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짓는 집’이라는 뜻의 행복작당作黨. 북촌을 산책하며 한옥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행복>이 준비한 가을 축제이지요. 2023년에는 열세 채의 한옥과 열두 개의 브랜드 및 작가가 함께했습니다. 4일간 5천여 명의 관람객이 찾은 행복작당의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
아베다가 애가헌에 마련한 셀프 케어 리츄얼 존.
왼쪽 아베다가 애가헌에 마련한 셀프 케어 리츄얼 존과 포토 스폿을 즐기는 모습. 오른쪽 외희 갤러리에서 부가부 육아용품을 함께 보는 가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행복작당은 단지 한옥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닙니다. 행幸은 요행, 다행의 행, 복福은 다복의 복을 뜻하는데요, 저는 요행이나 다행이 아니라 행동의 행行이라 생각합니다. 행동할 때 복이 온다. 복을 행하는 것이 행복이고, 그것을 작당하는 것이 행복작당이라 생각했어요. 복을 행하기를 서로 함께 한다, 이것이 행복작당의 궁극적 목표가 아닐까요?” _착착스튜디오 김대균 소장
반응이 뜨겁던 한옥 도슨트 투어에서 김대균 소장이 한 말로 이 지면을 열고 싶었습니다. 되돌아보니 올해에도 어김없이 정말 많은 분이 함께 ‘작당’을 해주셨어요. 두 손으로 정성껏 매만졌을 한옥의 문을 활짝 열어준 공간주와 행복작당의 취지에 맞춰 전시를 준비해준 브랜드, 그리고 감각을 더해준 작가와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넓은 공간과 잘 어울리는 원목 침대가 눈에 띄는 서윤정회사 2층 풍경.
하우스 오브 프리츠한센 서울에서 협업 전시한 무명씨 작품.
올해에는 한옥과 브랜드의 쇼룸을 포함해 열네 곳의 스폿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프리츠한센, 한국갤러리, 부가부, 삼성전자, 알로소, 이솝, 골든듀, 오뚜기, 무토, 아베다, 인피니를 한옥에서 만날 수 있었지요. 프리츠한센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문을 연 하우스 오브 프리츠한센 서울의 공간을 앤티크 숍 무명씨와 함께 연출하며 덴마크와 한국의 미감을 동시에 보여줬습니다. 여덟 번의 행복작당을 진행하며 함께하는 브랜드의 면면도 한층 다양해졌습니다. 아마 눈치채셨겠지요? 가전, 주얼리, 육아용품···. 어김없이 한옥의 포용성이 빛을 발했습니다. 잘 지은 한옥에 어떤 브랜드가 함께하느냐에 따라 색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게 행복작당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익숙한 한옥이, 혹은 익숙한 브랜드가 어떻게 변주되었는지 기대하세요.
이음 더 플레이스 전경과 내부. 저녁엔 운치 있는 노을이 한옥을 감싼다.
올해에는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준비한 공간과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트루투타입과 함께 무무헌에서 준비한 행복라운지. 언덕을 오르내리다 만나는 행복라운지가 즐거운 휴식처가 되었길 바랍니다. 앞서 말했듯 참우리건축 김원천 소장과 착착스튜디오 김대균 소장, 두 건축가와 함께한 한옥 도슨트는 재미와 깊이를 갖춘 특별한 이벤트였고요. 행복작당이 진행되는 나흘 동안은 완연한 가을이라는 말이 딱 맞는 날씨였습니다. 은행나뭇잎 같은 노란색 입장권을 손목에 찬 분들의 미소를 많이 보았어요. 모두 행복하셨지요?
행복작당을 찾은 사람들
날씨마저도 반겨주었던 맑은 가을날, 2023 행복작당을 찾은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멋지게 고친 한옥을 보고 체험한 모든 순간이 놀라웠어요. 특히 아름다운 정원이 인상적이었죠. 우리가 방문한 모든 한옥은 각자 고유한 분위기가 있었고, 브랜드의 터치가 더해져 더욱 독자적으로 변모했습니다. 제품을 전시하기 위해 정원을 활용한 모습을 감상한 것도 좋았고요. 한옥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들과 저 모두 근사한 오후를 보냈습니다. 내년에 또 오고 싶어요.”_정원가 핏 아우돌프 Piet Oudolf
“토요일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북촌에서 행복작당을 방문하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저는 주한 캐나다 대사로서 양국 문화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모색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하고 있어요. 한옥은 캐나다의 목조 캐빈 하우스를 떠오르게 하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집이었어요. 그리고 강한 장소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활기찬 문화를 온몸으로 즐기고 인사이트를 얻는 시간이었어요. <행복이 가득한 집> 감사합니다!”_주한 캐나다 대사 타마라 모휘니Tamara Mawhinney
“평일이었는데 관람객이 굉장히 많아서 놀랐어요. 전통 주거 공간부터 갤러리까지 다채로운 분위기의 한옥을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오뚜기의 잇 프로젝트 전시가 좋았어요. 서울대학교 황갑순 교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그릇을 만들고 디자인한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실제로 몇 개 구입했어요.”_디자인붐 공동 설립자 비르짓 로만Birgit Lohmann
“삼성전자 비스포크 인피니트 냉장고에 파도와 백사장을 디자인 요소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지우헌에 놓인 가전제품을 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했습니다. ‘영원’이 어떤 가치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또한 모두가 원하는 영원한 가치가 무엇일까 고민해보기도 했고요. 한옥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운데, 그 안에 놓인 가전제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_배우 이시원
“기대보다 훨씬 좋았어요. 한옥마다 소유자의 취향과 스타일이 드러났고, 또 그 공간을 빌려 전시를 연 브랜드가 저마다의 방법으로 공간을 재해석한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행사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멋졌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입장으로서 기획한 분들의 노고에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한옥 중에서는 지우헌이 특히 좋았어요. 사는 이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_스트락스 어쏘시에이트 대표 박광
“한옥은 거대한 공예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조형성이 강한 공간이죠. 마당을 품은 ㄷ자형의 규모 있는 한옥 블루재와 프렌치 감성의 오트 쿠튀르 가구 델쿠르 컬렉션의 매치가 인상적이었어요.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 한옥은 무엇이든 수용하는 그릇이 되는구나’ 하는 점을 더욱 깨닫게 되고, 그걸 매해 정성스럽게 보여주는 행복작당이 있어 디자이너로서 참 고맙고 행복합니다.”_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은주
“북촌 골목골목마다 자리한 보석 같은 공간에서 만난 행복작당. 한옥의 기품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한국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지도를 들고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심정으로 한 스폿 한 스폿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것 같아 아쉬웠어요. 외국인 관광객이 가득한 골목 풍경에 뿌듯하기도 하고, 행복작당을 더 오래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어요.(웃음)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연작과 협업한 히든재였습니다. 나만의 비밀 공간 같은 한옥에서 전초로 만든 화장품을 만나니 더욱 신비스러운 느낌이랄까요? 화장품 원료를 직접 볼 수 있고, 포토 존까지 마련되어 친구와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이었어요.”_아나운서 이정민
“손맛이 느껴지는 공예품 같은 한옥 공간들을 구석구석 볼 수 있는 경험은 무엇보다 특별했어요. 해마다 행복작당을 방문하는데, 같은 한옥들을 둘러보면서 ‘이 공간은 또 이렇게 조금 더 손때가 탔구나’ 하며 내 집처럼 시간성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솝의 향으로 가득 채운 자명서실에서 재활용한 공병들로 한국 전통 가구들을 해석한 전시가 멋있었어요. 또 무무헌에 놓인 트루투타입의 제품은 현대적 모양새의 가구들이 한옥 속에 스며들었는데, 꽃 한 송이 꽂힌 스틸 화병이 그림처럼 보일 정도로 아주 시적이었습니다.”_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혜영
“그동안 삼성전자와 함께 여러 행사에 참여했어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만 등장한다고 생각했는데, 전통 한옥과 조화를 이루면서 타임리스라는 콘셉트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가전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보이던 행보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는데, 전통과 첨단의 융화가 아름다웠습니다. 새로운 유행이나 기술만이 아니라 전통과의 어우러짐까지 고민해야 하는 디자이너분들의 어려움도 느껴지고요. (웃음) 다음 전시는 또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기대되고, 앞으로도 이러한 협업이 자주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이 무르익는 지금의 한옥이 주는 느낌은 여름이나 겨울과는 또 다른 것 같아요. 어렸을 때 한옥에 살던 기억도 나고요. ‘너 여기 살라고 하면 살겠니?’ 스스로 물었는데, 스테이 같은 곳에서 한번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이렇게 날씨 좋은 계절에는요.”_배우 하석진
“‘한옥’이라는 여백에 ‘무토’의 뉴트럴한 색감을 아름답게 입힌 이음 더 플레이스와 지난해에 이어 다채로운 전시를 펼친 노스텔지어 한옥이 인상적이었어요. 평소 한옥을 우아한 백지 같다고 생각해왔는데, 다양한 스타일을 믹스 매치할 수 있는 파워풀한 힘을 지닌 공간임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_공간 디자이너 조희선
“한옥은 놀랍도록 유연해요. 한국 전통에 현대적 관점의 재해석이 더해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행운이었습니다. 즐겁고도 풍요로운 순간이었어요.”_오스트리아 대사 부인 주자네 암게르홀처Susanne Angerholz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