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 운동은 오랜 역사와 맥을 이어오며 동시대의 뉴 메가폰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해 크리에이터가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5월 25일 벌어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블랙 라이브스 매터’는 보다 체계적인 브랜딩 과정을 통해 전 세계에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고 개인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1 흑인이 만든 브랜드를 지원하는 15% 서약
패션·리테일업계는 이번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블랙 라이브스 매터’의 실천 대안을 마련했다. 구찌, 로에베, 마크제이콥스, 스텔라 매카트니 등 유명 패션 브랜드는 조지 플로이드 재단을 포함한 흑인 차별 반대를 위한 단체에 수익금 일부를 기부했다. 특히 리테일업계를 중심으로 흑인이 소유한 브랜드와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15PercentPledge 전략을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네타포르테는 흑인 소유 브랜드 제품 도매를 15%까지 확대했으며, 매장의 진열 선반 15%를 그 제품으로 채웠다. 〈뉴요커〉 커버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유명한 모나 찰라비가 제작한 관련 이미지는 소셜 미디어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이 활동의 상징처럼 사용되고 있다. monachalabi.com 사진 ©monachalabi
2 하늘에 뜬 문구 ‘숨을 쉴 수가 없어요’
비주얼 액티비스트 제이미 홈스Jammie Holmes는 미국 5개 주 하늘에 타이포그래피 배너를 띄웠다. 모든 문장은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 직전까지 했던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죽을 것 같아요” 같은 말에서 따온 것이다. 각 문장을 각기 다른 하늘 위에서 보여준 이유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한다. 주로 스포츠 이벤트나 상업적 홍보 목적으로 띄우는 하늘 위 배너는 모든 인간이 같은 하늘 아래서 동일한 인권을 가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사진 ©Jammie Holmes and Library Street Collective
3 해시태그 #BlackLivesMatter
2012년 총격으로 사망한 흑인 트레이번 마틴 사건 이후 설립된 단체 BLM은 해시태그 #BlackLivesMatter를 통해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미디어 시위를 시작했다. 시각적 연대감을 전달하는 이미지 제작에는 캘리포니아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디자인 액션 컬렉티브Design Action Collective가 참여했다. 이미지는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해 소셜 미디어, 굿즈에 사용할 수 있다. designaction.org
4 IDEO의 ‘디자인에 의한 체계적인 인종주의’
디자인 컨설팅 기업 IDEO는 ‘디자인에 의한 체계적인 인종주의’라는 발표문을 내놨다. 이를 통해 그동안 미국이 흑인 커뮤니티에 행사한 상습적인 과잉 정책과 적은 투자가 블랙 커뮤니티를 사회로부터 소외시키고 차별했음을 밝혔다. 아이데오 역시 백인 중심이었던 조직 문화를 재평가하고 5개의 핵심 영역군(인재, 양성, 커뮤니티, 디자인, 문화)에서 다양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조직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조직 문화의 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글로벌 이슈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되며 이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