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 오브 에이지〉전.
〈커밍 오브 에이지〉에서는 버질 아블로가 루이 비통에서 디렉팅한 캠페인 사진도 만날 수 있었다. 레이몬드 보우다Raimond Wouda가 촬영한 ‘스쿨 틴즈’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사진 속 학생들이 나이키 운동화 등을 신고 있어 루이 비통 캠페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케이트보드, 전자기타 등 곳곳에서 청소년 시절의 키워드를 만날 수 있었다.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조나 힐의 〈미드 90〉이 떠오르기도 한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밀레니얼을 위한 칼 라거펠트’라 불렀고 〈가디언〉은 ‘우리 시대의 마르셀 뒤샹, 앤디 워홀’이라 추켜세웠다. 루이 비통 남성복 컬렉션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질 아블로 이야기다. 스트리트 컬처를 럭셔리 패션에 접목하는 과감함, 상식을 뛰어넘는 컬래버레이션 등 연일 화제를 낳은 그에게 젊음이란 키워드는 각별하다. 루이 비통 데뷔 패션쇼에 패션 예술 학교 학생들을 초청한 일이나 지난해 S/S 캠페인으로 ‘스쿨 틴즈’를 선보인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2월 22일부터 4월 26일까지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열린 그룹전 〈커밍 오브 에이지Coming of Age〉에서도 같은 종류의 애정이 느껴졌다.
핀셋, 클립 등으로 고정한 사진들.
프린트 & 카피 센터. 전시장 한편에서는 관람객이 작가의 작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유년 시절을 추억하며 사진으로 자신의 방 벽을 ‘도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웬디 이왈드Wendy Ewald의 검은 자화상, 흰 자화상 시리즈.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한데 모아 설치한 작품이다. 홈리스나 불우한 환경의 흑인 아이들이 꿈과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을 그려냈다.
‘커밍 오브 에이지’는 관용구로 성인식이라는 뜻. LA의 리틀 빅 맨 갤러리를 시작으로 에스파스 루이 비통 베이징, 뮌헨, 도쿄를 거쳐 서울에 상륙한 이 전시는 버질 아블로가 직접 큐레이터로 나서 18명의 사진가가 포착한 젊음의 초상을 수집했다. 사진 속 젊음은 계층과 국가를 초월하고 서브컬처, 고립, 동료애 등을 아우른다. 작가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노부요시 아라키 같은 거장부터 스케이트보더나 정비공 출신의 신진 사진가도 있다. 버질 아블로는 이들의 작품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작가 이름이나 작품명, 캡션 등은 배제하고 사진을 이리저리 뒤섞어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웠다. 설치 방식 역시 눈길을 끌었다. 액자를 사용하지 않고 핀셋이나 클립으로 사진을 걸어두었는데, 이는 좋아하는 스타의 포스터를 자기 방 벽에 붙여놓았던 청소년 시절의 문화 코드를 반영한 것이다. 작품 전반에 청춘에 대한 낙관적인 시선이 흘렀다. 나름의 사정과 고충이 있겠지만 버질 아블로와 18명의 작가들은 ‘그럼에도 빛나는 젊음’이라고 외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