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크리에이터 308 아트크루의 공감각 체험 콘텐츠.
최근 젊은 창작자들의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서브컬처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하위문화, B급 정서로 외면받았으나 남다른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취향에 힘입어 하나의 트렌드가 됐고 그 범주도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는 이런 흐름에 주목해 서브컬처를 한곳에 집약한 전시다. 메인 컬처에 도달하고자 억지로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모인다. 특히 요즘에는 주류와 비주류로 문화를 규정하는 구태의연한 관점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지난 12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확인한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는 서브컬처 자체의 확장성으로 새로운 문화 코드를 생성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정준호의 설치미술, 임소진의 팝아트, 리나박의 회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실험적 결과를 선보여 인기를 모았다. 부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 308 아트크루의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308 아트크루는 공연 스태프 출신이 모여 만든 팀으로 기획은 물론 무대, 조명, 음향, 영상, 나아가 조향까지 아우른다. 감각에 집중하는 작품이라면 미디어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며 전시 콘셉트 역시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이들은 스스로 “무형의 공간과 아이디어를 판다”고 소개하는데 전자 기기에 몰입해 일부 감각은 잊어버린 채 생활하는 현대인을 타깃으로 연출한 공감각 체험 콘텐츠에서 만능 크리에이터다운 면모를 포착할 수 있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영 디자이너 출신 11명이 참여한 ‘호랑이 핸드크림’.
또 이번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에서는 임인년을 맞이해 호랑이를 시각화한 작업이 눈에 띄었다. 308 아트크루의 전시도 호랑이를 통해 반전의 묘미를 꾀했다. 내부 공간은 예리한 감각을 일깨우는 데 집중한 반면 외관은 308 아트크루의 키 컬러를 믹스해 호랑이 줄무늬처럼 연출한 것이다. 호랑이 굴을 시각화한 디자인하우스의 ‘호랑이 핸드크림’ 부스도 이 기운생동에 힘을 실었다. 올바른 디자이너 생태계를 만들고자 시작한 디자인 저작권 플랫폼 ‘디자인쿱’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영 디자이너 출신 11명이 참여해 호랑이 캐릭터로 좋은 기운을 전해주었다.
‘헬로맨’ 연작으로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펼친 범민 작가.
가장 생생한 관객 반응을 느낄 수 있었던 행사는 범민 작가의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 그는 삼성, 현대카드, 불가리, 나이키, 아디다스 등 최근 브랜드가 즐겨 찾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그래픽, 영상, 디지털 등 모든 매체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강점이 있다. 전시에서 그가 소개한 작업은 다름 아닌 ‘헬로맨’. 멀리서 걸어오는 친구가 보이면 손을 번쩍 들고 반갑게 흔들던 유년 시절을 소환한 캐릭터인데 이를 작품화한 것은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가 처음이기에 특별함을 더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물리적 간격은 다소 멀어졌지만 반가움이 충만한 ‘안녕’을 그림에 담아 관계를 잇고 싶은 마음을 전한 것. 이번 전시의 이름이 〈멀어도 가깝다〉인 이유다.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작업 규모와 과정을 축소해 아쉬움이 남았는데 헬로맨과 비슷한 포즈를 취하며 즐겁게 사진 찍는 관객들에게 위로를 받았다”라며 소회를 전한 범민은 스트리트 아트, 서브컬처의 매력으로 무엇보다 현장감과 소통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