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라운드건축이 디자인한 ‘메이데이’.
비유에스건축이 디자인한 ‘로킴스 브릭’.
사과나무 하우스.
새동네가 디자인한 ‘토끼집’.
별집부동산의 별집은 ‘특별한 집’을 뜻한다. 건축가가 만든 집, 오래되었더라도 이야기가 있는 특별한 집, 다양하고 개성 있는 집을 찾아 중개하는 1인 부동산 플랫폼이다. 별집부동산 전명희 대표는 건축설계를 전공한 뒤 도시 재생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다가 2014년 본격적으로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들었다. 계기는 도쿄R부동산이었다. 도쿄R부동산은 2003년, 요지자토 히료야를 주축으로 한 5명의 건축인이 모여 시작한 부동산이다.
낙후된 공간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개성 있게 탈바꿈해 중개하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렇게 쇠락한 거리에 활기를 일으키면서 도쿄R부동산 웹사이트는 하루 평균 500만 명이 방문하는 가장 힙한 부동산이 됐다. 현재는 전국 10개 지역으로 확장해 부동산 중개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며 공간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를 건축으로 해결하는 도쿄R부동산의 사업 모델은 전명희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명희는 이에 매료되어 일본으로 날아갔다. 공동 대표인 하야시 아쓰미를 만나 이야기하다가 “나는 건축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건축가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궁금하다면 경험해봐야 한다”라는 그의 말에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자격증을 따고 중개사 일을 시작했다. 부동산 중개라는 것은 좋은 건축과 공간을 유통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생태계는 혹독했다. 허위 매물이 쏟아지고 집의 가치를 오로지 미래 수익으로만 바라보는 현실은 높은 피로도를 유발했다. 그러다 2018년 이후 좋은 공간과 건축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어나면서 그가 생각해온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을 시도하기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2019년 그렇게 별집부동산이 시작됐다. 별집부동산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운영한다.
건축가가 지은 집이 대부분으로 원룸, 근린 생활 시설, 전원주택, 그리고 지은지 50년 넘은 특별한 아파트도 매물로 나와 있다. 집을 소개하는 내용은 한 편의 에세이 같다. 집 구조와 상태, 특징, 매력까지 공간에 대한 애정과 정성이 묻어난다. ‘방의 미닫이문에서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는 다소 과한 정보부터 빛은 어떻게 드는지, 집 주변 분위기와 시설까지 살아보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정보를 최대한 자상하게 적었다. 또 ‘책이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집’, ‘재택근무자에게 추천하는 집’, ‘층간 소음 걱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집’ 등 공간의 특징을 사용자와 연결해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때때로 말미에는 광각렌즈를 사용한 사진이라는 솔직한 고백도 있다. 좋은 집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좋은 집을 ‘정직하게’ 소개하자는 별집부동산의 원칙 때문이다.
별집부동산의 매물로는 건축가가 설계한 집과 상업 공간이 올라와 있다.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건축가와 건축주에게 연락해 찾은 공간들이다. 그리고 시간과 공을 들여 사진을 찍고 때로는 건축주와 이야기 나누며 집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한다. 에이라운드 건축사사무소와 마인드맵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전농동의 유일주택, 서가 건축사무소가 설계한 봉천동의 화운원, 비유에스 건축이 설계한 로킴스 브릭 같은 근사한 집이 별집부동산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졌다. 에디터, 디자이너, 개발자 등 크리에이티브하고 취향이 확실한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계약이 성사되는 비율은 꽤나 높다.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유효한 만남이 되도록 진심을 담고 동분서주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명희 대표는 별집부동산이 소개하는 기준에 대해 ‘다양한 구조의 집’을 꼽는다. 건축을 공부했고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서로 다른 집의 구조를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정성 가득한 장문의 소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와 같다. 그래서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건물들의 사진과 소개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때로는 건축주 인터뷰를 담은 페이지도 있다. 그러니 집을 지은 사람, 내놓은 사람, 집을 찾는 사람 모두에게 이롭다. byulz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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