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 리오단이 10대 여성 청소년을 위한 잡지 〈크라이 베이비Cry Baby〉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사실 달갑지 않은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자신의 사진을 소개하고 싶어 여러 잡지사에 보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한 것이다. 충분히 좌절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달랐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아예 자신과 또래 친구들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잡지를 창간해버린 것. “원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기고할 공간을 제공하자”라는 당돌한 미션을 내걸고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 〈크라이 베이비〉는 이제 뉴욕과 뉴저지를 너머 파키스탄, 스코틀랜드, 브라질 등 전 세계의 젊고 유망한 크리에이터들과 함께한다. 퀴어와 인권, 정치, 예술, 패션까지 전 분야에 걸쳐 Z세대와 호흡하면서 말이다.
1999년생. 〈크라이 베이비〉 발행인이자 편집장. 포토그래퍼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2015년 15살의 나이에 LA를 기반으로 한 Z세대를 위한 잡지 〈크라이 베이비〉를 창간했다. Z세대에 특화된 광고 마케팅 에이전시 애덜레슨트 콘텐츠Adolescent Content의 매니징 에디터이자 패션 브랜드 에브리바디 월드EVERYBODY.WORLD의 컨트리뷰터로도 활동한다. 한편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저널리즘과 사진을 공부하고 있다. crybabyzine.com
요즘 친구를 만나면 주로 어떤 대화를 하나?
학교, 미술과 관련 있는 과제, 남자들 얘기를 주로 한다.
‘크라이 베이비’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
사실 별생각이 없었다. 매거진 〈바이스Vice 〉 나 〈i-d〉에서 예민한 경향이 있는 사람들을 ‘크라이 베이비’라고 부르는데 그 단어가 무척 귀엽다고 생각해 붙인 이름이다.
〈크라이 베이비〉 커버 이미지. 가장 최근에 발행한 〈크라이 베이비〉 테마는 ‘집착Obssesion’이다. LA의 일러스트레이터 기리코 가지와라가 로고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맡았다.
‘Resist/Revolt’를 주제로 한 호다. 여성 스케이트보더 그룹과 10대 소녀가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스케이트 키친’ 출연진이 표지 이미지를 장식했다.
원래 〈크라이 베이비〉는 텀블러로 시작했다. 이후 종이 잡지와 웹진을 내는 등 다양한 변화를 꾀했다.
사실 우리는 텀블러를 운영할 때도 인쇄 매거진을 발행했다. 이후 공식 웹사이트를 만들고 좀 더 형식을 갖춘 종이 잡지를 내기 시작했다. 〈크라이 베이비〉가 차츰 견고해지고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건 곧 우리가 성장하고 있다는 뜻 아닐까?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크라이 베이비〉에도 더 많은 지식과 자원이 쌓였다. 만약 그런 성장과 변화가 없었다면 잡지를 만들어온 5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지루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Z세대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친숙하다. 그럼에도 종이 잡지를 고집한 이유가 있나?
나는 항상 인쇄 매체를 사랑했다. 뉴욕을 벗어나 교외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고등학교 시절에도 잡지를 사기 위해 용돈을 털어 소호의 서점에 들르곤 했다. 종이 잡지에 대한 일련의 특별한 경험이 그것을 손에서 놓지 않도록 만드는 것 같다. 〈크라이 베이비〉를 기획할 때도 ‘스스로 갖고 싶은 잡지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 종이 잡지는 읽기 위한 콘텐츠 중 가장 직관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 1990년대 언더그라운드 무가지 잡지로 시작한 미디어. 현재는 기업 가치 3조 원의 거대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집착’을 테마로 한 〈크라이 베이비〉 내지.
코미디언이자 배우, 기자인 캐서린 코헨 Catherine Cohen의 화보. 뮤지컬 코미디로 유명한 그녀는 2018년 〈타임아웃〉이 뽑은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코미디언 중 한 명이다. 화보는 레미 리오단이 직접 촬영했다.
잡지를 디자인할 때 특별히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마침 방금 전에 디자인 팀인 알리시아 달폰시Alycia Dalfonsi, 로지 야스코치 Rosie Yasukochi, 티나 토나Tina Tona 등과 함께 〈크라이 베이비〉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폰트와 컬러 등 잡지 전반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재미있고 쿨하며 흥미로운 콘텐츠다. 우리는 그런 잡지를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특별히 인기 있었던 호나 칼럼이 있다면?
영화 〈그것It〉으로 유명해진 배우 소피아 릴리스가 커버 모델로 나온 호가 특별히 인기가 많았다. 화보에 열광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의 팬이지 기존 〈크라이 베이비〉의 독자는 아니었지만. 특히 소피아 릴리스가 착용했던 목걸이가 텀블러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걸스 온Girls on’이라는 시리즈도 있다. 잡지를 처음 만들었던 2015년 1월부터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프로젝트인데, 한 도시의 젊은 포토그래퍼와 그의 친구들을 사진으로 담는 작업이다. 더불어 그들에게 매호 주제에 맞는 간략한 질문을 던지는 콘셉트다.
왜 젊은 세대만을 위한 잡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또래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읽는 것은 내적인 힘을 북돋아줄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가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가 이 잡지를 시작했을 땐 15살이었고 나와 친구들의 작업물을 소개할 만한 플랫폼이 필요했다. 젊은 사람들의 작업을 공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들이 크리에이터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면 더더욱.
매호 테마 주제에 맞춰 한 도시의 로컬 포토그래퍼와 그 지역에 사는 소녀들을 인터뷰하는 ‘걸스 온’ 시리즈.
〈크라이 베이비〉 메인 인터뷰 화보. 표지 이미지와 주요 인터뷰 기사에는 1993년생으로 미국의 가수이자 작곡가인 라비나 오로라 Raveena Aurora가 나왔다. 공개적으로 바이섹슈얼리티를 지향하는 그녀는 어린 시절 전통적인 인도 시크교 가정에서 자랐으며 뉴욕으로 이민 온 후 본격적으로 뮤지션으로 활동했다.
또래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읽는 것은 내적인 힘을 북돋아줄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가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편집장이자 발행인인 당신이 이제 20대에 접어들었다. 10대를 위한 잡지라는 〈크라이 베이비〉의 모토는 여전히 유효한가?
사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Z세대 전반을 위한 콘텐츠로 모토를 바꾸었다. ‘Z세대에 의한, Z세대를 위한 매거진’으로 말이다. 여전히 10대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한다. 우리 팀의 멤버 중 2명은 아직 19살이고. 하지만 대부분의 팀원들이 이제 막 20대가 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잡지도 10대 중반에서 20대 중반까지 좀 더 넓은 범주의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젊은 사람들을 지지하겠다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당신 세대의 특징과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 10대에서 20대 초반인 Z세대가 이미 트렌드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내가 속한 Z세대가 성장하고 서로 배우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 정말 흥미롭다. 현재 우리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함께 운영하는 연구소도 갖추고 있는데, 그곳에서는 〈크라이 베이비〉 매거진이 함께 일하고 연대해야 할 Z세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우리 세대는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소비 윤리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한다. 기후변화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Z세대는 정치적으로도 활발히 참여한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우리의 특징이 주변 세계와 끊임없이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5년 뒤 〈크라이 베이비〉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계속 성장하는 중이면 좋겠다. 〈크라이 베이비〉의 독자층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머물렀으면 한다. 젊은 사람들이 흥미롭고 스마트한 콘텐츠로 여기길 바라며 동시에 내게도 언제나 재미있는 잡지이길 희망한다. 지금은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크라이 베이비〉가 나의 영원한 직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