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먼트풀 스테이 42호에 자리한 피온 소파.
복층 구조의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42호, 계단을 오르면 루프톱과 연결된 문 너머로 달맞이길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 감각적 공간이 이번 행복작당 부산 기간 동안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넥시스 엠포리움이 선보인 라마까사Lama Casa의 가구 때문일 터. 크리스티나 첼레스티노Cristina Celestino가 디자인한 피온Peon은 모란꽃에서 착안한 곡선이 인상적이고, 제르바소니Gervasoni의 누볼라Nuvola는 이름처럼 구름을 닮은 부드러운 볼륨감으로 공간에 온기를 더했다. 두 제품은 라마까사가 지향하는 ‘아트 컬래버 리빙Art Collabo Living’ 철학을 구현하며, 미니멀하고 여백이 살아 있는 아파트먼트풀의 구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감각적이고 부드러운 리듬을 만들어냈다. 관람객은 마치 조각 작품을 감상하듯 소파를 유심히 들여다보거나 직접 앉아보며 사진을 남겼다. 이 소파들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공간의 표정을 완성하는 오브제로 기능했다.
계단을 오르면 루프톱과 연결된 공간이 나타나는데, 누볼라 소파가 우아한 무드를 완성했다.
이처럼 넥시스 엠포리움은 ‘이탈리아의 감성, 이탈리아의 품격이 브랜드가 되다’라는 철학 아래, 이탈리아 장인 정신이 깃든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을 국내에 꾸준히 소개해왔다. 행복작당 부산의 한 장소인 넥시스 엠포리움 해운대에서 이러한 철학을 더욱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이곳은 이탈리아 하이엔드 키친의 진수를 담아냈다. 대저택을 연상시키는 공간 구성 속에 해운대 바다가 배경처럼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가구와 오브제는 전시물이 아닌 실제 주거 공간의 사물처럼 배치되었다. 관람객은 브랜드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감각으로 공간을 경험했다.
넥시스 엠포리움 해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유로모빌 키친 시스템.
이번 행복작당 부산 기간에는 특별 기획 전시와 찻자리, 그리고 커피 클래스도 함께 열렸다. 장안요의 신경균과 조령요의 신현민 부자가 함께한 전시 <물려주는 것들>은 한국적 정서와 수공예의 미학을 담아냈다. 기장의 흙과 나무, 남부 산지의 재료를 사용해 장작 가마에서 구워낸 그릇들은 손맛이 살아 있으면서도 기품과 실용성을 모두 갖추었다. 두 도예가가 빚은 달항아리, 그릇, 찻잔 등은 각 키친 공간과 조화를 이루며 브랜드의 고유한 미감과 기능성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유로모빌Euromobil은 50년 전통의 키친 시스템 브랜드로 천연 소재와 금속, 유광과 무광의 조합을 통해 감성과 기술의 균형을 완성했다. 실제 주방 구조를 반영한 동선 설계와 소재 활용은 브랜드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엘마Elmar는 주방을 유기적 건축물로 바라보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맞춰 구조와 기능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변환 가능한 키친 시스템’을 제안했다. 특히 @HOME시리즈는 조명과 오디오 기능을 통합한 키친 모듈로, 주방이 자연스럽게 거실로 확장되는 경험을 선사했다. 페발까사Febal Casa는 모듈형 키친과 수납, 팬트리를 일체형으로 구성해 실용성과 미감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고급 자재를 사용하면서도 부담 없는 가격대를 선보여 ‘합리적 하이엔드’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동선 중심의 설계와 사용자 중심 구조로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신현민 작가가 직접 전통 허브 차를 잔에 내려 나누었고, 함께 차를 마시며 ‘물려받고 이어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아버지와 협업했던 경험을 비롯해 도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 그리고 한국적인 도자기와 이탈리아 장인정신이 만나는 지점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갔다.
엘마 키친 시스템.
한편 모모스커피 전주연 대표가 커피 테이스팅 세션도 열었다. 장안요의 잔에 커피를 따라 마시며 품종과 산지, 로스팅 방식에 따라 어떻게 향미가 달라지는지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의 차이부터 각 지역(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커피의 뚜렷한 개성, 베트남 커피의 내수용과 수출용의 품질 차이까지, 커피에 얽힌 다양한 이론을 먼저 접했다. 단순한 시음이 아닌 ‘주방’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