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리포트에 등장한 테마 중 오늘날 주거 공간을 가장 활발히 견인하는 여덟 가지 키워드를 선정했다. 그리고 현업에서 이 키워드를 가장 활발하게 다루는 전문가에게 지금의 이야기를 물었다. 그들에게 들은 가장 최근의 변화와 방향성을 전한다.
High-end Living
#최고의 집을 위한 여정
지난해 주거 트렌드를 이끈 핵심 키워드였던 하이엔드 주거는 ‘하이퍼엔드’라는 한국형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된다. 이제 개인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평면이나 세계적 유명 건축가의 디자인은 기본이 되었고, 호텔급 이상의 어메니티와 서비스 및 럭셔리 브랜드 등으로 차별점을 모색한다. 이는 메디컬 서비스, 소셜 라이징을 더한 형태로 등장하는 시니어 레지던스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부산 오시리아에 들어설 어퍼하우스 밀도원. 지상에는 자연 속에 낮은 밀도로 집을 짓고, 지하에는 럭셔리한 커뮤니티 공간을 배치했다.
왼쪽 건축가 헤어초크 앤 드 뫼롱의 설계로 이슈가 된 더 피크 도산. 오른쪽 풀사이드 클럽, 승마, 요트까지 럭셔리 어메니티를 갖춘 더 팰리스 73.
부산 기장군에 들어설 롯데호텔의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VL라우어.
전 세대 한강 뷰, 일부는 세대 내 스카이 가라지가 있는 아스턴55.
집에서 경험하는 완벽한 서비스
핏플레이스 이호 대표
핏플레이스는 부동산 상품에 대해 기획부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회사다. 요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하이엔드 레지던스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어땠나?
쉽지 않다. 경제적으로 위축되다 보니 기업을 상대로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오피스 시장이 활발하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해외 관광객이 늘면서 오히려 호텔이나 리조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 상황과 맞물린 결과일 뿐, 하이엔드 주거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 같다.
성장할 것이라 보는 이유는?
글로벌 시티로서 서울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퍼엔드 주거 브랜드는 국내 부유층만 대상이 아니다. 이 유형의 잠재적 소비자에게는 집이 컬렉션이다. 도쿄에 한 채, 파리에 한 채 식으로 상품처럼 구입한다. 실제로 도쿄 아자부다이힐스의 경우, 외국인의 구입 비율이 굉장히 높다. 그들이 아시아권에서 어느 도시에 집을 살지 생각했을 때, 요즘에는 서울도 괜찮은 선택지다. 치안이 좋고, 나이트 라이프도 즐길 수 있는 쿨한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곧 메가시티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이엔드 주거에 이어 한국형 신조어인 하이퍼엔드 주거도 등장했다. 둘을 구분하는 정량적·정성적 기준이 있나?
우선 물리적으로는 단지형 상품이 아니라 한 동 규모이고, 세대수는 30세대 미만, 기본 유닛의 전용면적은 74평 미만이 많다. 이는 한국의 법적 기준에서 비롯된 공통점이다. 한국에서는 세대수가 30세대를 넘어가면 주택법을 적용받고, 그렇게 되면 분양 제도, 청약 등에 대해 관官의 컨트롤을 받아야 한다. 하이퍼엔드 주거는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편이다. 유닛의 경우도 공동주택에서 호화 주택의 전용면적 기준을 넘기지 않기 위한 숫자다. 심리적으로는 유연한 환금성을 원하는 사람은 단지형 하이엔드 주거를 선호하며, 나만의 트로피 에셋을 원하는 사람이 하이퍼엔드 레지던스를 택한다.
최근 하이퍼엔드 주거는 어떻게 달라지나?
1세대 하이퍼엔드는 대형 평수, 정원 등 물리적으로 확실한 고급화가 목표였고, 2세대에서는 그에 걸맞은 서비스와 어메니티가 등장했다. 3세대는 브랜드다. 내가 페라리를 타면, 그것과 똑같은 경험이 내 집에서도 이어지길 바란다. 패션 브랜드,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가 하이퍼엔드 주거 상품의 브랜드 및 관리 주체로 나서는 이유다.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집으로 들이나?
포도 바이 펜디 까사에서 펜디 까사 제품으로 홈 인테리어를 한 것이나, 포르쉐 디자인 타워에서 자신의 슈퍼카를 자기 집 거실에 주차하는 경험을 디자인한 것이 그 사례다. 집은 의식주의 총합이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가 마지막에는 집으로 다 보여주는 것 같다.
AI Powered Home
#하나로 연결하는 가전
집 안에 각각 존재하던 가전은 사물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편리한 주거 생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수행하게 됐다. 여기에 AI 기술이 더해지면서 명령을 실행하는 수동적 대상에서 사용자에게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하는 능동적 주체로 다시 한번 진화한다. 이제 가전은 나를 이해하고, 나를 위해 행동하는 존재다.
반려 가전으로 일컫는 비스포크 AI 스팀. 스마트싱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집에 있는 반려동물을 케어할 수도 있다.
왼쪽 식재료를 인식하고 레시피를 알려주는 비스포크 AI 패밀리 허브. 오른쪽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기는 스크린을 통해 집 안의 다른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
나를 알아주고, 내게 맞추는 가전
삼성전자 이보나 상무
삼성전자 CX 인사이트 그룹의 그룹장으로 가전을 사용하는 경험 전반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수행하나?
예전에는 소비자가 가전을 구입할 때 제품 자체의 기능만 보고 결정했다면, 지금은 사용하는 동안 어떤 경험을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2021년부터 그 전반의 경험을 보면서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에는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보관하도록 냉장고의 변온 기능을 강화하고, 세탁이나 건조 시간을 단축시키는 등 개별 제품의 기능을 중심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문을 여는 힘은 적정한지, 핸들의 그립은 편안한지 등 감성적 사용 경험뿐 아니라 서로 연결해서 더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방향성이다.
언급한 대로 작년부터 가전업계에서는 ‘연결’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다. 연결이 핵심 방향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핸드폰과 가전, 음성인식 플랫폼 빅스비,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까지 갖춘 회사는 전 세계에서 삼성이 유일하다. 연결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다. 그리고 서로 연결했을 때 보완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 일례로 집에 들어가면 에어컨을 켤 수 있는 간단 리모컨이 폰에 뜨고, 패밀리 허브 냉장고는 카메라가 내장되어 식재료의 입출고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관리한다. 그 정보가 핸드폰으로 연동되어 장 볼 때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고 보관중인 식재료로 가능한 레시피도 제안해준다. 인덕션이나 오븐을 사용하는 요리라면 레시피를 보내 그대로 조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연결이 우리 일상에 가져오는 변화는 어떤 것이 있나?
가전은 그 자체로는 굉장히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제품 단독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연결은 다른 기기가 지닌 기능, 정보를 활용해 그 사이의 불편을 개선한다. 궁극적으로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기기가 알아서 빨래하고 청소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덕션은 물이 끓어넘치는 것을 감지하면 화력을 낮추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사용자가 잊은 것인지 의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럴 때 다른 제품의 조력을 받는다. 핸드폰이나 스마트 워치로 내 위치를 확인하고, 집 밖에 있으면 알람을 보내고 바로 끌 수 있다. 최근에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은 기능이다.
가구 같은 가전이 지난 몇 년 동안 트렌드였다. 요즘 디자인의 방향성은 어떠한가?
선택지를 다양화하되 지향점은 공간에 두드러짐 없이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자동으로 동작하되 집 안에서 좋은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요즘에는 홈 케어를 바탕으로 홈캠, 반려 로봇 등 사람과 교감하는 가전이 늘고 있다.
반려 가전은 결국 사람과 소통하며 나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콘셉트이지 않나.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반되는 부분이다. 지금은 빅스비가 나의 명령을 수행하는 일방향으로 작동한다. 앞으로는 내가 쓸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환경이 되면 먼저 제안하고 알아서 작동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기온이 30℃ 이상, 습도가 얼마 이상일 때 자주 에어컨을 켠다면, 나중에는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자동으로 작동한다. 핸드폰을 큰 글씨로 보면 가전의 스크린도 거기에 맞춰 글씨가 커진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기록에 맞춰 추천하는 것처럼. 미래에는 물어보지도 말아야 한다.(웃음) 나를 알아야지. 결국은 나에게 어떻게 더 핏하게 맞출 것인가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
Co-Living
#집은 또 하나의 나
한국에서 세 집 중 한 집은 1인 주거다. 지난해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코리빙 하우스는 청음실, 명상 큐브 등 커뮤니티 공간을 세밀하게 마련하거나 F&B 브랜드, 코워킹 스페이스를 접목하며 갈수록 풍성해지고 있다. 1인 가구와 가전 브랜드는 꾸준히 등장하고, 가구 구독에 이어 가전 구독 서비스까지 활발하다. 가구와 가전, 공간 모두 나의 무드에 맞춰 선택지가 다양해진다.
왼쪽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가볍고 콤팩트한 가전을 선보이는 루메나의 미니 조명스페이스 S 무드등. 오른쪽 9가지 색상, 10가지 다리 길이, 30개 선반으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레어로우 랙 시리즈.
소규모 공유 주거 커런트페이지. 취향을 드러낼 공간을 곳곳에 뒀다.
왼쪽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 방음 시설을 갖춘 에피소드 용산의 청음실 낙. 오른쪽 지웰홈스 왕십리의 공용부. 이동이 유연한 가구와 구조물로 스트리트 무드를 연출했다.
1인 주거의 솔루션은 다양성
최중호스튜디오 최중호 대표
최중호스튜디오는 제품부터 가구, 공간까지 다채로운 디자인 작업을 수행한다. 제품 디자인으로 시작했지만, 공유 주거나 가구 등 주거 공간과 관련한 작업도 활발하다. 요즘 수행한 주거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나?
최근에는 아파트멘터리와 협업해 디자이너의 주거 인테리어 에디션을 만드는 일을 했다. 우리는 아파트의 가장 전형적인 평면을 유지하면서 특정 포인트를 유닛화해 시공 대신 제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침대 헤드보드와 벽 마감을 일체화한 유닛, 기둥의 한 면이 선반으로 이어지는 유닛 등 가구와 공간 사이의 형태를 띠고 있다. 벽지는 한번 바르면 바꾸기 어려워 화이트 톤이나 우드처럼 안전한 방식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유닛으로 생산하면 다양한 톤 앤 매너를 만들 수 있고, 소비자도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사용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한 가지 타입의 공간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파생이 가능한 솔루션을 보여주려 했다.
주거에 대한 관심이 많은 듯하다. 에피소드 성수 101, 지웰홈스 같은 공유 주거 브랜드도 다양하게 디자인하지 않았나.
우리는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디자이너라 공유 주거처럼 하나의 주거 유닛이 반복되는 시스템이 더 잘 맞다. 코리빙 하우스를 설계할 때는 공급자 입장에서 지나치게 투자하지 않으면서 수요자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 제안한 것이 ‘이케아 해킹’이다. 이케아 제품을 부분부분 설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월 패널을 두고 여기에 서랍이나 거울, 옷걸이, 커튼 등 이케아 제품을 구입해 원하는 대로 설치해 쓸 수 있다.
첫 번째 공유 주거 프로젝트인 에피소드 성수가 2020년 문을 열었고, 최근 작업한 커런트 페이지 3은 지난 7월 오픈했다. 그때와 지금 1인 주거는 어떻게 달라졌나?
예전보다 자신을 대변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인스타그램 피드는 나의 무드 보드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음식은 이런 맛, 공간은 여기, 가구는 이 제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찍고 올리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렇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다 보니 ‘이런 공간에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예전에는 나를 표현하는 것이 옷이나 말투, 신발 같은 것이었지 빌라나 원룸 같은 집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집도 나를 대변한다. 그래서 나의 취향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집 구조를 만들어주려 했고, 옵션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싶었다.
어떤 방식으로 다양성을 줬나?
오피스텔이나 빌라는 대부분 면적이 작다 보니 붙박이 가구를 두어 수납에 집중한다. 문제는 이렇게 공간을 만들어두면 그다음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일부는 수납장 없이 비어 있을 때 더 좋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신발장을 장으로 아예 두지 않고 작은 가구로 옵션처럼 쓸 수 있게 했다. 이 정도의 공간도 면적이 작은 1인 주거에서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요소를 찾아 가구화하거나 비워서 사용자가 담고 싶은 것을 담게 해줘야 한다. 벽면도 뭘 거는지에 따라 무드가 바뀐다. 좋아하는 가방이나 자전거, 그림 등 내 취향과 취미를 바깥으로 드러낼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의 주거 공간은 숨기는 것에 집중하는데, 1인 주거는 처음부터 취향을 담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식보다는 좀 더 열어두려 한다.
New Inspiration
#호텔 #스테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집을 꾸미는 사람은 카페부터 식당, 갤러리 등 어디서든 영감을 받고 이를 집에 적용한다. 그중 호텔은 집과 가장 닮은 듯 다른 공간으로, 내가 사는 공간의 퀄리티를 높이고 싶은 사람이 지향하는 영감의 원천이다. 감각적 인테리어뿐 아니라 휴식과 여유 등 호텔에서 경험한 특별한 순간은 가구 배치나 구조 등 다양한 공감각 요소로 우리 주거에 발현된다.
리마데시오의 워크인 클로젯 제니트. 중문 옵션으로 마스터룸 존의 연결성을 조절할 수 있다.
커뮤니티 시설도 주거 공간인 시대. DL이앤씨의 아크로도 공간에 강약을 줄 어메니티를 마련했다.
왼쪽 강렬한 패턴의 욕조 네불라. 안토니오 루피의 제품이다. 오른쪽 보날도의 넬슨 침대. 넓게 확장된 헤드 보드가 협탁까지 연결된다.
특별함을 꿈꾸는 집
인테그 조윤경, 송승원 대표
시대에 따라 이상적인 집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개별 주거가 아닌 아파트 단지나 공유 주거를 설계해온 만큼 주거 시장이 향하는 큰 방향성을 고민할 텐데, 최근 사람들이 원하는 집은 어떤 모습인가? 또 인테그가 생각하는 좋은 집은 어떤 곳인가?
송승원(이하 송) 오롯한 개인 공간인 만큼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세밀하게 반영한 곳이 좋은 집이다.
조윤경(이하 조) 덧붙이자면, 그러기 위해서 편리함, 편안함, 특별함이 서로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최근에는 편리함이나 편안함에 찍혀 있던 방점이 점점 특별함으로 옮겨가고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에 대한 기대치가 전반적으로 높아졌고, 사용자가 원하는 수준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과 경제 등 여러 배경이 갖춰졌다.
특별한 집을 상상할 때 가장 참고하기 좋은 공간은 호텔이다. 그렇다면 호텔의 어떤 점을 원하는 것일까? 또 실제로 가장 많이 바뀐 영역이 있다면?
조 호텔은 공간의 강약이 있다. 객실은 안락하고, 인피니티 풀에서는 여행지의 들뜸이 느껴지는 등 일상적 경험과 비일상적 경험이 적절히 혼재된 것이다. 주거 영역이 넓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에는 아파트의 각 유닛만 집이라 생각했다면, 이제는 공용 공간과 로비 주차장 등 각종 커뮤니티 시설까지 집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이 불편함 없이 연결되었을 때 ‘호텔 같은’ 특별함은 배가된다. 객실 안에서는 의외로 소소한 포인트에 집중한다. 침대부터 욕실까지 이어지는 동선이나 침대 헤드보드 디자인, 감성적 조명, 편안한 침구처럼 말이다. 그래서 가장 많이 바뀐 곳도 안방이다. 화장실이 딸린 가장 넓은 방이 침실, 드레스룸, 욕실로 이어지는 마스터룸 존이 되었으니 말이다.
송 그래서 아파트를 설계할 때 레이아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타깃층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에 가장 많은 면적을 내주거나, 특화된 동선을 계획하는 식이다. 나에게 딱 맞는 동선과 공간이야말로 아파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의 정점이다.
구체적으로 집 내부를 꾸밀 때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조 이제 주거용 마감재라는 틀에서 벗어나 정말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다. 특히 목재, 패브릭 등 본질적 마감재를 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덕분에 물성이 강조된 집이 늘었다. 또한 욕실, 드레스룸같이 하루 중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은 곳에는 옐로처럼 강렬한 색이나 컬러 글라스, 테라코타 등 과감한 시도를 통해 주거 안에서도 공간의 강약을 느끼게 한다. 조명의 차이도 큰데, 주광색의 밝은 조명이 주를 이루던 모습에서 지금은 좀 더 따스한 색 조명을 선호하는 추세다.
Art House
#집으로 들어온 예술
요즘 집에 들어오는 오브제 중 하나가 바로 아트다. 집 속의 아트는 누군가와 함께 감상하는 기쁨도 있지만 본질은 나를 위한 즐거움이다.그림에서 시작해 달항아리 같은 오브제, 집의 일부가 되는 아트 퍼니처나 조명까지 품목은 달라지지만, 그 중심에는 예술적인 그 무언가로 내 집을 정의하고 취향을 보여주려는 마음이 맞닿아 있다.
왼쪽 박관욱 작가의 육각형 캔버스 작품과 야부 푸셸버그의 가구로 연출한 브라이튼 한남 레지던스. 오른쪽 스튜디오 트루베가 디자인한 브라이튼 한남 레지던스. 거실 벽면에 박지현 작가의 작품을 걸었다.
왼쪽 노기쁨 작가의 드로잉, 김무열 작가의 세라믹 가구로 스타일링한 거실. 오른쪽 한 점의 공예 작품 같은 체코티 콜레지오니의 가구.
왼쪽 아트 퍼니처의 힘이 느껴지는 공간. 책꽂이를 겸하는 암체어는 닐스 홀거 무어만의 북키니스트. 오른쪽 하이엔드 레지던스 홍보관 프로젝트. 형형색색 테이프를 바닥에 테이핑한 짐 람비의 작업이 공간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집은 아트 실험실
스튜디오 트루베 조규진 대표
스튜디오 트루베는 아트 스타일링을 기반으로 다양한 용도의 하이엔드 공간 프로젝트를 작업하며 공간에 아트와 공예를 녹여왔다. 아트와 공예 작품을 디자인 도구로 활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공간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은 미니멀리즘이 트렌드였다. 이때 공간을 비우고 아트로 풍성하게 만드는 방식을 자연스레 배웠고, 그때부터 공간과 아트의 관계, 서로 주고받는 영향에 흥미를 갖게 됐다. 이제는 아트를 먼저 배려하며 공간을 만드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웃음)
요즘 주거 공간에서 아트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
이제 집은 나를 표현하는 가장 큰 도구 중 하나다. 개인의 개성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면서 주거 공간이 미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점점 더 디테일해지는데, 이를 스타일링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아트라 생각한다. 아트는 공간을 채우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점점 더 개인의 취향을 보여주는 방식이 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이나 고유한 스토리를 녹여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최근에는 아트에 대한 관심이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나?
페인팅이나 드로잉에 국한되지 않고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얼마 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필립 파레노의 전시 가 좋은 사례다. 얼마 전, 하이엔드 레지던스 브랜드의 홍보 공간을 기획했는데, 입구에 짐 람비Jim Lambie의 형형색색 비닐 테이프를 바닥에 붙이는 테이핑 작품 ‘Zobop’을 설치했다. 예전에는 회화나 드로잉을 생각했겠지만, 아트에 대한 관심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면서 시도하게 됐다.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이라 제안할 당시부터 설득과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반응이 좋았다.
작품 같은 가구와 조명, 아트 퍼니처가 집에서 예술 작품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구와 조명은 설치 및 이동이 쉬워 유니크한 아이템을 선택하기도 유리하다. 기능과 미를 겸비한 제품을 잘 선택한다면 어떤 작품보다 돋보이는 예술이 될 것이다. 프로젝트를 할 때도 국내외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활용하거나 협업을 제안하는 편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가 깊을수록 공간의 무드도 깊어지고, 젊은 작가의 유쾌한 이미지로 신선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도 있다. 지난 6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동안 좋아하는 작가인 빈첸초 데 코티스Vincenzo De Cotiis의 파운데이션 겸 집을 방문했는데, 최근 본 공간 중 가장 아트 하우스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베네치아 스타일의 고전적 무드의 공간에 그가 디자인한 가구와 조명을 연출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공간에 예술 작품을 들이고 즐기는 팁을 알려 준다면?
많은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일단 컬렉팅을 시작해보라는 것! 클라이언트이자 안목 높은 컬렉터가 내게 해준 조언이다. 고르는 즐거움을 느껴봐야 하고, 그것을 공부하고 탐미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취향은 시간과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감상에 투자한 시간이 쌓여 취향이 생기고, 그것에 맞는 좋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힘도 생길 것이다. 그 자신감이 만족감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Green Life
#자연과 함께하는 삶
자연에 대한 본능적 열망은 그 거리가 멀어질수록 커지고 있다. 자연과 가장 동떨어진 곳인 도심,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현대인에게 자연은 동경의 대상과도 같아 일상에서 자연과의 연결성을 높여보고자 노력한다. 발코니에는 나만의 텃밭을 만들어 소소한 수확의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창밖에는 산이나 호수, 하다못해 나무 한 그루라도 보이기를 바란다.
왼쪽 지속 가능, 관리, 자연주의를 반영해 그린디벨롭먼트가 설계한 카페 인더스하버의 조경. ⓒ노경 오른쪽 활용도 높은 정원을 위해 만든 야외 주방. 제품은 판틴Fantin 사의 프레임 키친.
미국 볼티모어에 마련된 하버 웨틀랜드Harbor Wetland. 수생 보존을 위해 체사피크 만에 인공 습지를 조성했다.
언제 어디서나 자연과 함께
㈜그린디벨롭먼트 이가영 대표
광고 회사를 다니다 개인과 도시의 그린 라이프를 설계하고 있다.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시작은 내 주변에 녹지가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광고 회사에서 쌓은 관련 인사이트가 도시에 기여하고 싶게 만들어 첫 확장 대상을 도시로 삼았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질 좋은 그린 라이프스타일을 선사하고자 사명을 서울가드닝클럽에서 ㈜그린디벨롭먼트로 변경하고, 도시와 건물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한 환경을 계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더더욱 정원, 식집사 등 그린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 사람들이 그린 라이프를 열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는 가구를 바꾸고, 정원을 가꾼다는 속설이 있는데, 신빙성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3만 달러를 돌파한 시점은 2018년 4분기로, 이후 팬데믹 요인과 집 내부 꾸미는 일이 당연시된 흐름과 잘 맞아떨어졌다. 여유가 생기니 집 밖 정원과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또 식물 키우는 행위가 지닌 힘이 있다. 정해진 원리를 따르면 보장된 결과가 나와 자기 효능감이 충족되며, 자라고 회복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되레 내가 치유를 받는다. 이를 경험한 사람은 식물을 계속 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젊은 층의 관심이 늘어났는데.
자연에서의 긍정적 경험이 기본이다. 캠핑, 서핑 등 자연을 접할 환경이 다양해지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경험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젊은 층의 성향이 맞물린 결과다. 실제로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도 20대 초반의 수강생이 예상보다 많아 놀라기도 한다.
그린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로서 본인이 생각하는 그린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인가?
일상에서 자연을 접하는 모든 일. 가드닝, 정원에 국한되지 않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의 기반에 자연이 함께하는 것이다. 직접 키운 농산물을 먹고 나누며, 풀밭에서 요가를 하는 등 일상 공간에서 자연을 접하는 게 핵심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정원에서 지배적인 모습은 자연주의 정원과 지속 가능한 정원이다. 식물의 서식 환경을 이해함으로써 건강하고 아름답게 오래 유지되는 정원을 지향하는 것. 팬데믹 시기에 만든 녹지를 보고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실제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들어오는 문의가 심미성에서 관리의 용이성으로 옮겨갔을 정도. 따라서 AI 같은 신기술을 이용한 자동 관리 설비와 개발도 관심을 둔 분야다. 같은 맥락에서 개별 식물, 정원, 농업, 라이프스타일 순서로 관심사는 확장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 식물과 정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이제 그다음 관심사는 농업과 라이프스타일이다.
좋은 조경이란? 또 예비, 초보 가드너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사람들이 이용하고 싶게 만드는 곳. 이를 위해 만들 때 정확한 목적과 콘텐츠를 기획해야 한다. 집의 정원을 꾸밀 때도 정원에서 하고 싶은 활동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조경을 계획하면 훨씬 풍성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집에 식물을 들인다면 다 자랐을 때의 크기와 생장 온도를 확인하고 감당할 수 있는 종을 선택해야 한다. 만약 첫 식물을 들일 계획이라면 가드닝 클래스도 추천한다. 식물 키우는 원리를 배울 수 있는 데다 화분도 얻을 수 있으니 좋은 선택지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도전하라. 직접 키우지 않아도 좋다. 가로수나 들꽃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자연을 들일 수 있다.
SOCIALIZED HOME
#부엌 중심
프라이빗한 공간이기만 하던 집이 바뀌었다. 이제 집은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며 서로 간의 결속을 강화하는 바탕이다. 그 모든 활동의 중심지는 바로 주방. 정해진 틀을 따라 작업 동선에만 초점을 맞추던 가구는 이제 거실을 비롯한 주거 내 다른 공간과 소통을 목적으로 하며, 만남·업무·취미 등 다채로운 활동을 품는다.
한샘에서는 자체 주방 대표 브랜드 유로를 이용해 라이프스타일별 주방을 제안하는 큐레이션 키친 캠페인 ‘유로 캔버스’를 선보이는 중이다. 사진은 파인다이닝을 테마로 한 주방 모습.
왼쪽 조명이 부착되어 다목적 작업대로 사용하기 좋은 팔맥의 아일랜드 브루클린. 오른쪽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주방을 제안하는 MMK. 무빙은 프리스탠딩 아일랜드로 활용도가 높다.
주방, 생활의 중심이 되다
한샘 부엌상품부 이소영 부장
한샘은 주거 공간 속 라이프스타일과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다. 강점은 주방인데, 집과 주방이 바뀌어온 흐름을 짚어달라.
과거에는 요리를 위한 작업 공간으로 다른 영역과 동떨어진 곳에 있었다면 이제는 가족 활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이 품어야 하는 활동이 늘었을 때 사회적 활동의 무대가 된 곳이 주방이다.
주방의 핵심 역할이 요리에서 사람 간의 교류로 바뀌고 있다는 뜻인데, 실제 공간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주방에는 상대와 얼굴을 마주하고 앉을 좌석과 음식이라는 매개체가 있다. 누군가와 결속을 다지기에 최적의 공간인 셈이다. 따라서 과거에도 가족들은 주방, 즉 다이닝룸에 모여 식사하며 교류했고 지금은 그 교류 대상과 방법이 다양해진 것이다. 이에 주방의 구조는 작업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다. 거실과 연결된 대면형 주방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리빙과 키친의 연결 다리 역할을 하는 아일랜드가 핵심 가구로 자리 잡았고, 오히려 요리하는 공간은 보조 주방으로 옮기거나 문, 파티션을 이용해 숨기는 추세다. 온전히 만남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주방의 사회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가구도 달라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작업대·식탁·싱크·수납장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구는 고정되어 있지만, 아일랜드처럼 작업대 위치를 옮기거나 2인 가구여도 커다란 테이블을 사용하는 등 활용하는 대상과 그 방법에 차이가 생겼다. 최근 한샘에서도 관련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인테리어 방식에도 차이가 생겼다. 10여 년 전만 해도 주방은 별도 공간처럼 컬러와 패턴에 차이를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전체 인테리어의 톤 앤 매너에 맞춰 간결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한샘이 예측하는 미래 주방은 어떤 모습인가? 집에서 요리하지 않는 사람도 늘었는데, 완전한 사회적 만남의 공간으로 변모할까?
다양한 역할이 혼재된 형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고 요리가 주방에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주방만이 지닌 유일한 기능이자 사람들 인식에 남은 주된 활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벤트성으로 바뀔 것으로 예측한다. 취미처럼 말이다. 그들에게도 불편함이 없어야 하기에 넓은 주방은 유지될 것이다. 또 누군가를 초대하고 함께할 수 있는 리빙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주방은 언제나 모두가 모이는 공간으로서 지금의 존재감을 유지하거나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Alpha Area
#취향을 펼칠 영역
집은 나를 담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특히 집이 수행하는 역할이 늘어나면서 알파룸을 필두로 취미 공간을 만들려는 사람이 늘어났는데, 이제는 알파’룸’이 아닌 알파 ‘공간’의 시대다. 방, 거실, 주방 등 어디든 나만의 영역을 만들고 그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뱅앤올룹슨의 베오비전 하모니. 8K OLED 화면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베오랩 스피커와 함께 사용하면 나만의 미디어실을 만들 수 있다.
서재의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몬타나의 오피스 가구를 이용하면 취향에 맞는 컬러와 수납 조합을 완성할 수 있다.
취미방은 자유가 보장된 곳
무아공간 오승욱 대표
어느새 취향은 집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집의 역할이 변화하는 양상은 어떠한가?
경제·사회가 안정되면 고찰의 시기가 찾아온다. 내가 원하는 성공 및 행복의 기준과 나다움에 몰두한다. 이런 고민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집뿐이다. 우리보다 먼저 경제적 안정을 찾은 유럽에 유독 독특한 주거 케이스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이 겹치면서 변화 역시 급진적이었다. 개별 주택은 물론 아파트 브랜드도 저마다의 특화 평면을 출시하는 등 주거 분야 전반에 다양성이 대두되고 있다.
취향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취미다. 집에 취미가 들어온 시작점이 알파룸인데, 최근 동향은 어떤지 궁금하다.
사실 취미는 집의 주목적이 아니기에 주로 빈 방을 활용하게 된다. 그렇기에 남는 공간인 알파룸이 주목받은 것이다. 최근 시공이 늘어난 공간은 서재다. 업무라는 전통 역할에 얽매이기보다 큰 테이블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의 가능성을 여는 게 요즘 서재의 핵심. 남는 방이 없는 경우에는 알파룸을 철거해 공용부 면적을 넓힌 뒤 별도의 알파 ‘영역’을 만든다. 주방 옆 알파룸을 철거한 뒤 유튜브 스튜디오를 만들거나, 거실 한쪽에 테이블을 소파와 등지게 배치해 영역을 나누는 식이다. 취미방을 원하는 본질적 이유가 나만의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기에 스타일링을 통해 영역감만 만들어도 만족스러운 피드백이 돌아온다.
마음만 먹으면 취미를 전문적으로 즐길 수 있음에도 집을 찾는다. 집에서 즐기는 취미 활동의 매력은 무엇일까?
자율성이다. 전문 설비를 이용하려면 항상 타인과 함께여야 한다. 또 내가 원한다고 항상 사용할 수도 없다. 고객들이 “따로 배우러 가야 하더라도 집에서 혼자 편안히 즐기고 싶다”고 많이들 말한다. 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을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집에서 하는 것인데, 그보다 행복한 일이 있겠는가!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사람에게 알려줄 스타일링 팁이 있다면?
혼자 만들 것이라면 테이블을 잘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테이블에 편안한 의자 하나만 마련해도 영화 보기, 파티, 혼술, 드로잉 등 웬만한 취미는 모두 즐길 수 있다. 유의할 점은 데스크는 뒷면이 막혀 있거나 길이가 짧아 생각보다 활용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길이가 2200mm 정도 되는 작은 식탁을 찾아 방 한가운데나 소파 뒷면 등에 배치하면 안락한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