심은 로스팅으로, 원두 산지와 생두에 대한 이해로 확장됐다. 좋은 원두를 감별하는 감식안을 기른 김병기의 시선은 커피 밖으로 조금씩 확장해나갔다.
김병기 대표가 핸드 드립 커피를 내리는 모습. 분쇄한 원두를 여과지에 넣고 일정량의 물을 부어 커피 가스를 방출하고, 커피가 물을 충분히 흡수하도록 하는 과정이다.
프릳츠의 탄생
2014년 김병기 대표는 여섯 명의 기술자와 함께 프릳츠를 설립했다. 프릳츠에서 그는 바리스타이자 생두 바이어, 브랜드 디렉터로 역할을 넓혀갔다.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커피의 품질에 대한 자신은 충분했다. 관건은 소비자가 프릳츠를 기억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일. 김병기 대표가 선택한 방법은 ‘낯설게 하기’였다. “브랜드를 만들기 전에 두 가지를 생각했어요. 하나는 레트로한 느낌의 폰트, 또 하나는 커피나 베이커리와 전혀 관련 없는 심벌이었죠. 디자이너에게는 물개여도 상관없다고 말했어요.” 농담처럼 던진 말은 현실이 됐다. 레트로한 폰트와 물개 심벌은 프릳츠를 단번에 각인시키는 브랜드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프릳츠 장충점은 매일 아침 카페 옆에 마련한 제빵실에서 신선한 빵을 굽는다.
커피 맛에 대한 깨달음에서 출발한 시선은 브랜딩을 지나, 자연스럽게 기업 문화로 확장됐다. “기술자로 일하는 주변 사람들이 현실의 벽 앞에서 좋아하던 일을 포기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게 늘 안타까웠죠. 프릳츠는 함께 일하는 동료가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브랜드이기도 해요.” 프릳츠는 직급 대신 직책만 두고, 인사권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는 수평적 구조를 택했다. ‘브랜드를 만드는 건 사람’이라는 철학은 커피 한 잔을 받아 든 소비자의 경험 속에 브랜드의 인상, 좋은 커피 맛을 형성하는 선순환의 흐름을 만들었다.
김병기 대표는 스스로를 바리스타보다 경영인에 가깝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내어줄 때가 가장 즐겁다.
“커피는 나라는 사람을 들여다보고 음미할 수 있게 해준 도구에 가까워요. ‘아, 내가 생각보다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덕분에 깨달았거든요.”
프릳츠의 다음 잔
2025년 여름, 프릳츠는 새 출발을 알렸다. 커피와 빵을 중심으로 해온 프릳츠가 식사와 와인까지 아우르는 장충점을 연 것. 계기는 미쉐린 3스타 밍글스의 오너 셰프 강민구와 파라다이스 R&D 센터의 자문이었다. “어느 날 강민구 셰프에게 연락이 왔어요.
프릳츠 장충점은 고택, 한옥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하고 안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장충동에 있는 한옥을 보여주더니, 이곳을 캐주얼하게 풀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를 계기로 프릳츠커피는 베이커리와 커피 메뉴에 강민구 셰프가 운영하는 식음료 연구개발센터 컬리너리랩이 개발한 파스타와 라자냐, 하루 한정으로 선보이는 닭강정, 김민성 소믈리에가 선별한 와인을 메뉴판에 올렸다.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들러도 커피와 와인, 빵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문화를 제안하고 싶었어요.”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하는 방식은 김병기 대표가 품어온 바람이기도 했다.
프릳츠 장충점은 고택, 한옥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하고 안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에게 커피는 어떤 의미일까. “커피는 나라는 사람을 들여다보고 음미할 수 있게 해준 도구에 가까워요. 동시에 커피는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이어준 끈이기도 해요. 지금 제 곁에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커피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김병기가 추천하는 집에서도 커피 맛있게 즐기는 방법
잘 간 원두를 제때 먹을 것 커피 맛에서 중요한 건 원두의 그라인딩이다. 원두는 가는 순간 산소와 커피 표면의 접촉으로 빠르게 산화되기 시작하므로 마시기 직전에 갈아 먹는 게 맛과 향을 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가정용 그라인더로는 코만단테를 추천한다. 칼날의 내구성이 튼튼해 집에서도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원두는 로스팅한 지 3일 정도 됐을 때 먹으면 보다 신선한 맛을 즐길 확률이 높다. 늦어도 2주 안에 마시길 권장.
편의점 생수 이용하기 커피는 물 분자와 커피 분자의 합이다. 칼슘, 마그네슘, 알칼리도가 어느 정도 함량된 물인지에 따라 원두가 가진 성분을 잘 끌어낼 수 있다. 집에서는 이를 측정하기가 어렵지만 방법이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백산수나 아이시스 8.0 (수원지 청주)을 사용하면 좋다.
시간과 무게 측정이 가능한 저울 사용하기 핸드 드립 커피는 추출 시간, 커피와 물의 비율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를 측정할 수 있는 저울을 쓰면 디테일한 커피 맛도 잡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카이아의 저울을 추천한다. 블루투스 연동 기능이 있어 오늘 내린 커피 레시피를 애플리케이션에 저장해놓고 확인할 수 있다.
많이 마셔보기 많이 마셔보는 게 중요하다. 실패 확률을 줄이고 싶다면 지인이나 친구들과 카페에 갔을 때 원두 종류 혹은 가공법이 다른 음료를 여러 잔 주문해 조금씩 나눠 마셔보는 방법을 제안한다. 취향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다양한 드리퍼 활용하기 간단히 말하면 커피는 신맛-단맛-쓴맛 순서로 추출된다. 따라서 취향에 따른 맛을 뽑아내려면 다양한 기울기의 드리퍼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면 좋다. 신맛을 선호하면 60도 기울기의 V 형태 드리퍼를, 단맛을 더 내고 싶다면 80도 기울기로 넓게 퍼진 UFO 드리퍼를 사용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