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에너지와 다채로운 문화가 뒤섞인 독특하고 다이내믹한 도시로, 그 근간에는 전통과 현대가 뒤섞여 우리가 매일 먹고, 즐기는 문화를 대변하는 음식이 있다. 구체적 요소로 ‘익숙한 재료’ ‘새로운 감각’ ‘페어링의 변주’라 말하고 싶은데, 이를 누구보다 흥미롭게 풀어가는 이가 바로 수퍼판의 우정욱 셰프다.
이미 그만이 할 수 있는 음식 장르를 선보이며, 2021년에는 한식과 내추럴 와인을 매치한 레시피 북<안주와 반주ANJU&BANJU>를 펴냈고, 작년 가을에는 베를린의 와인 바 야야jaja에서 팝업을 진행해 세련된 서울의 맛을 알리기도 했다.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마담 우Madam Woo의 서울 가정식은 ‘재료의 발견과 놀라운 맛, 그리고 와인에 어울리는 훌륭한 안주’라는 것. 서울의 맛을 바라보는 입장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방인의 눈과 입에 새롭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의가 있다. 우정욱 셰프의 시선으로 지금의 서울 가정식과 와인 페어링을 담아냈다.
구트 오가우, 에메람 Gut Oggau, Emmeram 오스트리아 부르겐란트에 위치한 17세기 와이너리를 복원해 운영하고 있으며, 부드러운 탄닌과 단순한 듯 복잡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뱅베(070-4801-3800)에서 구입 가능.
반찬의 도약
“우리가 늘상 먹는 반찬에 몇 가지 변화만 더해도 훌륭한 와인 안주가 된다. 견과류를 넣고 볶은 멸치를 감태에 싸서 먹으면 바다가 주는 짭짤한 맛과 멸치볶음의 단맛이 뒤섞여 새로운 풍미가 탄생한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에게 마른 멸치(dried anchovy)라고 하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베를린 와인 바 야야에서 열린 팝업에서 볶은 피스타치오를 더해 감태와 함께 선보였는데, 놀라울 정도로 레시피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몬드, 해바라기씨, 호두를 활용해도 좋다.”
견과류멸치볶음과 감태
재료 멸치 100g, 맛술 1큰술, 간장 1작은술, 설탕 ½큰술, 고춧가루 ½작은술, 물엿 ½큰술, 해바라기씨유 3큰술, 구운 아몬드 슬라이스・해바라기씨・호두 적당량, 통깨・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1 마른 팬에 멸치를 넣어 노릇해질 때까지 볶아 접시에 담은 후 맛술을 뿌려 한 김 식힌다.
2 웍에 간장, 설탕, 고춧가루, 물엿, 해바라기씨유를 넣어 바글바글 끓인 뒤 구운 아몬드 슬라이스, 해바라기씨, 호두를 넣고 ①을 더해 한 번 더 볶는다. 통깨와 참기름을 넣고 마무리한다.
안드레밀리 화이트 Andremily White 여러 가지 포도 품종을 블렌딩해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맛과 풍미의 균형감이 좋다. 청량한 풍미가 있어서 감칠맛이 뛰어난 김 페스토와 매치한다. 그린 터틀(02-545-6543)에서 구입 가능.
현대적 시도
“따뜻한 밥에 장아찌 하나만 곁들여도 입맛이 돈다. 집에서 잘 구운 김을 표고 우린 국물과 양파즙, 매실 등을 넣고 재워 장아찌로 즐겨 먹곤 했다. 이를 곱게 갈아 페스토로 표현하고 싶었다. 흐물흐물한 김장아찌에 색다른 식감을 더해줄 재료로 산낙지와 시금치를 매치했다. 유럽에서 일본어로 김을 뜻하는 ‘노리’는 잘 알고 있어도 김이 같은 식재료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내심 아쉬웠다. 해조류를 새롭게 표현했다는 평과 함께 감칠맛이 풍부해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김 페스토 낙지섬초무침
재료 김 50장, 시금치 50g, 산낙지 80g, 물 500ml, 간장 1컵, 매실 15cc, 물엿 50ml, 꿀 ½컵, 마늘 20g, 생강 8g, 양파 100g, 다시마 1장, 건표고 20g, 쪽파 30g, 들기름 약간
만들기
1 냄비에 물, 간장, 매실, 물엿, 건표고, 꿀, 마늘, 생강, 양파, 다시마를 넣고 약한 불에 올려 30분 정도 끓인다.
2 김은 한 장씩 구워 ①에 넣어 실온에서 하루 정도 숙성한다.
3 믹서에 ②의 김을 넣고 곱게 갈아 체에 거른다.
4 시금치와 낙지, 쪽파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5 볼에 ③과 ④를 넣어 버무리고 들기름을 살짝 둘러 완성한다.
달레 발레, 카베르네 소비뇽Dalla Valle, Cabernet Sauvignon 1986년부터 와인을 생산해온 부티크 와이너리로 내파밸리에 위치한 달레 발레는 부드럽고 세련된 맛이 뛰어나다. 톡 쏘는 듯한 김치에 제격이다. 그린 터틀(02-545-6543)에서 구입 가능.
발효의 재해석
“서울식 김치의 매력은 톡 쏘듯 시원하고 가벼운 맛, 샐러드 같은 아삭한 식감이다. 대부분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굴을 많이 쓰는데, 여러 번 시도한 끝에 낙지가 제격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낙지는 절임 배추 및 양념과 함께 발효되며 킥이 되는 역할을 한다. 외국인은 문어와 완전히 다른 꼬들꼬들한 낙지의 식감에 흥미를 느끼고, 김치는 진하고 무거운 맛이 아닌 샐러드처럼 입맛을 돋우는 서울 스타일 애피타이저다.”
서울식 산낙지김치(5kg 기준)
재료 절임 배추 5kg, 산낙지 3½마리, 무 ½개, 쪽파 15뿌리, 마늘 ½컵, 생강 ½큰술, 멸치 액젓 3큰술, 새우젓 2큰술, 양파즙 3큰술, 배즙 3큰술, 고춧가루 ½컵, 양지머리 육수 ½컵, 뉴슈가 ½큰술
만들기
1 절임 배추는 물기를 뺀 뒤 한 입 크기로 사선으로 적당히 썰고, 무는 5cm 길이로 채 썰고, 쪽파는 4cm 길이로 썬다.
2 낙지는 탕탕 쳐서 1cm 길이로 썬다.
3 볼에 나머지 분량의 재료를 넣어 양념을 만든 뒤 ①과 ②를 넣어 버무린다. 상온에 두고 하루 반 정도 익힌다.
픽슬러 미니 F.X. Pichler Mini fx 와이너리 주인이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만든 포도 주스로, 과일 향이 풍부하고 상큼한 산도를 지닌 맛이 뛰어나 차게 마시면 좋다. 그린 터틀(02-545-6543)에서 구입 가능.
한 입 타파스
“최근 미국에서 비건 음식으로 김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에 압구정 현대백화점에 오픈한 김밥 전문점 ‘가지가지’에서 색다른 조합의 김밥을 선보이고 있는데, 꼬마김밥은 특히나 인기가 많다. 김과 밥 위에 딱 맞게 간한 재료를 올리고 돌돌만 김밥을 작게 만들면 말 그대로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타파스가 된다. 도톰한 달걀지단과 꼬들꼬들한 박고지조림, 달큼하게 볶은 어묵을 매치하고, 계절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봄나물을 활용해도 좋다.”
박고지김밥(2인분 기준)
재료 김 2장, 밥 2컵, 박고지 6줄, 어묵 2장, 달걀지단 1개분, 물 ¼컵, 맛술 1큰술, 간장 1큰술, 설탕 ½큰술, 참기름・소금・후춧가루・깨 약간씩, 포도씨유 약간
만들기
1 밥은 고슬고슬하게 지어 볼에 담아 참기름과 소금을 넣고 섞는다.
2 어묵은 1.5cm 두께로 길게 썰어 달군 팬에 맛술을 넣고 볶은 뒤 간장, 설탕을 넣어 한 번 더 볶고 물을 넣은 다음 포도씨유, 후춧가루, 참기름을 넣어 국물이 없어질 때까지 조린다.
3 김발 위에 김을 깔고 밥을 올려 얇게 편 뒤 박고지와 어묵, 달걀지단을 넣고 돌돌 만다.
봄나물깁밥(2인분 기준)
재료 김 2장, 밥 2컵, 냉이 2줄기, 달걀지단 1개분, 튀김 조각 적당량, 김치・들기름・참기름・소금 약간씩
만들기
1 밥은 고슬고슬하게 지어 볼에 담아 참기름과 소금을 넣고 섞는다.
2 냉이는 살짝 데쳐 들기름과 소금으로 무친다.
3 잘 익은 김치는 소를 털고 씻어서 물기를 뺀 뒤 길게 썬다.
4 김발 위에 김을 깔고 밥을 올려 얇게 편 다음 냉이, 김치, 달걀지단, 튀김 조각을 올려 돌돌 만다.
오하이, 리슬링 Ojai, Riesling 캘리포니아 오하이에 위치한 프리미엄 와이너리로, 적당한 단맛과 균형 잡힌 산도가 빼어나 양념에 버무린 채소와 잘 어울려 간장 소스로 만든 나물떡볶이와 매치하면 좋다. 그린 터틀(02-545-6543)에서 구입 가능.
나물의 활용
“나물은 한식의 본질을 대변한다. 씻고, 삶고, 데치고, 볶는 등 손이 참 많이 가지만 각각의 나물이 지닌 풍미와 식감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맛이다. 수퍼판에서 선보인 건나물 리소토가 큰 반응을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생일 때마다 해주신 궁중 떡볶이에 나물을 활용해보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맛과 식감이 훨씬 고급스럽게 표현됐다. 부드러운 사태를 손으로 찢어 같이 볶으면 맛이 풍성해진다.”
나물떡볶이
재료 떡볶이용 쌀떡 2컵, 생취나물 50g, 불린 건가지 50g, 불린 건호박 50g, 삶은 사태 50g, 생표고버섯 1개, 느타리버섯 1개, 불린 건목이버섯 3장, 물 ¼컵, 포도씨유・참기름・통깨 약간씩
양념장_ 간장 3큰술, 맛술 1큰술, 설탕 1큰술
만들기
1 볼에 분량의 재료를 넣어 양념장을 만든 뒤 삶은 쌀떡을 반으로 잘라 넣고 버무린다.
2 생취나물은 먹기 좋게 다듬어 살짝 데친 뒤 물기를 빼고, 불린 건가지와 건호박은 적당한 크기로 썬다.
3 삶은 사태는 한 입 크기로 썰고, 생표고버섯은 얇게 썰고 느타리버섯과 목이버섯은 손으로 찢는다.
4 달군 팬에 포도씨유와 참기름을 두른 뒤 ②, ③을 넣고 볶다가 ①과 물을 넣어 볶으면서 조린다.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 마무리한다.
안드레밀리 시라 Andremily Syrah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평이 좋은 시라 와인은 과일, 향신료, 흙냄새 같은 풍미와 탄닌이 뛰어나 육즙이 풍부한 햄버그스테이크와 잘 어우러진다. 그린 터틀(02-545-6543)에서 구입 가능.
양식의 접목
“햄버그스테이크는 한국을 대표하는 경양식의 시초나 다름없다. 한식과 양식, 일식 스타일이 조금씩 더해져 세련된 서울 가정식을 대표한다. 지금의 수퍼판을 만들어준 상징적 메뉴로, 부드러운 패티와 달큼한 소스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만들기 어렵지도 않고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친근한 맛으로 밥은 물론 와인 안주로도 최고다. 미니 당근과 래디시, 양대파를 팬에 구워 가니시로 내면 근사한 요리가 된다.”
햄버그스테이크와 와인 소스
재료 햄버거 패티 2장, 미니 당근 2개, 래디시 2개, 양대파 1대, 완두콩 순(피슈트) 4줄기, 베이비 케일 4장, 올리브유 약간
와인 소스_ 레드 와인 ½컵, 버터 30g, 꿀 ½큰술
만들기
1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뒤 햄버거 패티를 올려 겉이 익도록 살짝 구운 뒤 230℃로 예열한 오븐에서 10분 정도 구워 그릇에 담는다.
2 ①의 팬에 와인과 버터, 꿀을 넣고 바글바글 끓여 와인 소스를 만든다.
3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미니 당근과 래디시, 양대파를 구운 뒤 ①의 패티 주변에 둘러 담는다. 완두콩 순과 베이비 케일도 함께 장식한다.
4 ③의 햄버거 패티 위에 ②의 와인 소스를 뿌려 마무리한다.
루이 로드레 크리스털 샴페인 Louis Roederer Crystal 샴페인의 황제라 불리며, 피노누아와 샤르도네를 블렌딩해 최소 4년간 숙성 과정을 거쳐 깊고 독특한 풍미가 뛰어나다. 에노테카(02-3442-1150)에서 구입 가능.
디저트의 발견
“서울이 커피의 도시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골목마다 크고 작은 로스터리가 즐비하다. 얼마 전 수퍼판을 방문한 이탈리아 3스타 미쉐린 레스토랑 ‘피아자 두오모 알바’의 헤드 셰프와 함께 덴마크, 암스테르담, 베를린, 파리에서 팝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연희동 로스터리 카페 ‘다크 에디션’을 방문했는데, 에스프레소 맛을 극찬했다. 프렌치토스트에 에스프레소를 넣은 것은 토스트 맛을 살리면서 달걀 비린내를 잡기 위해서였는데 풍미를 올리는 새로운 킥이 됐다. 브런치 메뉴를 넘어 달콤한 디저트 와인 안주로도 좋고, 브라운 버터를 올리면 단짠의 조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프렌치토스트
재료 브리오슈 2cm 두께 2조각, 달걀 2개, 우유 1컵, 생크림 ½컵, 에스프레소 ¼컵, 꿀 1작은술, 이즈니 버터 200g, 말돈 소금 약간
만들기
1 먼저 소스 팬에 우유를 넣어 70℃까지 끓인다.
2 볼에 달걀을 넣고 푼 뒤 ①의 따뜻한 우유를 조금씩 넣으며 핸드 믹서로 섞는다. 약간 걸쭉해질 때쯤 생크림, 에스프레소, 꿀을 넣어 프렌치토스트용 믹스를 만든다.
3 스테인리스 팬에 버터를 넣고 중간불에서 녹인 뒤 약한 불로 줄여 브라운색이 될 때까지 계속 끓인다. 면포를 깐 고운체에 걸러 볼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굳혀 브라운버터를 만든다.
4 ②에 브리오슈를 넣고 10분 정도 적셔 꺼내어 200℃로 예열한 오븐에 5분 정도 구운 뜨겁게 달군 팬에 브라운 버터 적당량을 덜어 녹인 뒤 한 번 더 구어 그릇에 담는다.
5 남은 버터를 숟가락으로 모양 내어 프렌치 토스트 위에 올리고 말돈 소금을 뿌려 완성한다.
요리 우정욱(수퍼판, 가지가지) | 스타일링 101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